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남양유업, 적자 중 오너에겐 고배당 소비자에겐 가격인상

박종권 기자

기사입력 2014-05-13 07:23


지난해 갑을 논란의 중심에 섰던 남양유업. 이 회사는 대리점에 무리한 제품 밀어내기로 갑인 자신만 배불리는 경영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결국 대표이사가 나서 대국민 사과를 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최근 주력 상품인 컵커피 '프렌치카페'의 가격을 기습적으로 인상하며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심지어 남양유업이 대리점 밀어내기 대신 가격 인상을 '소비자에게 밀어내기'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이유 없는 가격 인상 횡포로 소비자 불만 사

남양유업은 이달 들어 프렌치카페(200㎖) 6종의 소비자가격을 1300원에서 1400원으로 100원씩, 7.69% 인상을 단행했다. 말 그대로 기습적인 가격 인상이었다. 남양유업 측은 "지난해 원유 가격이 10%가량 인상되면서 우유 함유량이 60%에 이르는 컵커피 제품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원자재 값 인상에 따른 가격 인상이란 해명이다.

그러나 남양유업의 이런 설명에 대해 쉽게 수긍하는 업계 관계자나 소비자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카페라떼', '바리스타' 등의 비슷한 컵커피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경쟁업체 매일유업과 커피 전문업체인 동서식품 등은 제품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 당분간 없기 때문이다. 물론 양사 모두 "가격 인상 요인은 존재하지만, 단기적인 요인으로 제품 가격을 바꾸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남양유업이 지나치게 가격을 높게 올렸다고 지적한다. 국제 원유 가격은 1ℓ당 106원 올랐을 뿐인데, 5분의 1밖에 안하는 200㎖짜리 '프렌치카페'의 가격을 100원이나 인상한 건 '프렌치카페'에 함유된 원유보다 최소 5배 이상 높은 금액을 소비자에게 물린 것과 마찬가지다. 심지어 200㎖ 프렌치카페의 60%가 원유이기 때문에 국제 원유가격 인상을 핑계로 한 제품의 실질 인상률은 더 높은 셈이다.소비자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우유 가격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 가격 인상이란 설명도 납득하기 어렵다. 현재 국내는 우유 공급과잉으로 실질 가격이 하락했다. 지난겨울 따뜻한 날씨의 영향으로, 추위에 민감한 젖소들의 스트레스가 적어 우유 생산량이 늘어났다. 또 지난해 원유 가격 인상 이후 낙농가에서 우유의 생산량을 늘렸지만, 소비는 지난해 대비 2.4%나 줄어들어 우유 재고는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월에는 매일 1000t 가량의 우유가 과잉 공급됐을 정도다. 이렇게 남아도는 우유를 처리하기 위해 우유업체들은 유통기한 긴 멸균우유와 치즈 생산을 늘렸고, 분유로 재가공 하고 있다. 우유 공급과잉 때문에 분유 재고량은 최근 6년 새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다. 또 할인마트에선 우유 회사들이 경쟁적으로 파격 할인을 진행 중이다. 1ℓ이상의 대용량 우유들을 최대 2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측은 "원유 가격은 수요·공급에 따른 게 아니라 낙농가, 정부와 함께 정하는 가격을 따르기 때문에 공급 과잉과 전혀 상관이 없다"면서 "프렌치카페는 1999년 1000원에 출시됐는데 15년 동안 가격 인상이 거의 없었던 셈이고, 인상 시기를 미루고 있던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홍원식 회장, 연봉 13억원에 적자에도 4억 배당 받아


갑을 논란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른 남양유업은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남양유업의 2013년 매출은 1조2053억원으로 전년 1조3403억원 대비 10% 가량 줄었다. 영업 실적도 부진해 지난해 22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44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적자는 남양유업이 지난 1994년 실적을 공개한 이후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남양유업으로서는 충격적인 일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적자 경영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남양유업은 이런 경영 악화 상황에서도 지난해 고배당을 강행했다. 흑자였던 2012년과 마찬가지로 주주들에게 8억5500만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문제는 주식의 절반을 소유하고 있는 남양유업의 오너인 홍원식 회장에게 배당금의 절반인 4억여원이 돌아갔다는 점이다. 홍원식 회장은 남양유업 주식의 51.68%인 37만2107주를 소유하고 있다. 결국 적자 경영 중에도 홍 회장은 고액의 배당금을 받아 간 셈이다.

게다가 홍 회장은 지난해 13억1469만원의 보수도 함께 받았다. 주주총회를 통해 승인, 지급된 남양유업 임원 13명의 보수 총액 27억6735만원 중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 홍 회장 몫이었다. 나머지 임원 12명이 절반을 나눠서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남양유업이 꺼내든 기습적인 제품 가격 인상이 당연히 곱게 보일리가 없다. 오너나 기업의 경영 개선 노력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홍 회장의 7세 손자가 남양유업 주식을 보유해 미성년자 억대 주식부자 리스트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또 지난해 갑을 논란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 하겠다고 의지를 밝힌 것에 비해 기부금은 5억4489만원밖에 내지 않았다. 이는 경쟁업체인 매일유업이 9억6514만원을 기부금으로 사용한 것에 비해 훨씬 적은 금액이다. 사회 공헌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도 모자랄 판에 경쟁업체보다 적은 기부금을 냈고 오너는 높은 연봉과 배당으로 주머니를 채웠다.

남양유업 측은 "그동안 꾸준히 배당을 해왔고, 회사의 적자 기간이 길었던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주주에게 갑자기 배당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면서 "배당금도 크지 않고 미미한 편"이라고 밝혔다.

최근 대기업 오너들이 회사의 경영이 악화되자, 무임금을 내세우며 경영 개선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받은 301억원의 보수를 반납할 예정이다. GS그룹의 허창수 회장도 적자인 GS건설로부터 임금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역시 한진해운이 정상화될 때까지 보수를 받지 않기로 했다. 한화의 김승연 회장도 지난해 급여 200억원을 반납했다.

남양유업이 적자 경영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으로 오너 경영인의 책임 있는 경영 개선보다는 제품 가격 인상이란 가장 손쉬운 방법을 택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이유다.

지난해 '갑의 횡포' 대표 회사로 오명을 썼던 남양유업. 전문 경영인이 나서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소비자들의 바람과는 반대로 오너인 홍원식 회장은 마지막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남양유업이 대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기대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에게 돌아온 건 기습적인 가격 인상이었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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