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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기회가 주어지면 늘 자기 몫 이상을 하는 선수다."
'이겨야 사는' 10일 요르단 원정, 후반 6분, 손흥민의 빈자리에 선발로 나선 황희찬이 전반 상대 태클에 쓰러졌고, 그 자리에 투입된 엄지성이 후반 3분 무릎 부상으로 물러난 상황,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홍명보 감독의 빼든 카드는 2003년생 배준호와 2001년생 오현규였다. 암운이 드리운 가운데 등장한 '막내온탑' 배준호는 말 그대로 '빛'이었다. 이강인의 공격 활로가 상대의 밀집 수비에 막힌 새 왼쪽에서 배준호가 끊임없이 번뜩였다. 후반 23분 오현규의 쐐기골을 이끈 전진 패스, 후반 34분 왼쪽 측면에서 유려한 드리블에 이어 상대 수비 틈새로 중앙으로 파고들며 날린 슈팅은 눈부셨다.
축구 통계전문매체 풋몹에 따르면 배준호는 45분간 1도움, 패스 성공률 100%(29회 중 29회 성공), 키패스 성공률 100%(2회 중 2회 성공), 드리블 성공률 100%(2회 중 2회), 볼 경합 성공률 100%(3회 중 3회 성공), 유효슈팅 1회 등 말 그대로 만점 활약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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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중 감독이 말한 대로였다. 작년 겨울 배준호가 뛰고 있는 스토크시티를 김태민 수석코치와 함께 방문했던 김 감독은 "(배)준호 경기는 늘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스토크시티에 갔더니 선수들이 준호만 찾더라"며 흐뭇함을 표했다. "공격형 미드필더, 왼쪽 윙포워드 등 공격쪽에서 어느 포지션이든 두루 다 쓸 수 있는 선수지만 특히 왼쪽 윙포워드에서 자신이 가진 장점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선수"라고 평했다. "1대1 능력이나 상대를 제압하고 효과적으로 라인을 부수는 부분, 밀집된 수비를 깰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라고 칭찬했다.
K리그 최고의 공격수 출신인 김 감독은 '고교랭킹 1위' 배준호의 멀티 재능을 깨운 지도자다. 배준호는 "원래 공격형 미드필더였는데 김은중 감독님을 만난 뒤 멀티플레이어 성향을 갖게 됐고, 스토크시티에선 왼쪽 윙어로 더 많이 나섰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포변(포지션 변동)'을 제안한 이유는 분명했다. "'고교랭킹 1위'라는데 공격형 미드필더를 시켜보니 컨디션 문제였는지 듣던 수준이 아니었다. 준호의 장점을 살리려면 어디가 가장 잘 맞을지 고민했고, 포르투갈 평가전을 앞두고 왼쪽 윙포워드를 제안했다"고 했다. 1대1 돌파와 드리블 등 배준호의 특장점을 살리려면 공간이 필요한데 중앙이 촘촘한 현대축구에서 중앙을 뚫어내고 공간과 기회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김 감독은 "준호가 '저 그 포지션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요' 하더라. '네 장점을 살리기 위한 선택이다. 공격적으로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자유롭게 프리롤로 한번 해보라'고 설득했고, 준호가 그 경기를 정말 잘했다. 이후 포지션에 대해 서로 아무 말이 없었다"고 돌아봤다.
김 감독은 요르단, 이라크 등 중동 국가를 상대로도 배준호가 충분히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 이미 예언했었다. "파리올림픽 최종예선전 때 사우디와와 평가전에서도 잘했다. 20세 이하 월드컵 때도 남미, 유럽 다 만났지만 어느 나라, 어느 선수를 만나도 구애받지 않는 스타일이다. 무엇보다 이미 그럴 시기는 지났다. 스토크시티 선수들과 팬들이 인정하는 선수다. 걱정 없다. 기회가 주어지면 늘 자기 몫 이상을 하는 선수"라고 전언했다. 스승의 믿음대로였다. 한국 축구의 난세에 '준비된 신성' 배준호가 할 일을 했다. A매치 3경기에서 벌써 1골 1도움이다.
김 감독은 요르단전 직후 배준호의 활약상을 묻자 "들어가고 나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20세 월드컵 때도 준호는 하고 싶은 걸 다했다. 기회가 오면 잡을 준비가 돼 있는 선수"라고 했다. "준호는 스토크시티보다 더 높은 수준의 팀에서도 잘 뛸 수 있는 선수다. 그라운드에서 더 욕심을 내도 된다. 내가 본 선수 가운데 좌우 밸런스, 볼을 치고 나가는 타이밍, 패스, 드리블 능력이 정말 뛰어나다. 우리팀의 안데르손과도 비슷한 느낌"이라더니 "향후 한국축구 차세대 대표팀을 책임질 재원"이라고 확신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