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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못하길 바라며 응원" 야유속 태극전사,김민재 일문일답 전문

전영지 기자 영문보기

기사입력 2024-09-06 09:28 | 최종수정 2024-09-06 09:55


"우리가 못하길 바라며 응원" 야유속 태극전사,김민재 일문일답 전문
쿠팡플레이 화면 캡처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우리가 못하길 바라며 응원해주시는 부분들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홍명보호 센터백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팔레스타인전 후 팬들의 야유에 자제를 요청하는 제스처를 취한 데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홍명보 신임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A대표팀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에서 FIFA 96위 팔레스타인에서 0대0으로 비겼다. 90분 내내 경기력에서 앞섰지만 유럽에서 막 돌아온 선수들의 몸이 무거웠고, 최악의 잔디 상태에서 평소의 유려한 패스워크도 나오지 않았다. 팬들의 항의 플래카드, 야유까지 쏟아지는 어수선한 분위기, 점점 마음이 급해졌고 결정적 골 찬스를 잇달아 놓쳤다. 위축된 모습이 역력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이후 10년 3개월 만에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은 홍명보 감독의 복귀전은 악몽같았다. 7월 대한축구협회가 전력강화위원회 논의 과정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감독 선임을 발표한 후 팬들은 협회의 요청을 수락한 홍 감독에게까지 비난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6만여 관중이 경기중 전광판에 홍 감독의 얼굴이 비칠 때마다 야유를 쏟아냈다. 팬들은 선수들을 향한 야유가 아니라지만 선수들 역시 안방 야유에 영향을 받을 수 없는 상황. 절대적 응원 속에 12번째 전사, 팬들과 똘똘 뭉친 원팀이 돼 승점 3점을 반드시 따내야할 홈경기에서 결국 모든 것을 놓쳤다.

경기 후 김민재는 관중석에 다가가 팬들을 향해 굳은 표정으로 자제를 요청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팬들과 언쟁을 벌이는 듯한 장면도 나왔다.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김민재는 "다들 심각하게 생각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그냥 선수들을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며 "사실 저희가 시작부터 못 하지는 않았다. 또 (내 뜻을) 왜곡해서 내 SNS에 찾아오셔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우리가 (경기) 시작부터 못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가 못하길 바라며 응원" 야유속 태극전사,김민재 일문일답 전문
2026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대한민국과 팔레스타인의 경기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김민재가 패스를 시도하고 있다.상암=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9.04/
김민재는 "못하기를 바라고 응원해주시는 부분들이 조금 아쉬워서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그렇게 말씀드린 거고, 전혀 심각한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했다.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셨으면 좋겠는데, 그건 그냥 생각하기 나름이니까 그렇게 받아들인 분들은 그러시면 될 것같다"고 덧붙였다. 야유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는가를 묻는 질문에 김민재는 "그런 것으로 변명하고 싶지 않다. 선수들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나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워서 그렇게 말씀 드렸다"고 말을 아꼈다.

'캡틴' 손흥민도 팬들의 야유에 대한 질문을 피해가지 않았다. 손흥민은 "속상하다. 팬분들의 입장을 내가 대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팬분들이 원하는 감독님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선수들도 이미 감독님이 결정됐기 때문에 그 감독님의 옷을 입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결과를 바꿀 수는 없다. 염치없지만 주장으로서 팀을 생각한다면 많은 응원과 사랑을 부탁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재의 행동과 관련해선 "그런 케이스가 다시는 나오면 안 된다"면서도 팬들을 향한 메시지도 함께 전했다. "팬과 선수들의 관계가 좋아야 하고 팬분들 역시 이 경기장에서 팀이 승리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선수들을 응원하러 오시는 것이다. 선수들에게 좋은 이야기, 격려를 많이 해주시면 선수들 역시 그 원동력으로 뛸 수 있게 된다. 우리가 홈에서 경기할 때만큼은 적을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상대를 무너뜨리는데 어떻게 하면 더 큰 도움이 될지 곰곰이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강인 역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많이 안타깝고,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감독님과 함께한 첫 경기에서 응원이 아닌 야유로 시작한 것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감독님이 우리를 꼭 이기는 좋은 축구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실 것이라고 믿고 있다"면서 "(팬들이)아쉽고 화가 나겠지만, 더 많은 응원과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김민재 일문일답 전문]

-경기 총평.

홈에서 결과를 가지고 왔어야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 다음 경기 꼭 이길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

-홍명보 감독과는 처음이었다.

준비한 것이 이번 경기에 잘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 것 같다.

-경기 뒤 팬들과 어떤 얘기했나.

다들 심각하게 생각하고 계신 것 같다. 선수들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사실 우리가 시작부터 못하지는 않았다. 왜곡해서 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찾아오셔서 또 그런 말씀 하는 분들 계신다. 우리가 시작부터 못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못하길 바라며 응원해주시는 부분이 조금 아쉬워서 그런 말씀을 드린 것이다. 전혀 공격적으로 말씀 드린 것이 아니다. 가서 조금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했다. 전혀 심각한 분위기 아니었다.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셨으면 좋겠는데, 생각하기 나름이니까 그렇게 받아들이실 분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시면 될 것 같다.

-잔디 상태 어땠나.

잔디도 조금 좋지 않기는 했지만 그것도 경기의 일부분이다. 그걸로 변명하고 싶지 않다.

-경기 중 야유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나.

그런 것으로 변명하고 싶지 않다. 선수들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나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워서 그렇게 말씀 드렸다.

-오만전 각오.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팬들이 와서 응원해주셨다. 선수들도 그렇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팬들 찾아간 것에 대해 좋지 않게 생각하실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셔도 되는데 전혀 그럴 의도 없었다. 공격적으로 한다거나 한 것은 없었다. 좋지 못한 경기력, 선수들이 잘했어야 했는데 죄송하다. 다음 경기 꼭 잘해서 이기도록 하겠다.

-야유가 선수들이 아닌 감독님과 대한축구협회를 향했다.

사실 경기장에서는 우리가 (경기를)시작하기 전에 (야유를)들어서 그게 아쉬워서 말씀 드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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