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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vs정태영 현대차 금융계열사 주인은?

조완제 기자

기사입력 2014-05-21 18:03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가속화되면서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차그룹의 후계 승계에도 덩달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현대차도 삼성과 마찬가지로 그룹 총수가 외동아들을 두어 차기는 사실상 확정된 상태이나 향후 계열분리에서 어떤 그림을 그릴지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이노션 지분 40%를 매각키로 하면서 지배구조 개편이 가시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과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정 부회장과 세 딸(사위)들에게 어떻게 그룹을 분할해 나눠줄까. 벌써부터 정 회장의 외동아들인 정 부회장과 둘째 사위인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금융계열사를 놓고 충돌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슬하에 1남3녀를 두고 있다. 전통적으로 범 현대가(家)는 여성들의 경영 참여를 금기시해 왔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정몽헌 회장 사후에 경영권을 승계하자 못마땅하게 생각한 범 현대가(현대중공업·KCC)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은 달랐다. 첫째 딸은 정성이 이노션 고문으로, 정 고문의 남편은 선두훈 영훈의료재단(대전선병원) 이사장이다. 정 회장은 첫째 사위인 선 이사장이 현대차그룹 경영에 참여할 상황이 안 되자 인하우스 광고대행사인 이노션을 설립할 때 정 고문이 지분을 40%나 참여할 수 있도록 허락했고, 아울러 고문으로 일을 하도록 했다.

둘째딸은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으로 정태영 사장이 남편이다. 정 사장은 1980년대 후반 현대모비스(옛 현대정공) 이사로 경영에 처음 발을 들여 놓은 후 2003년부터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사장을, 2007년부터는 현대커머셜 사장을 맡아왔다.

셋째 딸은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리조트 전무로, 배우자는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이다. 신 사장은 1995년 현대모비스에서 입사해 정 전무를 만나 결혼했다. 그 뒤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2005년에 현대하이스코 사장에 올랐다.

이노션, 정성이 고문 품으로…해비치호텔앤리조트는 정윤이 전무에게로


이렇게 정 회장의 세 딸은 직·간접적으로 현대차그룹 경영에 참여해 왔다. 이런 행보는 범 현대가 전통과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과거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것임을 엿보게 한다.

재계는 정 회장이 세 딸들에게도 계열사를 나눠줄 것이고, 특히 어떤 기업을 점지할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의 첫 단추를 끼웠다. 지난 4월 정 부회장이 이노션 지분 40%를 모건스탠리PE와 스탠다드차타드(SC)에 4000억원을 받고 매각키로 한 것. 이노션은 정 회장이 20%, 정 부회장과 정 고문이 각각 40%씩 보유하고 있었는데, 정 회장이 지분을 정몽구재단에 출연한 데 이어 정 부회장도 지분을 매각키로 했다. 이로써 총수 일가 중 이노션 지분을 갖고 있는 인물은 정 고문밖에 없다. 이노션의 한 관계자는 "정성이 고문이 거의 매일 출근하면서 경영을 챙기고 있어 내부에서는 (정 고문이) 이노션을 가져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에는 정윤이 전무가 15년간 보유 중이던 현대차 주식 3423주를 전량 매각했다. 이 역시 지배구조 개편 및 후계 승계와 일맥상통한다. 주식수는 비록 소량이지만 계열분리를 상징한다는 것이 재계의 해석이다. 정 전무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해비치호텔앤리조트를 정윤이·신성재 부부가 가져가는 것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현대하이스코의 경우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신 사장이 최고경영자(CEO)를 계속 맡기는 하겠지만 이를 물려받지는 못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대차의 수직계열화에서 철강 부문이 중요한 축을 차지하고 있어 분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차 금융계열사 놓고 처남(정의선)-매형(정태영) 충돌?

현대차그룹 계열분리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금융계열사의 향배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현대커머셜, HMC투자증권, 현대라이프 등의 금융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자동차할부, 카드, 보험, 생명보험을 모두 아우르고 있어 삼성그룹 못지않은 라인업을 형성하고 있다. 금융계열사의 경우 정태영 사장이 현대카드를 맡아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고, HMC투자증권(옛 신흥증권), 현대라이프(옛 녹십자생명) 등을 인수·합병(M&A)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런 이유로 금융계열사를 정명이·정태영 부부가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정의선 부회장이 금융 부문에도 관심이 많아 매형인 정태영 사장에게 금융계열사를 양보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캐피탈은 자동차 할부 사업을 해야 하기에 그룹에서 분리하기 어렵다"면서 "이는 정태영 사장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HMC투자증권이나 현대라이프 인수에 (정태영 사장이) 큰 공을 세운 것은 맞지만 이들 기업은 정 사장이 현재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어 가져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 안팎에서는 대체로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 정도를 품에 안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의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태영 사장은 그룹내 견제세력이 많아 그의 뜻대로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정명이·정태영 부부가 정 회장에게 금융계열사를 달라고 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무성하다. 현대카드의 한 관계자도 "정태영 사장은 (금융계열사 성장을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다"면서 "범 현대가의 금융 부문의 수장이 되는 것이 그의 꿈"이라고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도 "오랜 기간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정태영 사장이 금융계열사를 놓고 처남인 정의선 부회장과 한바탕 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조완제기자 jwj@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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