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도 세계적 명품 트레일 길이 열렸다. 최근 오픈 한 제주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이 바로 그것이다. 화산섬 제주의 지질은 80만 년 지구의 시간을 품은 '지구의 지문'으로도 불리며 제주문화의 원형으로 조명 받고 있다. 특히 이번 '트레일 코스' 개발은 201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과 함께 그 활용과 보존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선보여 더 주목받고 있다. 이번 지질 트레일은 단순한 관광나들이 코스와는 그 개념부터가 다르다. 이른바 지속가능한 관광자원화의 전형이다. 유니크한 제주의 지질자원에 지역색 가득한 역사-문화 등 인문자원과의 융복합, 아울러 지역주민에게 경제적 이익 환원이라는 콘셉트까지 담고 있다.
제주=김형우 여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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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화의 원형으로 조명 받고 있는 화산섬 제주의 지질은 201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으로 더욱 관심을 끌며 활용의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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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코스는 제주인들의 문화를 만나볼 수 있는 구간이다. 산방산에서 화순리 방향으로 펼쳐진 금모래 해변과 제주 생태의 보고인 화순 곶자왈, 과거 논농사를 짓기 위한 수로, 과거 제주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소금막 등 척박한 제주의 환경 속에서 지혜를 짜내며 살아온 제주인들의 삶의 체취가 묻어나는 코스다.
특히 갱도진지에서 칼날바위로 이어지는 A코스의 '단산'은 제주 오름의 이단아로도 불리는 곳으로, 산방산과 형제섬 해안도로, 송악산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어 탐방객들에게 인기 구간으로 꼽힌다.
제주 오름은 대부분 둥그스름한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 있는 '단산(높이 158m, 둘레 2566m)'은 모양새가 좀 다르다. 거칠고 사나운 생김새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단산은 제주 오름의 맏형 격이다. 여느 오름들이 만들어지기 훨씬 전, 제주해안지대가 형성될 때 해저화산의 분출로 형성됐다. 제주 토박이들은 단산을 '바굼지오름'으로도 부른다. '바굼지'는 바구니를 일컫는 제주토착어. 옛날 제주 들녘이 물에 잠겼을 때 오름이 바굼지만큼만 물 위로 보였다는 전설에서 비롯됐다. 지금의 이름인 '단산'은 1900년대 이후 부르기 시작했다. 또 오름의 형세가 박쥐를 닮아 '바구미'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이후 '바굼지'로 변했다는 설이 있다.
가까이 가서 만나는 단산은 수직에 가까운 벼랑과 온통 바위로 둘러싸인 바위 오름이다. '칼날바위' 또는 칼의 코 같다고 해서 '칼코쟁이'라 이름 붙은 정상부 동쪽 암봉은 산악인들이 암벽훈련 장소로 즐겨 찾는다. 단산은 근자에 추사 유배길 1코스(집념의 길)에 포함되어 탐방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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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지질트레일 코스 답사에 나선 회사원 이영수씨(제주시 연동)는 "제주의 올레길도 아름답지만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코스는 제주의 또 다른 매력을 담고 있다"면서 "용머리해안과 형제해안도로, 단산의 거대한 스케일, 덕수리 돌담길의 아기자기함, 하모리층의 신비로움 등 다른 트레일 코스에서는 맛볼 수 없는 다양한 경관과 체험을 즐길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길'은 주민 참여형 관광자원화도 지향하고 있다. 지난 5일 열린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길 열림 행사'에서는 마을 주민이 주도한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졌다.
덕수초등학교에서는 탐방객들을 위해 전통문화가 잘 보전돼 있는 마을의 장점을 활용해 문화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덕수리의 자랑이라 할 수 있는 불미공예를 비롯해, '방앗돌 굴리기 공연', 덕수리 부녀회의 '유채나물 비빔밥' 등은 탐방객들의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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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질공원 '맛'으로도 느낀다
제주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매력을 학술적 가치나 경관만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맛과 음식이 함께하는 세계지질공원을 느낄 수가 있다. 제주관광공사는 제주 유네스코 세계지질자원공원 활성화를 위해 제주 지질자원을 활용한 '지오푸드(Geo Food)' 도 첫 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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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관광공사는 향후 지오푸드를 제주를 대표할 수 있는 음식이자 기념품으로 개발, 마을의 카페와 레스토랑, 게스트하우스에 보급해 마을 주민의 소득 창출에도 기여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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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제주관광공사는 지난 5일 오전 9시 30분부터,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용머리해안 주차장에서 도민과 관광객, 마을주민 등 약 1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 길 열림 행사'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사진=제주 관광공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