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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부산 아이파크가 무승 사슬 탈출에 성공했다.
한여름 더위 못지 않게 치열했던 두 팀의 올 시즌 첫 만남이다. 성남과 부산은 지난해 3차례 맞대결에서 총 12골을 주고 받는 포격전을 했다. 2023시즌 첫 대결서는 부산이 3대1로 승리했고, 2차전에서는 성남이 3대2로 복수했다가 마지막 3차 맞대결은 부산의 3대0 완승으로 끝났다.
어느 한 쪽은 기본 3골이 터지는 난타전을 펼쳤으니 이날도 뜨거운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 예상하는 건 무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경기 시작 전 살짝 다른 기류가 감지됐다. 원정팀 부산의 박진섭 감독이 '신중모드'를 들고 나왔다. 최근 2연승 이후 상대적 하위팀인 충남 아산(2대3 패)과 충북 청주(0대0 무)에 발목을 잡힌 박 감독은 "현재 많은 실점이 가장 큰 고민이다"며 이날 성남전에서는 안정적인 선수비 전술로 '화끈함'보다 '실리'를 추구하겠다고 예고했다.
더구나 부산은 사흘 뒤 천안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어서 로테이션 가동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 이처럼 부산이 먼저 칼끝을 감췄으니 김 빠지는 대결이 될 것 같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았다.
성남이 부산전을 벼르고 나왔다. 최철우 성남 감독대행은 앞서 창원 원정(12일)에 이어 15일 열린 전남전(0대2 패)에서 로테이션을 가동했다고 했다. 현재 리그 2위 전남을 상대로 장거리 원정까지 가서 전력을 쏟아붓느니, 홈 부산전에 승부를 걸어보는 게 승점 획득에 나을 수 있다.
막상 뚜껑이 열리자 두 팀 감독의 예고대로 부산은 내려섰고, 성남은 올려세웠지만 실속은 부산이 챙겼다. 역습 위주의 흐름을 이어갔지만 '전진'에 치우친 성남의 뒷문을 연신 공략하며 성남의 공세에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았다.
전반이 끝났을 때 볼 점유율은 부산 58%로 많았고, 슈팅수에서도 총 10개(유효 5개)로 4개(유효 1개)에 그친 성남을 압도했다. 전체적인 흐름은 성남이 주도한 듯했지만 부산이 챙길 것은 다 챙겼던 것이다.
여기에 '운발'도 교차했다. 성남은 전반 16분 후이즈가 천금같은 페널티킥을 날려버렸다. 상대 골키퍼의 타이밍을 뺐기 위해 찬 것이 너무 약했고, 방향도 읽히고 말았다. 올 시즌 득점 2위(6골)인 후이즈가 이런 실수를 하지 홈 팬과 선수들은 아연실색했다. 그 후유증일까. 전반 추가시간인 47분 성남은 불운을 맞았다. 아크 외곽 프리킥 상황에서 부산 라마스의 절묘한 슈팅에 꼼짝하지 못했다.
성남은 후반 들어 이정협을 조커로 투입하는 등 공격 라인을 대폭 강화, 추격의 고삐를 죄었지만 그럴 수록 탄탄해진 부산의 벽을 넘지 못했다. 성남은 '2%' 부족한 마무리에도 스스로 발목을 잡혔다.
성남=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