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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감독원은 생명보험회사 3곳의 부당회계처리 혐의를 적발, 임원 및 직원 12명에게 제재조치를 내렸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에 적발된 생명보험 3사는 골프용품, 주류 등의 판촉물을 법인카드로 구입해 제휴은행 영업점에 제공했지만 일체의 영수증을 보관하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방카슈랑스사업부는 금융기관보험대리점에 대한 보험 모집 지원방안을 시행, 총 8억4800만원 상당의 물품을 구입해 제휴은행 영업점에 제공지만 일체의 증빙서류를 보관하지 않았다. 적정한 회계처리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대목. 금감원도 이점에 주목, 제재조치를 내렸다.
동양생명과 미래에셋생명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개인명의의 법인카드로 각각 9억6500만원, 1억원 상당의 판촉물을 구입해 제휴은행에 지원했지만 일체의 증빙서류를 보관하고 있지 않았다.
최현만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와 구한서 대한생명 대표이사의 경우 신은철 한화생명 대표이사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사건이 발생한 이후인 지난해 6월 각각 취임, 세간의 비난에 한발짝 비켜서있다. 다만 재임 기간 중 판촉비 관련 금감원의 부당회계처리를 받은 만큼 책임면에선 자유롭지 않을 전망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최근 윤리경영을 위해 내부고지 익명제보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윤리경영에 앞장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생명보험사의 과열경쟁에 따라 판촉비가 증가할 경우 고객들의 불필요한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계의 견해다. 보험사가 판촉비 등 사업비를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소비자가 부담은 증가하게 된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보험사들은 한 달 치 보험료를 대납해주는 등 판촉비를 과다하게 책정하며 출혈경쟁을 벌여 논란이 된 적이 있다"며 "과다한 보험사 안팎에서 판촉비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는 게 최근 추세"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보험사가 판촉비를 무조건 줄일 수는 없는 게 현실"이라며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제휴은행 영업점에서 상품이 판매 되는 만큼 적절한 선에서 가입자 유치를 위한 판촉 활동은 불가피 하다"고 전했다. 보험상품에 가입하면 가정용품이나 치약과 같은 것을 보험사가 제공하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금융당국은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리한 출혈경쟁을 막기 위해 보험사들이 판촉비에 얼마를 사용하고 있는지 꼼꼼히 따진다.
보험사가 판촉비를 사용할 경우 영수증 등을 모아놓으면 금융당국은 이를 확인한다. 무리한 출혈경쟁을 막고,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인 셈.
만약 영수증 등을 통해 판촉비 확인이 불가능할 경우 보험사에 책임을 묻는다. 보험사 사업비 지출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 소비자의 이익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한 일환에서다. 지난해 금감원이 대기업 계열 보험사의 대주주 불법지원을 검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최근 금감원의 일렬의 조치는 보험사가 회계처리 원칙을 어겨 손실이나 비용을 전가하는 등의 문제를 뿌리 뽑는 계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상반기 중 생명보험회사에 대해 사업비 등 전반적인 현황 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4월부터 표준이율이 현재의 연 3.75%에서 0.25%포인트 인하됨에 따라 보험료 인상 요인이 발생할 수 어 사업비 절감 등 자구노력을 통해 보험료 인상을 최소화는 방향으로 지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