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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 노트북 구매 → 문제 발견해 서비스센터에 1차 수리 맡김(부품 교체) → 2차 수리 후(4일 소요) 증상 재발 → 3차 수리 맡긴 뒤 6주간 정밀진단, 고객이 전화할때까지 연락없는 무심한 서비스 센터 → 석달간 허송세월하며 이렇다할 보상 없음 → 문제해결은 요원하고 정 불편하면 교환해 주겠다는 답변'.
오씨는 "연구와 자료 분석 업무가 많아 외부 모니터와 맥북 프로를 선더볼트로 연결해 일을 하는데 외부 모니터와 연결된 상황에서 노트북을 잠자기 상태에서 깨우면 시스템이 다운됐다. 주기적으로 같은 일이 반복됐다. 패닉 리포트가 자동으로 생성되었고 매회 전송됐다"고 밝혔다. 디지털 카메라로 문제 영상을 녹화도 해뒀다. 맥북 프로 레티나 15인치는 맥북 시리즈 중 최고가 제품이다.
문제는 애프터 서비스 과정에서 보여준 애플의 무성의한 태도였다. 지난 1월 서비스 센터에 입고하자 SSD(Solid state drive·반도체 대용량 저장장치) 문제라고 진단해 SSD를 교체했다.
"한국 소비자가 봉인가?"
오씨는 "내가 정말 화가 나는 부분은 무성의한 태도다. 콜센터 직원의 단순 실수라고 애플이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문제의 원인을 찾지 못하니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것 같다. 어떻게 한달 넘게 전화 한통 없을 수 있나. 그동안 사용하지 못한 기간에 대한 보상도 없고, 임시 대체 사용 노트북도 제공받지 못했다. 애플 서비스 정책의 근본적인 문제가 크다. 글로벌 기업인 애플이 한국 소비자들을 우습게 보는게 아닌가 한다"며 반발했다.
오씨는 "지인에게 같은 제품을 사서 선물했는데 그 제품 역시 똑같은 오류가 나고 있다. 구글 검색을 해보니 해외 사용자들에게서도 나와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꽤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 해외 사용자들에게서도 맥북 프로 선더볼트 연결 관련 불만 사항 주장이 꽤 있었다. 맥북 프로 시리즈는 사용중 팬소리 과다 증가, 이른바 '이륙현상'과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번짐현상(고스트 현상)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애플측은 AS건이 한달 넘게 방치된 것은 아주 드문 경우이고, 서비스 정책의 경우 한국 국내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오씨의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해당 소비자가 전문가적 입장에서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궁극적으로 제품 교환 약속까지 받아둔 상태다.
소비자의 억지? 애플의 아집!
애플은 혁신의 아이콘으로 스마트 시대를 선도하는 기업이다. 개인적 호불호가 있겠지만 애플과 고 스티브 잡스가 없었다면 지금의 글로벌 IT 상황은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하지만 판매 후 서비스 정책에 대한 불만은 전세계에서 터져 나온다.
이는 애플의 두 가지 시각과 무관하지 않다. 애플 제품은 완벽하다는 강한 자존심과 디자인 완성도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한 제품 개봉 불가가 그것이다.
애플이 AS센터 운용을 외주업체에 맡기고 있지만 애플의 주장대로 지속적인 인력 관리와 기술 교육, 서비스 교육만 잘 한다면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아이폰의 경우, 수리된 리퍼폰 지급 등 AS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소비자 불만을 불식시키는데 한계가 있다.
이달초 팀 쿡 애플 CEO는 중국내 서비스 정책에 대해 사과했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애플 제품의 보증기간을 늘리고 아이폰 파손 제품을 새 제품으로 교환해 주겠다고 밝혔다. 이번 중국내 애플 반발 움직임은 AS 본연의 문제보다는 중국 소비자들을 대하는 애플의 고자세와 독선이 일을 키웠다는 분석이 많다.
최근 글로벌 판매량이 다소 줄었지만 애플은 여전히 가장 영향력 있는 글로벌 IT기업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내뱉는 "애플이 한국 소비자를 무시한다"는 볼멘소리는 단순한 애국심 불만토로가 아니다. 삼성이나 LG등 국내 기업의 AS서비스와 비교했을 때 분명 불편함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명확한데도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불편을 감내하라는 듯한 애플의 태도는 기형적이다.
공정위는 2011년 애플의 품질보증서 문제점을 지적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애플은 지적 초기 불만을 토로했으나 결국 자진해서 AS정책을 일부 개선했다. EU나 중국도 정부가 직접 나서 자국 소비자의 권리를 찾아줬다. 관계 당국이 눈여겨 봐야할 대목이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