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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황태자' 황인범이 마침내 빅클럽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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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예노르트에 따르면 황인범은 아직 이적 절차가 남아 있어 경기에 출전하진 않는다. 등번호는 4번이 될 예정이다. 마침 9월 A매치가 있어, 본격적인 네덜란드 리그 데뷔는 그 이후가 될 전망이다.
페예노르트는 최적의 선택지로 여겨진다. 해외 진출 후 꾸준히 유럽 빅리그 문을 두드리던 황인범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소위 4대리그(잉글랜드,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의 제안을 기다렸던 게 사실이다. 세르비아 매체발로 레알 베티스(스페인), 크리스탈 팰리스(잉글랜드) 등의 관심설이 보도됐다. 분데스리가 복수 클럽과도 연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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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 유력 일간 폴리티카는 탄유그 통신을 인용, '황인범이 즈베즈다의 새 일원이 된다. 4년 계약을 맺었다'며 '약 500만유로(약 71억2천만원)를 3년에 걸쳐 납부한다. 구단 사상 최다 이적료'라고 보도했다. 폴리티카는 '계약 기간 문제로 구단과 갈등을 빚은 황인범이 이미 1달가량 전부터 올림피아코스를 떠난 상황'이라며 '양측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즈베즈다가 개입, 황인범 영입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어 '황인범은 아시아 최고 선수다. 즈베즈다는 최근 10년간 전력을 가장 크게 보강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카잔에서 뛰던 황인범은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축구연맹(FIFA) 특별 규정을 통해 K리그 FC서울을 거쳐 올림피아코스 유니폼을 입었다. 올림피아코스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며 리그 32경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예선과 본선을 합해 5경기, 그리스컵대회 3경기에 출전했다. 리그에서 3골 4도움, 유로파리그 예선에서 1골, 컵대회에서 1골을 기록했다. 황인범은 데뷔 시즌인 2022-2023시즌부터 리그 사무국이 뽑은 올림피아코스 '올해의 선수'로 뽑힐 정도로 굳건한 입지를 자랑했으나, 구단과 갈등 이후로는 한 차례도 공식전에 나서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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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축구계 관계자는 "계약서에 바이아웃 조항이 삽입된 것으로 알고 있다. 황인범은 바이아웃을 제시하는 구단이 나타나면 올림피아코스와 협의없이 이적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알려진 바이아웃 액수는 300만유로(약 43억원)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구체적으로 영입에 관심을 보인 구단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올림피아코스는 옵션없는 3년 계약이며, 이적을 하기 위해선 적정한 이적료를 제시해야 한다고 맞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단은 지난 시즌 대체불가의 활약을 펼친 황인범의 가치를 1000만유로(약 146억원) 이상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피아코스는 오랜 기간 선수를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전략을 활용해왔다. 황인범을 저렴한 이적료에 보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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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상황이 되는 듯 했던 황인범에게 즈베즈다가 손을 내밀었다. 빅리그의 유럽이적시장은 이미 닫힌데다, 올림피아코스에서 사실상 전력 외로 분류된만큼, 황인범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 연고를 둔 즈베즈다는 3시즌 연속 정규리그와 컵대회 우승을 차지한 대표 명문이다. 유고슬라비아가 1990년대 내전으로 붕괴하기 전까지 권역 최상위 리그였던 '유고슬라비아 1부리그'에서 19회 우승한 이력이 있다. 세르비아 수페르리가에서도 9차례 우승한 명실상부 최강팀이다. 2017~2018시즌부터 6연패다. 그런 만큼 유럽축구연맹(UEFA)이 주최하는 클럽 대항전에도 단골손님이다. 1990~1991시즌에는 유럽챔피언스리그(UCL)의 전신인 유러피언컵에서도 왕좌에 올랐다.
즈베즈다행은 성공적이었다. 황인범은 즈베즈다에서 커리어 처음으로 유럽챔피언스리그 본선에서 뛰었다. 지난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황인범은 6경기 모두 선발로 출전해 533분을 소화하며 유럽 빅클럽들에게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알렸다. 맨시티전에서 보여준 활약은 단연 백미였다. 황인범 활약에 힘입어 즈베즈다는 세르비아 수페르리가 7연패를 달성했다. 유럽 진출 후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트로피를 들어 올린 황인범은 세르비아컵도 우승해 더블을 달성했다. 또한 데뷔 시즌에 리그 MVP까지 수상했다. 이같은 황인범의 프로필은 이미 유럽 빅리그에도 널리 퍼진 상태다. A매치 경력도 60경기 6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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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범 입장에선 다행스럽게도 페예노르트는 소위 '총알'이 장전된 팀이었다. 이번여름 핵심 수비수 리취하럴 헤이르트라위다와 미드필더 마츠 비퍼르를 각각 라이프히치(독일)와 브라이턴(잉글랜드)으로 떠나보내며 이적료 5200만유로(약 770억원)라는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이미 새 시즌이 시작한 상황에서 네덜란드 국가대표이기도 한 비퍼르의 대체자를 영입하기 위해선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1순위 대체자로 황인범을 낙점한 페예노르트는 800만유로(약 118억원·추정치)를 '베팅'해 아약스와의 영입전에서 승리했다. 2일 네덜란드 매체 '뵈트발프리미어'에 따르면, '트랜스퍼윈도우'의 라스 테우니센은 "황인범이 비퍼르의 뒤를 이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 오르칸 쾨크취(벤피카)의 후계자로 여겨야 한다. 황인범은 냉정한(침착한) 선수, 박스투박스 유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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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범이 거쳐온 루빈 카잔(러시아), 올림피아코스(그리스), 즈베즈다 등이 유럽 주요리그 진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는 하지만, 4대리그 직행 가능성만을 놓고 보면 페예노르트를 따라올 수 없다. 앞서 언급한 헤이르트라위다와 비퍼르 사례를 봐도 페예노르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에레디비시에서 검증을 끝마친 선수는 빅리그 영입 0순위로 부상한다. 2년 전 루이스 시니스테라(리즈, 현 본머스), 마르코스 세네시(이상 본머스), 타이럴 말라시아(맨유) 등은 나란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직행했다. 국내 축구팬들은 우스갯소리로 '네덜란드 리그에서 잘하면 에릭 텐하흐 맨유 감독이 데려갈 것'이라고 말한다. 황인범은 우선 페예노르트에 최대한 빠르게 적응해 좋은 모습을 보인 뒤, 추후를 도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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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년 창단한 페예노르트는 2022~2023시즌 우승을 포함해 지금까지 리그에서 3번째로 많은 16번 챔피언에 오른 명문 중의 명문이다. 1970년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했다. 요안 크루이프, 뤼트 굴리트, 로날드 쿠만, 로빈 판 페르시와 같은 전설들이 거쳐갔다. 지난 2006년 한국 대표팀을 이끈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팀을 지휘했다. 올해 리버풀로 떠난 슬롯 감독을 대신해 33년만에 비네덜란드인인 덴마크 출신 브리안 프리스케 전 스파르타프라하 감독이 페예노르트 지휘봉을 잡았다. 올 시즌 개막 후 3경기에서 1승2무를 기록하며 8위에 위치했다. 9월 A매치를 다녀온 황인범은 15일 흐로닝언과 4라운드 원정경기를 통해 빠르게 데뷔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25일 1대1로 비긴 스파르타로테르담전에서 미드필더 제루키가 퇴장을 당해 다음경기에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