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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그룹 지지부진 구조조정에 금감원장 '칼 들었다'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14-05-20 08:31


지난해 11월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한 이후 실제 집행이 지지부진한 동부그룹에게 최근 금융 당국의 최고 수장인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나서서 고강도 압박을 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금융 당국이 다양한 방식으로 동부그룹에 구조조정 독려 신호를 보냈음에도 동부측이 속도를 내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 원장은 지난 10일 서울의 모처에서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을 극비로 만났다. 이 자리에는 국내 최고의 기업구조조정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진수 부원장보도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은 최 원장의 요청으로 성사됐으며, 최 원장은 김 회장에게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신뢰가 하락해 금융계열사만 지배하는 것도 어려워질 수 있다"며 구조조정 자구계획 이행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는 현재 구조조정 중인 다른 그룹들과 달리 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및 금융당국과 마찰을 일으켜 왔다. 예컨대 산업은행은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의 일괄 매각을 주장하고 있지만, 동부는 경쟁 입찰을 통한 개별 매각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산업은행은 또 지난달 대출 담보로 김 회장의 외동아들인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 13%를 요구했지만, 동부는 이를 거부하기도 했다. 대신 산은은 김 회장 자택과 주식을 담보로 잡기도 했다.

이번 회동에서 동부 측도 정부와 채권단 방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이 김 회장과 회동을 갖고 구조조정을 촉구한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그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지난 3월 17일 조영제 금감원 부원장이 동부그룹에 구조조정을 독려하는 등 여러 차례 금융 당국에서 동부그룹에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동부그룹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구조조정을 지연시켜 왔다. 일단 업계에서는 김 회장에게 최후통첩을 하기 위해 최 원장이 직접 나섰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관련, 금감원 안팎에서는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최수현 원장이 직접) 김 회장을 만나 구조조정을 압박했다는 것은 청와대 지시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동양·STX 등 재벌그룹의 침몰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청와대가 동부그룹의 조속한 구조조정 신호를 최 원장에게 줬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 동부그룹은 지난해 초부터 유동성 위기 소문이 증권가를 중심으로 흘러나왔다. 특히 철강업이나 건설업 모두 수년간 업황이 상당히 안 좋았기 때문이다.

결국 동부는 지난해 11월 18일 알짜사업 매각 등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동부제철은 동부당진항만운영 파이낸싱, 유상증자, 유가증권 매각, 인천공장 매각, 자회사인 동부특수강 기업공개(IPO) 등의 자구책을 통해 2015년까지 1조원가량의 자금을 마련해 2015년 말 차입금 규모를 9000억원 이하로, 부채비율을 140% 이하로 낮추겠다고 했다. 동부건설도 60%의 지분을 보유한 동부발전당진을 매각키로 했다. 이 지분을 매각할 경우 2600억원가량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50%와 더불어 동부팜한농 유휴부지와 동부메탈·동부하이텍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김준기 회장도 사재 1000억원가량을 동부제철 유상증자 등에 투입키로 했다. 동부는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6조3000억원에 이르는 차입금이 2015년까지 2조9000억원 수준으로 낮아진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구조조정 발표 이후 최근까지 실제 집행한 것은 동부제철이 보유한 동부생명보험 주식 208억원 어치를 매각한 것이 전부다. 3조원 수준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또한 지난해 11월 공언했던 김준기 회장의 사재출연도 아직 구체적 언급이 없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 장종호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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