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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골퍼' 리디아 고에게 한국이란?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4-03-06 16:52


사진제공=캘러웨이 골프

'천재 골퍼' 리디아 고(17·뉴질랜드)에게 한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다. 1997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6세 때 부모를 따라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났다. 뉴질랜드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그는 이민 이후 9년 동안 한국을 찾지 않았다. 그러나 뉴질랜드 생활 속에서도 부모님의 나라 한국은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한국 음식과 대중 문화는 17세 소녀가 짊어진 골프 선수 인생의 무거운 짐을 조금이나마 덜게 해주는 하나의 탈출구였다.

지난해 프로로 전향한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가 한국을 찾았다. 지난 1월 골프용품 회사 캘러웨이 골프와 계약한 리디아 고가 6일 서울 중구 그랜드 앰베서더에서 열린 '캘러웨이 토크 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이날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그는 저녁에 다시 미국으로 향했다. 캘러웨이 소속의 배상문 김대현 이상희 양수진 등과 함께 무대에 오른 그는 짧은 한국 체류지만 오랜만에 한국어로 수다를 떨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가득 드러냈다.

한국을 말하다

"행사에 참가하기 전에 아침에 간장게장을 먹고 왔다." 입국 후 리디아 고의 첫 행선지는 '맛집'이었다. 오전 10시 30분에 예정된 행사에 앞서 서울 강남 신사동의 간장게장집을 찾았다. 오랜 해외 생활에도 한국어와 한국의 맛을 잊지 않았단다. 그는 "뉴질랜드에 살면서 9년 동안 한국에 오지 못했었는데 그 이후로 벌써 5번째 방문했다"라면서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 제주도에 가면 흑돼지를 폭풍 흡입한다"고 말했다. 어릴적 한국을 떠났지만 능숙하게 한국말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 사회자인 개그맨 서경석의 당혹스러운 질문에도 농담으로 맞받아쳤다. 서경석이 "직접 만나보니 어떤 인상인가?"라고 묻자 "화면보다 더 자상하다"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실물이 더 낫다'라는 답을 기대했던 서경석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리디아 고의 유창한 한국어의 비결은 아버지였다. 그는 "아빠가 영어를 아예 못하신다. 아빠랑 얘기하느라 한국어를 잘한다. 모두 아빠 탓이다"라며 미소를 보였다.

뉴질랜드와 미국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생활을 하며 쌓인 스트레스도 한국의 대중 문화로 푼다. 그는 "한국 방송을 많이 본다. 집에 오거나 숙소에 들어가면 한국 예능이나 드라마를 즐겨본다. 계속 골프를 생각하면 스트레스 받으니 재미있는 걸 보고 미친듯이 웃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답했다. 최근 한국에서 방송 중인 인기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줄줄이 언급했다. 송지효, 소지섭, 김수현, 김우빈, 유재석 등 인기 스타들을 향한 팬심은 17세 소녀의 모습 그대로였다.

내년에 고등학교에서 졸업하는 리디아 고의 대학 생활도 한국에서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대학은 꼭 가고 싶다. 한국에 좋은 대학이 많다. (유)소연 언니나 다른 언니들도 투어 활동을 하면서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다. 나도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싶다. 대학은 100% 가는데 아직 어느 학교에 갈지는 모르겠다."

올시즌 가장 갖고 싶은 우승컵은?

리디아 고의 아마추어 경력은 화려함, 그 자체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프로 대회에서 통산 4승을 거뒀다. 2012년 1월에는 14세9개월 5일만에 호주여자프로골프 투어 뉴사우스 웨일스 오픈 우승을 차지하며 아마, 프로 통틀어 최연소 우승기록을 작성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인 캐나다오픈에서는 2012년과 2013년에 2연패에 성공했다. 2013년 2월에도 뉴질랜드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도 갈아치웠다.


그렇다면 지난해 말 프로 전향으로 올시즌 루키 시즌을 보내고 있는 리디아 고가 가장 욕심을 내는 우승 트로피는 무엇일까. 새 역사를 노래했다. 그는 "올해 가장 갖고 싶은 타이틀은 캐나다여자오픈이다. 2연패도 쉽지 않았는데 3연패는 정말 어려운 어려운 거니깐 하고 싶다"고 밝혔다. 리디아 고는 프로 전향후 단숨에 세계랭킹 4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톱랭커에 대한 욕심보다 순위 유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꾸준히 이 자리만 유지해도 좋을 것 같다. 아래 위에 있는 언니들이 잘 치시니, 나는 자신을 컨트롤하고 내 플레이를 하는데 집중하겠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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