경마는 출발대를 박차고 나온 경주마들이 정해진 경주거리를 전력으로 질주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마필이 우승을 차지한다. 경주에 참가하는 경주마들이 출발대로 진입한 뒤 출발대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출발의 순간은 매우 고요하다.
출발현장 입장에서 경주의 시작과도 같은 출발준비의 시작을 알리는 것은 '파란색 깃발'이다. 출발대 바로 앞에 위치한 출발신호차량에는 주변보다 3m 정도 높이 오를 수 있도록 특수설계된 리프트가 장착돼 있다. 이 리프트는 흡사 망루와도 같다. 출발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에 대해 조망할 수 있어야 하며, 최종적으로 출발대의 문을 개방하는 신호를 해야 하기 때문에 출발신호차량의 리프트는 주변보다 높아야 한다. 리프트 위에는 출발을 최종적으로 통제하는 출발위원이 오르며, 경주마에 기승한 기수들에게 출발대로 진입해야함을 알리는 의미에서 파란색 깃발을 좌우로 흔든다.
파란색 깃발이 펄럭이는 그 순간 경주마들은 미리 정해진 순서대로 출발대로 하나둘 진입하기 시작한다. 출발대로 모든 경주마들의 진입이 끝내면 깃발을 흔들던 그 출발위원은 이상이 없는지를 각 칸에 진입해 있는 출발요원들로부터 동시다발적으로 보고받은 후 이상이 없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출발대의 문을 여는 스위치를 누른다. 이 스위치는 유압에 의해 작동하는 것으로, 조금의 오차도 없이 출발대의 모든 문이 동시에 열리도록 설계돼 있다.
만약 이러한 경우가 발생한다면 출발위원의 파란색 깃발의 움직임을 보고 전방에 나가있는 보조원들은 다시 흰색 깃발을 좌우로 격렬하게 흔들어댄다. 이미 출발대를 지나온 기수들은 출발위원의 파란색 깃발을 볼 수 없으므로, 전방에 있는 불발보조원의 흰색 깃발로 출발에 이상이 있다는 출발위원의 신호를 전달하는 것이다. 혹시라도 경주에 열중해 흰색 깃발을 못 볼 경우를 대비해 결승선 방향으로 출발대 전방 200m 지점과 250m 지점에 두 명의 보조원이 흰색 깃발을 준비하고 항상 대기한다. 이 보조원들은 출발대가 열림과 동시에 출발위원의 파란색 깃발의 움직임 유무를 판단해야 함은 물론 경주마들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도 동시에 봐야한다. 어느 하나라도 놓쳤을 경우엔 정상적인 경마시행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수들의 경우 자신이 기승한 경주마가 출발대를 정상적으로 나왔다 하더라도 전방에 위치한 보조원들이 흰색 깃발을 흔들고 있다면 출발이 무효가 되었음을 인지하고 다시 출발선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재출발은 단 한차례에 한해서만 시행되며 재출발에서도 출발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엔 한국마사회법 시행규칙에 의해 경주불성립에 해당하게 되어 관련된 마권은 환불된다. 결국 경마의 시작인 출발현장은 파란색 깃발이 통제하며, 흰색 깃발 두 개가 이를 돕고 있는 것이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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