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이 깊어가는 미사리 경정장에서 아주 특별한 경주가 열린다.
경정이 개장한 2002년부터 시작된 가장 오랜 역사의 대상경주인데다 2011년 연말 그랑프리를 앞두고 최강을 가리는 전초전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쿠리하라 코이치로는 경마의 인기를 능가했던 70~80년대 일본 경정 호황기에 초특급 경정선수로 활약했다. 선수시절 통상상금은 8억5000만엔(약 110억원)에 이른다.
한국 경정에서 그에 대한 일화는 수없이 많다.
2001년 8월 훈련원 교관으로 취임한 그는 훈련정 모터보트가 없어 훈련에 어려움을 겪던 1기 후보생들을 위해 일본 경정에서 사용하던 모터(10기)와 보트(7척)를 사비를 털어 한국으로 들여왔다. 경주운영이나 심판, 경주장비 및 판정, 시설에 이르기까지 그의 자문을 받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다.
경정선수들과 쌓은 인간적인 정은 여간 두텁지 않다. 매년 10월만 되면 선수들은 바다건너 미사리로 오는 스승을 만나기 위해 출전여부와 관계없이 '전원집합'한다.
한국경정의 '사부'로 불리는 그는 2004년 3월 3기 여자선수 20명 양성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경주사업본부 관계자는 "그는 현재 전문제빵학교 2년을 수학하고 수제빵집(미르쿠르)를 운영하며 제2의 삶을 살고 있다"며 "쿠리하라는 지금까지도 매년 자신의 이름이 걸린 경주 수상자들을 위해 자비를 들여 순금 메달을 선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시즌 평균득점 상위자 66명에게 출전자격이 주어진 이번 특별경주는 이틀 동안 등급별 혼합 토너먼트로 펼쳐진다.
이중 1~24위의 선수들이 26일 예선 4경주(12~15R 특선경주)에 출전해, 27일 14경주에 열리는 결승전에 진출할 6명을 가린다.
김민천과 길현태, 사재준 등 미사리 최강자들과 쿠리하라 선생의 애제자로 알려진 권명호 서화모가 우승을 놓고 치열한 한판 승부를 펼칠 전망이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한국경정의 '산파역'을 한 쿠리하라 코이치로를 위한 특별경정이 펼쳐진다. 쿠리하라 코이치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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