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가 지난 5일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2010)에 따르면 여성 음주자 중 13.7%가 주 1회 이상 폭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 음주자가 42.5%인 것에 비해 낮은 수치라 할 수 있으나, 이는 2005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조사한 전 세계 평균인 4.2%의 3배에 달하는 수치인 것은 물론 여성 폭음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알코올이 특히 여성에게 위험하다는 점을 고려해 주의 깊게 살피고 그에 맞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김석산 원장은 "여성은 남성과 달리 우울, 불안, 화병 등과 같은 정서적인 문제로 술을 많이 찾으며 이런 경우 알코올 의존에 걸리기 쉽고, 병의 증상을 더욱 악화시킨다"며 "더구나 사회적 분위기로 여성이 음주 문제를 드러내놓고 치료받기가 어렵다. 여성 폭음자의 증가는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강음주량 vs 위험 음주량
반면 술은 4~5잔만 넘어가도 위험하다. 알코올 양을 기준으로 하루 50g, 일주일에 170g 이상이면 위험음주로 즉, '과음'이다. 1회 음주량이 건강한 남성은 7잔, 여성은 5잔이 넘으면 '폭음'으로 분류된다.
지나친 음주, 여성에게 더 위험한 이유
사회적으로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술자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여성이 늘었다. 최근에는 급속도로 증가하는 홀로 사는 여성 가구의 증가도 여성 음주인구의 증가를 부추긴다. 많은 여성의 경우 단순히 술을 즐기는 경우 보다 주변 환경에 문제가 생겼을 때 우울증을 겪게 되고, 이러한 문제를 회피하고자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특히 홀로 사는 경우 술을 마시는 행위 자체를 통제하고 제지시켜줄 사람이 없어 알코올 의존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이런 생활들로 알코올 의존에 빠졌을 때 사회적 편견과 냉대 때문에 남성에 비해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게 되는 것은 물론 치료가 늦어질 수밖에 없어 관리가 필요하다.
이런 보편적 이유보다 폭음하는 음주 습관이 여성에게 위험한 이유는 바로 여성의 신체적 조건 때문이다. 지나친 음주나 장기간 음주로 신체 내의 비타민과 칼슘 활용도를 떨어뜨리고 이로 인해 폐경기 여성의 경우 골다공증과 같은 증상이 쉽게 일어 날 수 있다. 또한 피부와 머리카락의 탄력을 없게 하고 여드름을 악화시킨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알코올의 영향을 더 많이 더 빨리 받기에 빈혈과 영양부족, 위경련 등을 일으키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떨어뜨리며, 유방암 발생 비율이 높아진다.
술 취한 여성 비난이 아닌 치료가 필요
여성은 단순히 술을 즐기는 것 보다도 가족문제, 부부문제 같은 생활 스트레스로 인해 폭음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에 문제가 생겼을 때 우울증을 겪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회피하고자 술을 입에 댔다가 알코올 의존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남성의 알코올 의존증은 경제적 문제와 직결되기에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지만, 여성의 경우 직접적인 피해가 눈에 띄지 않아 본인은 물론 주변의 치료의지가 소극적이다.
김석산 원장은 "여성들은 술이 스트레스의 도피처가 될 수 없다. 술 대신 스트레스를 해소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알코올 의존은 혼자서는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초기에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고, 특히 여성 알코올의존증의 가장 큰 치료약은 가족의 관심과 사랑이다"고 강조했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