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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커진 KPGA, 세대 단절 깨는 '소통'의 무대가 될까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7-09-21 21:44


제네시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동반라운드 중인 최경주(왼쪽)와 양용은. 사진제공=KPGA

소통이란게 생갭다 거창하지 않다.

출발은 접촉면 확보다. 면을 조금씩 늘려가면 된다. 접촉이 아예 없으면 오해가 쌓인다. 뜸해지는 건 여러 원인이 있다. 나이 차가 너무 나다보면 소통이 힘들어진다. 위는 아래가 불편하고, 아래는 위가 어려워서다. 하지만 정작 대화를 시작해보면 의외로 서로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윗 사람에게서는 경험을 통해 쌓인 지혜와 포용이, 아랫 사람에게서는 트렌디한 지식과 생동감, 그리고 진취적인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정작 대화의 물꼬를 트고 나면 나쁘기만 한 사람도 없다.

소통 부재 속에 지역갈등보다 세대갈등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 골프계도 예외는 아니다. 판이 커지니 사람이 모인다. 노장과 청년이 자연스레 한자리에 모인다. 그러다보니 묘한 긴장감도 있다. 평소 쌓여왔던 세대 단절, 묵은 갈등이 표출되기도 하고 반대로 풀리기도 한다.


제네시스 챔피언십 기자회견 하는 최경주. 사진제공=KPGA
"요즘 후배 선수들의 연령층이 낮아졌는데, 인사를 하는 것인지 고개가 아파서 움직이는 것인지 인사법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인사 하나가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잘 모르는 것 같다." 21일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개막된 제네시스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우승상금 3억원)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경주(47)의 작심 발언이다.

세대가 다르면 이해가 안 갈 수 있다. '다름'이 존재한다. 살아온, 골프 인생의 궤적이 딴 판이기 때문이다.

최경주는 PGA 1세대인 한국 골프의 전설이다. 결과보다 무에서 유를,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과정 자체가 어마어마한 인물이다. 완도 화흥초등학교에서 축구, 역도 선수로 뛰던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골프채를 잡았고 서울로 전학해 골퍼의 길을 걸었다. 골프를 느즈막히 시작한 '촌놈'에게 지도자, 선배의 말은 곧 하느님 말씀이었을게다. 시키면 시키는대로 속된 말로 '무식할 정도로' 반복, 또 반복했다. 전설의 개척자는 그렇게 탄생했다. '연습이 자신감이요, 자신감이 곧 실력'이라고 배우고 믿는 터라 최경주는 '골프가 안된다'는 사람들의 하소연에 대해 늘 이렇게 단언한다. "연습 부족입니다." 그의 시선에서 볼 때 정말 오랜만에 마주치는 까마득한 후배들의 가벼운 목례는 불편하게 느껴졌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쩌면 단절로 인한 오해에서 비롯된 시선일 수도 있다. 속된 말로 '싸OO' 없는 일부 젊은 골퍼를 빼면 최경주, 양용은 등 1세대 PGA 개척자에 대한 존경심이 없는 선수는 없다. 다만 어쩌다, 멀찌감치서 보다보니 선뜻 다가서기 어려울 뿐이다. 선배들보다 체계적이고, 나은 환경에서 골프를 배워 소위 '고생을 안해본'이란 수식어를 달고 있을런지 모른다. 하지만 고생을 안했다는 게 꼭 부정적 인성의 동의어인 것만은 아니다. 보다 많은 접촉과 커뮤니케이션이 우선이다. 그런 면에서 해외에서 활약중인 골퍼들이 대거 참가하는 이번 제네시스 챔피언십은 세대 단절을 깨는 소통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제네시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아이언샷을 하는 노승열. 사진제공=KPGA
이번 대회에는 국내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이 대거 참가했다.


대회 첫날인 21일 1라운드에서는 김승혁이 8언더파 64타로 3타 차 단독 선두에 나섰다. 이어 전가람(22)과 문경준(35)이 나란히 5언더파 67타를 기록해 공동 2위로 첫날 경기를 마쳤다. 14년 만에 국내 대회 동반 플레이를 펼친 최경주와 양용은은 중위권에 그쳤다. 최경주는 1오버파 73타를, 양용은은 이븐파 72타를 기록했다. 최경주가 이번 대회 컷을 통과할 경우 KPGA 코리안투어 30개 대회 연속 컷 통과 기록을 세우게 된다.

한편, PGA에서 시즌을 마치고 국내 무대 첫 우승을 노리는 노승열(26)은 1오버파 73타를, 코리안투어 상금랭킹 1위 장이근(24)은 3언터파 69타로 1라운드를 마쳤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제네시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티샷하는 장이근. 사진제공=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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