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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년 만에 다시 올림픽 무대에 오른 여자골프의 금메달 주인공은 박인비(28·KB금융그룹)였다.
장애물이 많았다. 박인비는 왼손 엄지 손가락 인대 손상으로 올림픽 출전까지 불투명했다. 그는 통증을 참고 그린에 섰다. 주위에선 박인비가 포기했으면 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보란 듯이 승리했다.
지난해 8월에는 LPGA 투어 사상 7번째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인비는 지난 6월 LPGA투어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입회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 최초로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대기록을 세웠다. 골프 역사를 새롭게 썼다.
-몇 번 홀에서 금메달을 예감했나
전반 시작이 좋았다. 전반 끝나고 우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들뜨고 싶지 않았다. 많이 다운시키려 노력했다. 10번홀 보기 하면서 자연스레 평정심을 찾았다. 진짜 내가 따겠다 싶었던 것은 17번홀 버디하고서다. 그때부터는 이상한 짓을 해도 금메달 따겠구나 싶었다(웃음).
-올림픽 준비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내가 원하는 올림픽에서의 모습은 대회를 하다가 중간에 올림픽이 있으면 했다. 그게 긴장도 덜하고 플레이를 수월하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상황이 그렇지 못했다. 그 안에서 최대한 끌어내려 노력했다. 어떨 땐 노력만으로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는 후회없이 하고 싶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에게 떳떳한 플레이하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그렇게 하니까 굉장히 열심히 하게 됐다. 전에도 열심히 했지만 확실히 더 열심히 하게됐다. 자신감을 가지려 했다. 자신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경기가 될 것 같았다.
-정말 통증이 없었나
사실 통증이 없던 적은 없다. 그게 조금 심하고 덜 심하고의 차이다. 이번주 만큼은 정말 통증 때문에 못친다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전보다 나아진 것은 확실했다. 통증은 아직까지도 분명 있는 상태다. 완치를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번에 경기 해보니 전에 한참 좋을 때보단 거리가 줄었다. 미스 샷도 하나씩 툭툭 나오기도 했다. 생각 못한 위기도 있었다. 더 단단해져야 한다.
-선수로서 목표를 다 이뤘다. 다른 목표가 있나.
올림픽은 큰 목표였다. 전에는 다른 걸 생각해본 게 없었다. 그래서 올림픽에 모든 것을 쏟았다. 이제 다음은 잘 모르겠다. 일단 더 건강해지고 컨디션을 회복해야 한다. 몸을 많이 혹사시켰다. 마지막 라운드까지 완벽해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힘든 시간 보냈다. 휴식이 필요하다. 몸에 남은 에너지가 없는 기분이다. 에너지 충전을 해야 한다.
-최초로 골든 그랜드슬램을 이뤘다.
테니스 선수 이야기를 듣고 골든 그랜드슬램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도 이루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 주인공이 돼서 믿기지 않는다. 선두로 달려왔음에도 금메달 딸 수 있을까 의심했다. 계속 의심했고 긴장 늦추지 않았다.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는 것은 행운이고 골프 선수로서 바랄게 없다.
-힘든 시간 이겨낼 수 있던 비결은.
가족이다.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나가서 못 치면 진짜 돌아올 게 뻔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난 조용한 스타일인데 큰 용기였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았다. 안 나가면 어쨌든 욕은 안 먹을 것일텐데…. 그러나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욕먹을까봐 포기하는 것은 선수로서 올림피언으로서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부딪혀보자고 했다. 대신 만반의 준비를 다 하자고 생각했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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