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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고발] STX조선, 하도급 횡포 왜 이러나

노경열 기자

기사입력 2011-08-16 11:58 | 최종수정 2011-08-17 15:26



대한민국의 조선 사업은 세계 최고다.

얼마전에는 '7월까지 기록한 올해 수주금액이 352억4000만 달러로 지난 해 연간 수주금액을 넘어섰다'며 중국을 제치고 6개월 연속 수주량 1위를 지켰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렸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런 호황이 하도급업체에까지 느껴지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국내 대표적인 조선기업인 STX조선해양(주)이 7월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부당 하도급대금 결정행위에 대해 지급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7월25일 홈페이지를 통해 STX조선해양이 수급사업자에게 정당한 사유없이 종전 임가공 계약금액을 기준으로 일률적 비율로 하도급대금을 인하한 행위에 대해 하도급대금 지급명령(2억5900만 원)과 함께 과징금(5100만 원)을 부과했음을 알렸다.

STX조선해양은 2008년 1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사내 선행탑재 및 탑재 관련 임가공 협력업체인 (주)흥신에게 선박블록 조립작업을 위탁했었는데 2009년 10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원재료가격의 상승 및 수주실적 감소 등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종전 임가공 계약금액을 기준으로 선행탑재는 25%, 탑재는 30%씩 일률적인 비율로 하도급대금을 인하했다.

STX조선해양측은 "당시 조선 경기가 불황이었다. 우리회사 역시 임원 급여 삭감, 직원 급여 동결 등의 조치를 취하며 경영합리화에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며 이를 일축했다.

공정위는 지급명령과 과징금 부과의 이유로 '(주)흥신이 단순 노무만 제공해 원재료 가격변동과 무관한 점', '같은 인하기간 중 취부공, 용접공, 사상공의 노임단가를 하락하지 않은 점' 등을 들었다.


STX조선해양의 관계자는 16일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사내하청업체(회사 내에 들어와 작업하는 업체)의 경우 작업량에 따라 금액을 정한다. 대금 인하 때도 당연히 합의해서 내렸다"고 설명한 후 "협력사 입장에서는 '열악한 환경인만큼 자의적인 결정이 아니었다'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2008년 호황일 때는 하도급업체에 15%씩 대금을 올려주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기간동안에는 수주실적이 떨어져 이익률 급감이 예상됐다. 우리 자체적으로도 충분히 노력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STX조선해양은 홈페이지에 공정거래 3대 가이드라인 중 하나로 '하도급거래 내부 심의위원회'를 명시할 정도로 '동반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STX조선해양 관계자 역시 "조선이라는 것은 클러스터(유사 업종 내에서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기업들이 모여있는 것) 단위로 움직여야만 하는 사업이다. 협력업체 없이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모두 힘을 모았기 때문에 조선업이 세계1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공정위의 결정으로 인해 이런 STX조선해양의 기업정신은 상당부분 퇴색돼 버렸다.

'대기업들만 이익을 얻고 중소기업들은 죽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불황 상태다.

한국조선업이 다행히 '세계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는 있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해선 하도급업체를 더욱 탄탄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노경열 기자 jkdroh@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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