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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동창과 함께 살고 있는 회사원 최병찬씨(26)씨의 별명은 '방귀대장 뿡뿡이'다. 최 씨의 방귀는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것은 물론, 그 냄새 또한 지독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유를 먹은 날이면 방귀의 횟수가 잦고 냄새가 독해 함께 살고 있는 친구의 눈총을 받고 있다.
을지대학병원 소화기내과 김용식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방귀는 자연스러운 생리현상
방귀는 장 속의 공기가 항문을 통해 빠져나오는 현상이다. 사람들은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하루 평균 13번 가량 방귀를 뀐다. 이렇게 하루 동안 배출되는 가스의 양은 적게는 200㎖에서 많게는 1,500㎖에 이른다. 평소에도 소장과 대장에는 200㎖ 정도의 가스가 항상 들어 있다.
이 가스의 일부는 위에서부터 내려온다. 주로 음식물을 먹을 때 같이 삼켜져서 대부분 트림으로 배출되며, 일부만이 장으로 내려가 항문을 통해 빠져나간다.
▲항문질환 없으면서 소리 크면 건강한 장(腸)
방귀를 뀔 때 소리가 나는 이유는 괄약근이 항문을 꽉 조여 주고 있는 상태에서 작은 구멍을 통해 가스가 한꺼번에 배출되다보니 항문 주변의 피부가 떨리기 때문이다.
을지대학병원 소화기내과 김용식 교수는 "가스의 양이 많거나 밀어내는 힘이 유난히 셀 때, 혹은 같은 양에 같은 힘을 주었다면 배출되는 통로가 좁을수록 소리가 크게 난다. 예를 들면 치질로 인해 통로가 부분적으로 막혔을 경우 소리가 더 크게 난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특정 항문 질환이 없으면서 방귀 소리가 크다는 것은 직장과 항문이 건강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썩은 냄새는 단백질 때문
대장 내에서 발효되는 가스는 세균에 의해 음식물 속에 포함돼 있는 성분의 하나인 황과 결합하고, 이 황을 포함한 가스가 많을수록 방귀 냄새가 고약하다.
특히 단백질이 많은 고기나 계란 등은 발효되면서 질소와 황을 발생시키는데 이것이 고약한 냄새의 주범이다. 상대적으로 탄수화물의 발효에 의해 방출되는 가스는 큰 소리를 동반하나 냄새는 별로 고약하지 않다. 황은 음식물뿐 아니라 혈액을 통해서도 내장 기관에 전달된다.
▲방귀, 음식의 선택이 좌우한다
음식의 종류만 잘 선택해도 방귀 걱정은 쉽게 사라진다.
먼저 껌이나 사탕은 공기를 자꾸 들이마시게 되어 장내 가스를 증가시키므로 가급적 피하고 탄산음료도 되도록 멀리 한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은 체질적으로 나이가 들면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감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유를 마시면 설사를 하거나 뱃속에 가스가 많이 차서 방귀를 자주 뀌게 된다.
우유뿐 아니라 장에서 분해가 잘 안 되어 가스를 많이 발생시키는 음식물들은 각종 유제품, 콩 종류, 감자, 양파, 샐러리, 당근, 양배추, 건포도, 바나나, 살구, 자두, 감귤, 사과, 밀가루, 빵 등이 있다. 몸은 건강하지만 방귀를 뀌는 횟수가 많아 불편한 사람은 이러한 음식들을 가급적 적게 먹으면 방귀의 양을 줄일 수 있다.
▲방귀, 장 건강의 측도는 아니다
흔히 방귀를 뀌는 횟수를 건강과 연관 지어 다양하게 해석하곤 한다. 예를 들면 건강한 사람이 방귀를 많이 뀐다고 하는 반면 소화기계에 무슨 병이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방귀는 주로 먹은 음식물의 종류와 장에서 가스를 만드는 세균과 가스를 소모하는 세균과의 불균형 때문에 발생한다. 다시 말해 건강과는 별다른 관계가 없는 것이다. 또 냄새가 고약하다고 해서 대장에 질병이 있다고 명확히 연관짓기는 어렵다. 대부분 유황성분이 가스에 많이 포함돼 있을 경우 냄새가 심해진다. 물론 대장에 질환이 있어 변이 정상적으로 배출되지 않는 경우 가스가 더 많이 생겨 냄새가 지독해지겠지만, 일반적으로는 방귀 냄새와 대장 질병이 직접 관련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김용식 교수는 그러나 "방귀와 함께 복통, 식욕부진, 체중감소, 배변 습관의 변화, 혈변 등의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면 대장 질환을 알리는 신호일 수도 있다"며 "이런 증상이 동반된 경우 대장 내시경을 포함한 소화기 계통의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