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들의 기념일, 화이트데이를 대표하는 선물은 사탕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는 여성들이 화이트데이에 받기 싫은 선물 1위가 사탕이었다고 한다. 알록달록하고 달콤한 사탕이 여성에게는 반갑지 않는 선물이라는 불편한 진실. 사실 사탕은 건강에도 이로울 것이 없는 선물이다. 특히 충치를 유발하는 요주의 식품이다. 여성의 마음을 읽고 건강까지 생각하는 센스 있는 남성이라면 이번 화이트데이에는 사탕 대신 다른 선물을 고르는 것이 어떨까.
▲충치 방치해 치조골에 염증 생기면 발치
캔디류가 유발한 충치는 '법랑질우식-상아질우식-치수염-치근막염-치조골염' 4단계를 거쳐 치아와 잇몸이 망가트린다. 법랑질우식은 치아의 맨 바깥층인 법랑질이 충치균이 배출한 산에 의해 썩는 단계다. 이 단계에는 치아가 까맣게 변하지만 통증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계속해서 충치가 진행되면 법랑질 안쪽인 상아질이 우식된다. 상아질이 충치균에 노출되면 충치의 진행이 빠르게 진행되고 시린 듯한 치통이 느껴진다. 이때는 치아의 썩은 부분을 제거하고 레진이나 금 같은 충전재로 때우는 치료를 하게 된다.
상아질우식 단계에서도 제대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신경까지 손상되는 치수염으로 이어지는데 이때는 신경치료를 해야 한다. 치수염도 방치되면 치아뿌리에 염증이 생기는 치근막염, 치조골이 녹아내리는 치조골염으로 진행돼 결국 치아를 뽑게 된다.
목동중앙치과병원 변욱 병원장은 "치수염에 이르면 통증이 심해 치과를 찾게 되고 이 단계에서는 신경치료로 자연치아를 살릴 수 있다"며 "그러나 통증이 있어도 치료를 미루고 치근단염이나 치조골염까지 진행되도록 방치하면 결국엔 발치를 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레드와인 속 폴리페놀 성분 충치 예방에 도움
충치로 인해 치아를 잃게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캔디류를 멀리 하고 별다른 증세가 없더라도 6개월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 양치질을 꼼꼼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양치질로 치아의 당분을 깨끗이 씻어내면 뮤탄스균이 굶어 죽게 되면서 충치가 예방된다.
화이트데이에 사탕을 선물할 계획이라면 캐러멜이나 젤리처럼 끈적끈적한 성분이 들어있는 종류는 되도록 피하도록 한다. 설탕 대신 자일리톨, 솔리톨, 올리고당 등 설탕 대체제가 든 무설탕 제품이 좋다. 이 성분들은 설탕과 맛이나 칼로리는 비슷하지만 뮤탄스균이 분해하지 못하는 5탄당의 구조로 이뤄져 있어 충치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뮤탄스균은 음식물에 들어 있는 포도당과 과당(6탄당)을 섭취하고 젖산을 배출하지만 5탄당인 자일리톨은 분해하지 못하고 산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아직 구강건강에 대한 관심이 적은 어린 아이일 경우 칫솔 치약 구강세정제 같은 구강위생용품을 무설탕 캔디류와 함께 선물하는 것도 충치를 예방하는 방법이다.
사탕을 대신할만한 로맨틱한 선물을 찾는다면 레드와인이 적당하다. 레드와인에 풍부한 폴리페놀 성분이 플라그(치태)를 합성하는 글루칸이라는 끈적끈적한 분자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단 레드와인을 많이 마시면 치아착색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잔뜩 마시지 않도록 주의한다. 레드와인에 곁들일 안주는 크래커처럼 달고 치아에 달라붙는 종류보다는 치즈나 과일, 야채가 좋다. 칼슘이 풍부한 치즈는 충치를 예방하고 과일과 야채의 섬유질은 치아를 씻어주는 효과가 있다.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