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부끼는 꽃가루가 내 목소리 망친다

임정식 기자

기사입력 2013-05-29 10:47


골프 잡지사에 근무하는 김수경씨(37는 최근 이비인후과에서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인한 성대부종을 진단받았다. 성대부종이 심해 수술을 통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도 함께 들었다.

평소 비염이 있었던 김씨는 이번 봄 시즌 골프대회 취재 때문에 골프장에서 살다시피 했고 꽃가루로 인한 재채기와 코맹맹이가 심해지더니 급기야 목소리가 갈라지고 발음도 불분명해졌다. 하지만 목에 통증이 있기 전까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참았던 것이 병을 키우게 됐다.

국립기상연구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봄철 꽃가루의 양은 10년 만에 6배까지 늘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식물의 생육이 활발해지면서 꽃가루의 양이 급증했고, 꽃가루가 날리는 기간도 길어졌기 때문이다. 소나무와 참나무 등의 꽃가루는 아주 미세해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귀가한 뒤에는 손과 얼굴을 깨끗이 씻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

◆ 헛기침과 킁킁거리는 행동이 악영향 미쳐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들은 만성 재채기와 코막힘에 시달리는데, 입으로 자주 숨을 쉬게 되면서 성대에 직접적으로 공기가 닿아 건조해질 수 있다. 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 김형태 원장은 "특히 코와 목의 이물감을 뱉어내려고 기침과 킁킁거리는 행동을 반복할 경우 성대에 무리를 주어 부종이 생길 수 있으며, 후두에 혈관신경성부종이 생길 수 있어, 목소리의 잠김과 쉰목소리가 나타난다. 자극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성대에 영구적인 손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성대는 1초에 150~250회 정도 고속 진동한다. 성대가 잘 진동하기 위해서는 성대의 점막이 촉촉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알레르기가 심해져 성대가 건조해진 상태에서 목소리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 성대 점막이 손상되거나 성대 조직 안에 물집이 생기고, 이로 인해 붓거나 부종이 발생한다. 보통은 성대 한쪽 혹은 양쪽에 생길 수 있으나 양쪽에 생기더라도 결절처럼 서로 딱 마주치는 대칭이 되지 않고 비대칭적으로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성대부종이 생기면 성대의 진동이 평소보다 더디게 되므로 쉰 목소리와 저음이 나타나며, 목이 자주 잠기게 되고 거친 목소리를 만든다. 이물감도 동반한다.

◆사소한 습관만 고쳐도 성대 질환 예방 가능


성대부종이 확인되면 최대한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말을 많이 할수록 성대는 더 많이 움직여 자극을 받게 되므로 더욱 더 부어 오르고 치료 기간 또한 길어진다. 비염 치료를 병행해 헛기침과 킁킁거리는 습관도 고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커피나 콜라, 사이다, 홍차 등은 성대를 마르게 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으며, 성대 윤활유와 성분이 비슷한 물을 자주 마셔 성대를 촉촉하게 유지해야 한다.

성대부종의 증상이 가벼울 경우 간단한 생활수칙과 함께 이비인후과에서 적절한 처치와 약을 처방 받으면 빨리 가라 앉기도 한다. 김형태 원장은 "약물처방과 적절한 치료를 했는데도 호전되지 않거나 부종이 더 심해질 경우에는 PDL(펄스다이레이저) 등을 이용해 부종 부위를 제거하여 성대 조직이 정상적으로 재생되도록 돕는 수술적 치료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해 방치하면 부종이 점점 커지고 대화가 불가능하게 되어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므로 초기에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