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시승기] 폭스바겐 시로코R '이것이 진정한 R'

김준석 기자

기사입력 2013-09-26 18:01



R은 자동차 업계에서 흔히 레이싱을 상징하는 이니셜로 통용된다. 대중적인 브랜드로 인식되는 폭스바겐이 선보인 R이라니, 과연 어떤 느낌일까?

폭스바겐은 2003년 고성능 핫해치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골프 R32를 출시하며 처음 R모델을 선보였다. 고성능 스포츠카인 R모델, 다이내믹한 스타일의 패키지 모델인 R라인이 모두 큰 호응을 얻자 2010년에는 자회사로 폭스바겐 R GmbH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현재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서 활약 중인 폴로 R WRC 개발을 주도하긴 했지만 그 자체로 보면 짧은 역사를 지녔다. 하지만 폭스바겐이 핫해치를 만들어온 긴 역사를 보면 R모델은 스포츠카 그 자체임이 틀림없다.

시로코R의 외관을 보면 한마디로 '잘'달리게 생겼다. 낮은 차체에 모든 공기를 부드럽게 타고갈것 같이 생긴 외관은 스피드에 자신감이 묻어난다.



외관의 기대를 갖고 실내로 들어가도 같은 느낌을 받게된다. 어떠한 상황에도 몸을 완벽하게 잡아주는 버킷시트에 앉으면 누구나 레이서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D자 모양의 묵직한 느낌을 주는 스티어링휠도 운전의 재미를 더한다.

센터페시아 부분은 요즘차들과 다르게 투박하면서 심플해 재미없는 듯 하면서도 오히려 달리기위해 태어난 R버젼이기에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시로코 R은 곳곳에 'R' 로고를 붙여 그 혈통을 강조했다. R모델에만 특별 제공되는 라이징 블루라는 색상은 R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색깔이다. 휠하우스에 꽉 들어찬 19인치 스털링 실버 색상의 휠이 차의 성격을 대변한다.

앞문이 길고 B필러가 멀리 있어 시트벨트를 잡아채기에 불편하다. 스포츠 버킷 시트는 스포츠 주행에서야 유리하지만 승하차 시 불편하다. 방석 앞이 지나치게 들려있는 데다 요추받침기능이 없어 장시간 운전이 힘들다.






뒷좌석 탑승을 위해서는 앞좌석을 일일이 조작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막상 앉아보면 헤드룸과 레그룸을 훌륭하게 확보해 놀라울 따름이다.

스티어링 휠은 그립감이 좋은 형상이다. 글로브박스는 에어컨 통풍구와 하이패스를 갖췄다. 콘솔박스 암레스트는 앞뒤 슬라이드와 높이 고정이 가능하다.

6.5인치 터치스크린에 한국형 3D 내비게이션을 갖췄지만 답답할 정도로 느리다. 개방감이 탁월한 파노라마 선루프를 갖추고도 틸트로만 열 수 있다. 주차센서는 후방에만 있다.

키를 돌려 배터리를 켜면 계기판의 파란색 바늘이 올라갔다 내려오며 궤적과 잔상을 만든다.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두근하다. 헤드램프도 눈인사를 한다.





주행에 들어가면 가장 눈에 띠는 부분은 엔진이다. 직렬 4기통 1,984cc 가솔린 직분사 터보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265마력에 최대토크 35.7kgm(2500-5000rpm)로 엑셀을 밟는 순간 낮은엔진회전영역부터 강한힘으로 고속영역까지 밀어붙힌다. 시속 100km 가속 시간이 5.8초의 위력을 몸으로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중저음의 배기음이 제법 멋지다. 변속때마다 팡팡 터지는 소리도 흥을 돋운다. 최대토크가 발휘되는 RPM 영역대에서 배기음이 특히 더 귀를 울린다. 정말 얌전하게 타기 힘든 차다.

폭스바겐의 스포츠쿠페인만큼 DSG미션을 빼놓을 수가 없다. 시프트 패들과 DSG조합은 운전의 재미에 빠져들게 한다. 6단 DSG는 부드럽고 빠른 변속 감각이 좋다. 정확하고 빠른 기어변속으로 주행에 민첩함을 더한다.

조금 아쉬운 부분은 시프트다운인데 엔진의 보호차원에서 중속영역(3500-3800rpm)이하에서 기어를 내리지 않으면 잘 작동하지 않게 된다.

복합연비는 리터당 11.2km 수준. 하지만 가속을 시원시원하게 하면 그만큼 연료 소모도 시원시원해진다.

브레이크는 앞뒤 모두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형식으로 사용량이 많은 가혹한 환경을 고려했다.




코너링에서도 진가를 발휘한다. R버전은 일반 시로코보다 10mm가 낮은 스포츠 서스펜션을 장착해 코너에서 더욱 안정적이며 민첩한 몸놀림을 가능케 했다. 방지턱을 넘을때는 어떤 반동이나 후진동 없이 딱딱하게 그대로 올라갔다 내려온다.

그런데 막상 달려보니 전륜구동 특유의 언더스티어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앞은 부드럽고 뒤는 딱딱해 밸런스가 맞지 않은 느낌이다. 구동방식의 한계도 있지만 뒤틀림 강성의 보강이 조금 아쉬워지는 대목이다.

얼라이먼트 변화에 따라 롤이 생기고 그로 인해 스티어링 반응도 반박자 늦어진다. 그래도 코너링 시 뒤가 빠르게 잘 따라오기 때문에 이런저런 아쉬움들이 반감된다. 스티어링 휠은 저속에서 무겁고 고속에서 가볍고 섬세해진다.




전자식 디퍼렌셜 록 XDS를 장착해 고성능 모델 다운 빈틈없는 트랙션을 자랑한다. 235/35 19인치 사이즈의 브릿지스톤 포텐자 타이어는 시로코 R의 성능을 잘 뒷받침해준다.

달리는데 초점을 두다보니 장시간여행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강한 서스펜션에서 피로감이 올 수 있고 특히나 뒷좌석은 상당히 좁아 장시간에는 적합해 보이지 않는다. 짐 적재공간도 넓지 않아 확실히 실용적인면은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다.

시로코 R의 가격은 4,890만원. 패밀리카로 골랐다면 후회할지도 모른다. 타는 순간 '아, 이 차는 세컨드카로 쓰는 스포츠카 구나'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시로코라는 베이스 덕분에 그나마 실용성을 꽤 갖추고 있는 정도로 보는 것이 적당하다.


기본 베이스에서 오는 아쉬움이 있긴 해도 시로코 R은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전해주는 스포츠카임은 분명하다.

/시승=강민재(카레이서), 시승 정리=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 사진=지피코리아, 폭스바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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