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키가 더 크기를 바란다. 그런 부모의 마음을 파고드는 게 키 성장제다. 그런데 공정위는 최근 키 성장제와 관련해 거짓·과장광고가 많다며 피해주의보를 발령했다. 키 성장제는 엄연히 일반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인데도, 키를 키우는 약의 효능을 갖춘 것처럼 과대광고하고 고가에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녀 키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모의 키, 즉 유전적인 요소다. 자녀 예상 키의 70% 이상이 부모에 의해 결정된다. 부모의 키를 통해 자녀의 예상 키를 산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남자는 부모 평균 키에서 6.5cm를 더한 키, 여자는 6.5cm를 뺀 키이다. 하지만 영양을 비롯한 외부 환경적인 요소도 성장에 충분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키를 키우려는 노력이 전혀 의미없는 것은 아니다.
성장호르몬은 잠들고나서 1~2시간 뒤 숙면을 할 때 가장 왕성하다. 그래서 충분한 숙면이 키 크는 데는 필수다. 단백질, 무기질 등이 풍부한 음식으로 영양상태를 보충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운동하는 과정에서 몸속 성장호르몬이 자연적으로 생성되므로,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도 성장에 도움이 된다.
또래 100명 중 세번째로 작은 아이까지는 '저신장'으로 본다. 또래 평균 신장보다 10cm 이상 작아도 저신장을 의심한다. 그래서 만 2세부터 사춘기 전까지 매년 성장 속도가 4cm 이하라면 관련 검사를 해봐야 한다.
저신장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성장호르몬이나 갑상선호르몬이 결핍됐을 때 나타난다. 터너증후군, 러셀-실버증후군 같은 염색체 이상이나 뇌종양, 만성 신부전증과 같은 질병이 원인일 수도 있다. 또한 유전적인 영향과 같이 질병과 관계없이 저신장인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의 저신장은 이 경우에 속한다.
비만 역시 성조숙증의 한 원인으로 저신장을 초래하기 때문에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충분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성호르몬이 적당히 분비돼야 한다. 하지만 성조숙증으로 성 호르몬 분비가 많아지면 2차 성징이 너무 이른 나이에 나타나고 성장판도 일찍 닫히게 된다. 때문에 당장은 발육이 빠르고 키가 커보일 수 있지만, 최종 신장은 오히려 작을 수 있다.
저신장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바로 '뼈나이'다. 손 엑스레이 사진을 통해 뼈 나이를 측정했을 때, 실제 나이와 뼈 나이가 일치하는데도 저신장에 속한다면, 성인이 됐을 때도 키가 작을 가능성이 크다. 체질적으로 늦게 크는 아이는 뼈나이를 측정했을 때 실제 나이보다 뼈나이가 어린 경우가 많다.
저신장 치료는 질병이 원인일 경우 원인 질환에 대한 치료가 우선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성장호르몬 치료를 할 수 있다. 특히 성장호르몬 결핍증인 아이에게 성장호르몬 치료를 적용하면 첫 해 8~9cm, 다음해에 7~8cm까지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효과가 좋다.
다만 성장판이 이미 닫히거나 뼈 나이가 너무 진행되어 성장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경우에는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아직 성장판이 열려 있고, 예상되는 성인 키가 작을 것으로 예측될 때 성장호르몬 치료를 적용한다. 사춘기 신체 발달이 끝나면 뼛속 성장판이 닫혀 키 성장이 멈추기 때문에 2차 성징 시기 이전에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성장호르몬 치료는 어릴 때 시작할수록 효과가 좋다. 가능하면 여아는 만 9세 이전, 남아는 만 10세 이전에 치료를 시작할 것을 권한다.
이기형 교수는 "최근 과대 광고를 통해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키 성장제나 의료기기 등이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며 "키가 작아서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반드시 소아성장 전문의에 의한 진단과 상담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