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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남편’의 사랑, “오늘 하루가 전부라는 마음으로…”

송진현 기자

기사입력 2013-12-16 16:02


"힘들 때마다 주문을 외우듯, '오늘 하루만 생각하자! 오늘 하루만 버티자!' 그렇게 스스로 다짐하고 살았어요. 어차피 하루에는 하루치밖에는 감당하지 못하잖아요. 고통이든 행복이든…."

일명 '3시간 남편 '으로 불리는 김재식 씨는 지난 6년 동안 아내 안정숙씨 곁을 한시도 벗어난 적이 없다. 단 두 번,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와 라디오에 출연하여 자신의 속 얘기를 풀어놓았던 때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아내는 6년 전, 정확히 결혼 20주년 기념일에 다발성경화증이라 불리는 희소난치병 판정을 받았다. 목을 빼곤 손가락 끝도 꿈틀대지 못할 만큼 사지가 마비되고 폐 한쪽과 눈 한쪽마저 모두 잃어 대소변까지 받아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남편은 그런 아내가 하루만이라도 더 버텨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묵묵히 병간호를 하고 있다.

이처럼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내의 곁에서 써내려간 남편 김재식 씨의 간병일기를 담은 에세이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가 출간됐다.

이 책에는 직장까지 그만두고 갑갑한 병실에서 하루 종일 병수발에만 매달리고 있는 헌신적인 남편,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는 손으로 땀을 뻘뻘 흘려가며 귤을 까 남편의 입에 넣어주는 아내, 사춘기 시기에도 엇나가지 않고 군말 없이 제 학업을 이어간 큰아들, 대학까지 포기하고 엄마를 간병하면서도 한 번의 원망도 하지 않은 둘째 아들, 가진 돈 다 털어 부부의 커플 금반지를 선물한 기특한 딸 등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끈끈한 가족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더불어 서울 응급실로 실려 가는 아내에게 반지를 빼어주며 기도하겠다고 눈물짓던 간병인 아주머니, 자신이 모든 의료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도 새로운 치료법을 도입해 아내의 생명을 되살려 놓은 의사, 아내를 간병하느라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꼬박꼬박 한 달치 월급봉투를 내밀던 직장 사장 등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이들 부부의 등을 밀어줬던 선한 이웃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하루살이인 김재식 씨에게도 사랑과 꿈이 있다. 어쩌면 하루뿐이기 때문에 더욱 절실하게, 군더더기 없이 알맹이를 원하게 된다. 말도, 행동도, 그리고 사랑도 희망도 말이다.

불편한 몸이지만 곁에 남아 있어 주는 아내가 바로 남편 김씨의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인 것이다.

어떤 상황이라도 '함께 있는 것이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이 책은 바쁜 일상과 갖가지 스트레스에 치여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은 지친 현대인들에게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며 때로는 위로받게 하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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