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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고발]반값 함정, 통큰TV 롯데마트도 외면?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2-04-09 09:22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면 내용이 형식에 가려지기 쉽다.

'솔깃한' 단어에 매몰돼 꼼꼼하게 따지지 않으면 '본전' 찾기가 힘들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값싼 TV가 그렇다.

지난해 대형마트를 필두로 '저렴한 TV'가 쏟아져 나왔고, 구매자들은 순간 열광했다. 콧방귀를 뀌던 삼성, LG같은 '가전 공룡'들도 꿈틀했고, 온라인 쇼핑몰에 백화점까지 가세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싼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입증되고 있다.

첫 번째는 허술한 애프터 서비스(AS), 두 번째는 표현처럼 싸지도 않은 가격, 세 번째는 부풀려진 인기 열풍이다.

'통큰 치킨'으로 붐을 일으킨 뒤 '통큰'시리즈를 잇달아 내놓은 롯데마트의 '통큰 TV'를 살펴봤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선 26인치 LED TV와 32인치 LED TV를 판매중이었다.

매장 직원은 32인치는 팔지 않는다고 했다(4월 5일부터 롯데홈쇼핑이 모뉴엘의 32인치 LED TV를 판매중이다). 26인치 TV는 국내 중소가전업체인 모뉴엘에서 만드는데 가격은 34만9000원.

최근 값싼 TV의 AS 문제는 계속 커지는 양상이다. 롯데마트 직원은 "통큰 TV가 아무래도 중소기업 제품이다보니 AS 불만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부분을 감안해 삼성, LG같은 대기업 제품을 권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기자가 '통큰 TV'를 꼼꼼히 살피자 건너편에 있던 삼성TV를 권하기도 했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유통사와 제조사가 다르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나 이마트(드림뷰, TG삼보에서 만드는 32인치, 49만9000원)는 제조와 AS를 다른 회사에 일임시키고 있다.

모뉴엘과 TG삼보 등이 판매 이후를 책임지게 된다. 롯데마트는 '모뉴엘의 전국 150개 AS센터를 통해 7년간 서비스를 해준다'고 광고하고 있다. 모뉴엘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100개의 AS센터에서 사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100개든, 150개든 AS센터 수가 문제 핵심은 아니다. AS센터 접근 자체가 까다롭다. AS센터와 어렵사리 연락이 닿아도 만족스런 서비스를 못받는 경우가 꽤 있다. 온라인 상에는 이같은 불만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가격 면에서도 그다지 이득이 없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삼성의 26인치 LED TV를 35만원선에 살 수 있다. 롯데마트 '통큰 TV'와 비교할 때 사양이 나으면 나았지 떨어지지 않는다.

롯데마트 매장에선 '통큰 TV' 옆에 같은 인치의 삼성, LG TV를 켜놓고 화질 비교를 하고 있다. 삼성과 LG 제품은 선명도와 명암비 조절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인지 롯데마트 TV보다 화질이 더 나빠 보인다. 하지만 비슷한 LED패널을 사용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롯데마트 TV가 월등하기는 어렵다.

1년 넘게 저가 TV 공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인기 거품이 점차 빠지고 있다. 지난달 선보인 이마트의 드림뷰는 '반값 TV'를 처음 선보였을 때와는 판이하다. 업계 관계자는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통큰 TV는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일종의 '미끼 상품' 의미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저가 TV가 판매 시작 며칠 만에 동이 났던 가장 큰 이유는 식당이나 모텔 등에서의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곳은 화질에 대한 고민보다는 비용을 아끼는 것이 최우선이다.

가정에서 TV를 고를 때는 가격도 중요하지만 기능과 AS에 더 신중할 수 밖에 없다. 롯데마트 매장의 진열 스타일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다. 저가 TV는 점점 구석으로 내몰리는 추세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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