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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씨비스킷' '백광', 현역 경주마 은퇴

나성률 기자

기사입력 2011-11-04 11:28


한국판 '씨비스킷'이자 불굴의 경주마 '백광'이 은퇴한다.

고질적으로 발목을 잡았던 '인대염'이 결국 문제였다. '백광'은 경주마로선 환갑(8세)의 나이에도 지난 10월초 열린 KRA컵 클래식 대상경주에 출전해 마지막 노익장을 과시했다.

하지만 경주 후 마체검사에서 '우중수부계인대염'으로 경주부적격 판정을 받고 결국 경주로와 이별하게 됐다.

안타깝게도 마사회의 은퇴식 조건에 부합하지 못해 소리 소문 없이 경마장을 떠날 처지에 놓인 '백광'을 위해 경마팬(백광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들이 발 벗고 나서 은퇴식을 준비했다.

제주도 청산목장에서 부마 더그룸이즈레드, 모마 그레이크레스트의 자마로 태어난 '백광'은 지난 2005년 데뷔했다. 경주로를 밟은 뒤 불과 3전만에 헤럴드경제배에서 준우승하는 괴력을 보였고, 2006년 대상경주 3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통산전적은 25전11승(승률 44%).

특히 이름처럼 빛의 속도로 마지막 직선주로에서 선두로 치고 올라와 우승을 차지한다고 해 '은빛가속도'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백광'은 2007년 무릎 인대가 늘어나는 '좌중수부계인대염'이란 난치병에 걸려 더이상 경주마로 뛸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가족같은 놈을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한 마주 이수홍씨는 줄기세포 치료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한 뒤 마지막으로 제주도 해변가에 있는 목장으로 자연치유를 택했다. 기적이 일어났다. 자연치유 5개월만에 건강을 되찾은 것.

두차례나 난치병을 이겨낸 '백광'은 1년6개월만에 복귀해 SBS배에서 4위, 11월 대통령배 대상경주에서 준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상금 4000만원은 장애우 재활치료를 위해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됐다.


이수홍 마주는 "제 몸 부서지는 줄 모르고 끝까지 뛰어준 '백광'에 고마움을 느낀다"며 "향후 제주도의 목장에서 노후를 편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해줄 생각이다"고 밝혔다.

한편 '백광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4일 오후 1시 30분 서울경마공원 관람대 앞 시상대에서 열린 은퇴식(서울마주협회 후원)에서 '백광'에게 공로패를, 이수홍 마주에게 감사패를 각각 전달했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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