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자연생태계의 보고 대야산 자연휴양림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1-08-08 10:29



대야산(931m) 정상으로 향하는 길목인 '밀재'에서 잠시 땀을 식히니 진한 숲 냄새가 밀려온다. 대야산에는 소나무가 참 많다. 소나무들은 능선 뿐만 아니라 골짜기까지 내려와 강렬한 피톤치드를 내뿜는다. 여름 산행의 묘미는 다른 계절에 비해 피톤치드를 듬뿍 마실 수 있다는 것이다. 피톤치드가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는 말에 일행들은 연방 심호흡을 해댄다. 폭염주의보 속의 숲생태체험 행사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도 도시에서는 맡을 수 없는 진한 숲 향기 때문일 것이다.

산림청 녹색사업단(복권기금) 후원으로 올들어 4번째 진행된 '2011 대한민국 그린그린 마운틴' 숲생태체험의 현장은 국립 대야산 자연휴양림.

속리산을 막 벗어난 백두대간이 북쪽 이화령으로 넘어가는 통로에 봉긋 솟아오른 봉우리가 바로 대야산이다. 희귀 동식물들이 많아 한반도의 핵심 생태축이라 불린다. 대야산 자연휴양림은 자연생태계의 보고인데다 문경새재, 견훤 유적지, 봉암사 등이 인근에 자리잡고 있어 가족동반 휴양지로는 안성맞춤인 곳이다.

지난 6일(토) 오전 6시30분 서울역 부근 스포츠조선 본사 앞. 4대1의 경쟁을 뚫은 숲체험단 일행을 태운 전세버스는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름휴가의 피크인지라 고속도로가 막힐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김밥으로 못다한 아침식사를 하면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2시간30분쯤 달리니 '대야산 자연 휴양림'(경북 문경시 가은읍) 안내판이 한 눈에 들어왔다.

김명수 팀장을 비롯한 휴양림 관리소 직원들이 반갑게 숲체험단 일행을 맞았다. 피서객으로 붐빌 것으로 예상했던 휴양림은 의외로 한산했다. 김명수 팀장은 "7월말부터 8월초까지 흐리고 비온 날이 길게 이어지면서 내방객이 예년의 6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고 했다.

산행은 휴양림 입구에서 용추계곡→ 월영대→ 밀재로 이어지는 코스에서 진행됐다. 대야산휴양림관리소 직원이 3명이나 나서 안전산행을 뒷바라지했다. 월영대에서 밀재에 이르는 구간을 제외하곤 코스가 평탄해 산행에 서툰 여성 체험단원들도 신바람을 냈다. 용추계곡을 오르는 숲길에는 고마리, 누리장나무, 닭의장풀, 돌콩, 산초나무, 층층이꽃, 칡 등 여름꽃들이 가득했다. 굴참나무, 소나무, 신갈나무는 큰키를 자랑하며 체험단원들을 호위했다.

문경이 조선시대 분청사기 도요지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일까. 산 중턱에서 도자기 파편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옛 도공의 혼이 그대로 담겨있는 조각난 도자기를 살펴 보는 것도 대야산 휴양림에서만 누릴 수 있는 정취다. 등산로 곳곳을 가로지르는 계곡물의 돌다리를 건너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등산복이 젖으면 어떠랴. 양팔을 올려 뒤뚱뒤뚱 건너기 보다는 얼음장처럼 차거운 물에 등산화를 푹 담그고 싶은 심정이다.


산행은 아쉽게도 정상 언저리 '밀재'에서 멈춰야 했다. 멸종위기 동식물인 노란목도리 담비, 삵, 망개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등산금지 푯말이 보였기 때문이다. 밀재→ 대야산 정상→ 장성봉→ 악휘봉으로 이어진 14.9km 구간은 당분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않는 생명과 평화의 공간으로 남을 것이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체험단원들은 다시 한번 아쉬움을 달랜 채 하산에 나섰다. 산행으로 늦은 점심식사가 오후 2시30분 문경읍 식당에서 예정돼 있어 서둘러 내려가야 했다. 태풍 '무이파'의 영향으로 퇴약볕은 피해지만 땀은 비오듯 쏟아졌다.

휴양림 입구가 저만치 보이자 너나 할 것 없이 계곡물에 뛰어들었다. 등산복 차림 그대로 물속에 온 몸을 담근 체험단원도 보였다. 산행 후에는 목공예 강습이 예정돼 있었지만 '전격 취소!'. 숲체험단원 정지웅씨(53)는 "등산 코스가 완만한데다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산행하는 맛이 일품"이라며 짧은 여정을 아쉬워했다. <김 용 기자 ykim@sportschosun.com>


'대한민국 그린그린 마운틴 캠페인'에 참여한 숲생태체험단원들이 국립 대야산 자연휴양림 산행에 나서고 있다. <문경=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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