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 계열 저가항공사인 제주항공이 최근 큰 위기를 맞았다. 승무원과 승객 간 성추행 누명 논란에 휩싸인 것. 성추행 누명을 쓴 승객 고모씨는 제주항공 승무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승무원의 문제로 결론이 날 경우 '악덕 항공사'란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성추행 누명 관련 논란의 중심에 비행기의 안전성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세월호 사건 이후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성 문제'가 불거진다면 국내 대표 저가항공사라는 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7일 오전 12시50분 방콕발 부산행 제주항공 여객기(7C2252)의 엔진이 갑자기 꺼지며 정전이 된 것이다. 탑승객들은 갑작스런 사고에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자정이 넘은 시간이라 기내는 깜깜했고 에어컨도 꺼졌다. 문제는 승무원들의 대처였다. 가족여행객이 있어 아이가 우는 등 내부 비행기 상황은 최악이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승객을 탑승 한 뒤 비행기의 엔진이 꺼지는 것은 일반적인 사안이 아니다"며 "승객들이 방콕에서 부산에 도착하는 비행시간 내내 불안감에 떨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항공기에 문제가 생기면 기장이 승무원에게 상황을 전달, 승무원은 인터폰으로 안내방송을 한다.
고소인 고모씨는 "갑자기 엔진이 꺼지고 정전이 된 이후 승무원들은 아무런 안내방송도 하지 않았다"며 "5분후에 출발한다는 얘기만 수차례 반복됐다"고 말했다.
그는 "승무원에게 엔진이 꺼지는 경우가 있느냐고 묻자 '종종 있다'고 대답했다"며 "불안감에 떠는 아이들이 있으니 무슨 일인지 정확히 파악해달라고 하자 '기장도 모른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고씨와 승무원간 고성이 오갔다. 주변 승객들이 동요하자 제주항공 사무장이 다가와 고씨와 이야기하던 승무원을 돌려보냈다. 고씨는 "답하는 승무원을 왜 마음대로 보내느냐며 승무원을 불러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30여 분간 정비를 마친 뒤 비행기가 이륙한 이후 상황이 변했다. 사무장이 고씨를 따로 불렀다. 고씨에게 이륙전 소란을 피웠다며 경고장을 발부하기 위해서였다. 고씨가 경고장 발부를 거부하자 해당 승무원은 고씨를 성추행범으로 몰았다.
고씨는 "사과가 아닌 경고장 이야기에 승객에게 사과방송을 해야하는 게 아니냐고 따졌더니 대화가 안 되고 말꼬리를 물면 성추행범으로 신고 조치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행가 착륙한 후 내리는 과정에서 해당 승무원에게 성추행 신고를 하겠다고 했으니 경찰서로 가자고 하자 자신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며 안녕히 가시라고 하는 등 비웃는 듯 했다"며 "사과는 커녕 항의 과정에서 허리에 손이 닿았다며 성추행범으로 모는 것에 아이들 앞에서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고씨가 제주항공 승무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제주항공, "사실이면 사과, 아니면 법적대응"
제주항공은 승무원의 '성추행 누명'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엔진이상으로 정전이 된 이후 승객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고씨와 같은 비행기에 탑승했던 여러 승객들이 아무런 상황 설명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질문에도 "오히려 고씨가 기내에서 소란을 피웠다"고 주장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 이후 항공 쪽도 안전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승객이 기내에서 소란을 일으킬 경우 사무장 재량으로 경고장을 발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씨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한 이상 조사를 통해 나온 결과를 중심으로 승무원이 잘못을 했다면 사과를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강력히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세형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