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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골프 대디'들은 억척스럽다. 딸의 골프 입문과 뒷바라지에서 끝나지 않고 직접 캐디백을 메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웬만한 여자선수들은 예외없이 아버지 캐디와 함께 한 경험이 있다. 지금도 여자 대회에는 끙끙 거리며 캐디백을 옮기는 아버지들로 북적인다. 김씨는 "전문 캐디가 터무니없이 부족한 국내 현실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 딸은 내가 제일 잘 알고, 내가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아버지들이 나서는 것 같아요. 근데 그거 다 욕심이죠." 라고 말했다.
김씨도 2년전에는 누구보다 딸의 캐디 일에 열심이었다. "그때는 퍼팅 라인 한번 잘 못 봐서 하늘이가 실수라도 하면 밤에 잠을 못 잤어요. 엄청난 스트레스였어요. 주위에선 경치좋은 골프장에서 좋은 공기 마신다고 하지만. 그거, 사람 할 짓 못 됩니다."
자신에게 계속 의존하는 딸을 보면서 마음을 굳혔다.
"사실 딸의 심리나 특성은 부모가 가장 잘 알죠. 골프라는 종목이 민감하잖아요. 하지만 부모가 함께하는 것이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같이 플레이하다보면 서로 마음에 상처가 생길 수도 있고. 언제부턴가 하늘이를 보니 한번씩 실수가 생기면 아빠 탓으로 돌리기도 하더라고요. 지금은 달라졌어요. 이제는 스스로 책임집니다. 더 성숙해졌다고 봐야죠."
주위에 있는 골프 학부형과 선수 부모들에게도 자신의 소중한 경험을 전해주고 싶은 생각이 있다.
"공부도 마찬가지지만 골프 역시 스스로 깨우치고 성장하게 놔둬야 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죠. 관리에는 한계가 있어요."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