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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선수와 캐디, 어떤 관계일까?

신창범 기자

기사입력 2013-07-02 17:56 | 최종수정 2013-07-03 10:14


골프 선수와 캐디는 동반자의 관계다. 하지만 선수는 언제든지 캐디를 해골할 수 있다. 사진은 양용은이 라운드 도중 캐디와 이야기 나누는 모습. 스포츠조선 DB



골프에서 선수와 캐디는 어떤 관계일까. 한마디로 동반자다.

실제로 경기를 펼치는 쪽은 선수다. 그러나 캐디의 역할도 크다. 프로선수의 캐디는 경기보조원 이상의 존재다. 클럽을 관리하고, 캐디백을 운반하고, 선수의 스케줄을 모두 챙기는 일종의 로드 매니저다. 대회에 앞서 코스답사를 하면서 코스 전반을 훤히 꿰뚫고 있어야 한다. 모든 일에서 선수보다 한발 앞서 다녀야 한다. 선수의 샷 특성을 파악해야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경기 중 흥분하기 쉬운 선수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냉정하게 조언하는 것도 중요하다. 캐디는 골프룰에 의거 경기중 선수에게 유일하게 조언할 수 있다. 캐디는 골프도 알아야 하고, 사람도 알아야 한다.

한마디로 '일당백'이다. 이같은 많은 일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일은 선수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줘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 등 가족이 캐디로 나서는 경우도 많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경우 캐디들은 예선만 통과해도 상금의 5%를 보너스로 받는다. 톱10에 속할 경우 7%, 우승은 10%를 챙긴다. 돈을 떠나 선수와 캐디는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하지만 고용관계는 보장되는 게 없다.

선수는 언제든지 캐디를 해고할 수 있다. 실제로 라운드 중에 캐디를 해고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것도 메이저대회에서다. 박인비가 우승을 차지한 US여자오픈에서 일어났다.

화제의 주인공은 2011년 HSBC 위민스챔피언스 우승자 제시카 코르다(미국)다. 1998년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우승자 페트르 코르다의 딸인 제시카는 지난 30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주 사우샘프턴의 서보낵 골프장에서 열린 US여자오픈 3라운드 전반 9홀을 마친 뒤 캐디 제이슨 길로이드에게 "당신은 해고야"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해고 통지를 했다. 길로이드는 캐디 조끼를 벗고 코스를 떠났고 대신 백은 여친을 응원하기 위해 대회장에 나온 남자친구 조니 델프리트가 맸다.

제시카는 "처음 9개 홀을 도는 동안 캐디와 의견이 너무 맞지 않았다"며 이유를 밝혔다. 코르다는 "이 대회는 US오픈이고 나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도저히 마음에 안정을 찾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제시카는 "길로이드는 훌륭한 캐디"라며 "나도 이런 결정을 쉽게 내린 것은 절대로 아니다"라고 말했다. 캐디 교체 효과 때문인지 전반에 5타를 잃었던 코르다는 후반 9홀에서 1타를 줄여 순위를 끌어올렸다. 코르다는 "델프리트가 내 마음을 진정시켜줬다"고 말했다. 이처럼 선수의 말한디에 짐을 싸야 하는 게 캐디의 운명이다.

그러나 캐디로 돈방석에 오른 사람도 있다. 바로 타이거 우즈(미국)의 전직 캐디이자 현재 애담 스콧(호주)의 캐디인 스티브 윌리엄스다. 윌리엄스는 우즈와 12년을 함께하며 부와 명예를 누렸다. 윌리엄스는 우즈 때문에 1000만달러(약 120억원) 이상을 번 '황제 캐디'다. 연간 100만달러(약 12억원)를 넘게 벌었는데 웬만한 PGA 프로 선수보다 많았다.


캐디 때문에 실격당하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일본 투어에서 11승을 거둔 안선주는 캐디의 실수로 실격을 당했다. 캐디가 나침반을 사용했다는 게 이유였다. 지난달 22일 일본 지바 현 소데가우라CC에서 열린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니치레이디스 2라운드에서 안선주가 5번 홀에서 세컨드 샷을 하기 전 캐디는 바람의 방향을 체크하기 위해 나침반을 꺼내 들었다. 이 캐디는 프로선수 전문 캐디가 아니라 이 골프장에 소속된 하우스 캐디였다. 평소 주말 골퍼들을 보조할 때처럼 별다른 생각 없이 나침반을 사용했던 것이다. 이 광경을 지켜본 동반 플레이 선수의 캐디가 전반이 끝난 후 경기위원회에 이 사실을 제보했고 경기위원회는 캐디에게 사실 확인을 한 뒤 안선주에게 실격 판정을 내렸다.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골프규칙 14조 3항 '인공의 장치와 비정상적인 용구'에는 '플레이어가 라운드 중 바람의 방향이나 잔디 결의 방향을 판단하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해 나침반을 사용하는 것은 규칙에 위반된다'고 명기되어 있다.

골프장 측은 지배인 명의로 즉시 안선주와 대회 주최 측에 사과를 했다. 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캐디에 대한) 지도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캐디의 실수로 선수가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는 종종 있다. 2001년 브리티시오픈 최종 라운드에서는 이언 우즈넘(웨일스)은 캐디가 15개의 클럽을 갖고 나오는 바람에 2벌타를 먹었다. 골프 규칙에 따르면 14개의 클럽까지만 캐디백에 넣을 수 있다. 우즈넘은 캐디의 실수를 감싸 안았지만 그 캐디는 2주 후 스웨덴에서 열린 스칸디나비아오픈에서 지각을 하는 바람에 결국 해고됐다.

2011년 한국 투어 매경오픈에서는 홍순상이 캐디가 다른 선수 캐디백에 클럽을 집어넣는 바람에 2벌타를 먹고 컷오프 당하는 일도 있었다. 2010년 한국 여자 투어에서는 당시 아마추어였던 장수연이 캐디의 실수로 다 잡았던 우승을 놓쳤다. 15번홀에서 세 번째 샷을 할 때 캐디가 놓아둔 골프백이 하필 홀 방향으로 서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규칙 위반으로 2벌타를 먹었고, 결국 연장전 끝에 패했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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