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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지난 15일(한국시각) 토트넘 팬들은 팀의 경기 패배에 환호했다. 앙숙이자 북런던 라이벌 아스널의 정규리그 우승 가능성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토트넘 홈구장을 꽉 채운 관객들은 손흥민의 슈팅이 빗나가도 슬퍼하지 않았다. 오히려 실점하자 '아스널 보고있나'를 외치며 열광했다. 하지만 토트넘도 유럽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잃었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아군의 패배를 즐거워하는 서포터스를 보고 경악했다. '문화 충격'이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포스테코글루가 '더비'를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의 전 직장이 바로 스코틀랜드의 셀틱이다. 포스테코글루는 "나는 세계에서 가장 앙숙 관계 중 하나인 셀틱과 레인저스의 더비도 경험한 사람이다. '라이벌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하지만 자신의 팀이 지길 원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것은 스포츠의 본질이 아니다"라고 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 팬들의 기이한 행태에 대해 불만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 클럽이 기반이 몹시 취약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취재진은 정확히 어떤 부분을 말하는 것인지 재차 물었다. 포스테코글루는 "내부, 외부, 그리고 모든 곳"이라며 모호하게 답했다. 이에 대해 스포츠전문미디어 '디애슬레틱'은 '포스테코글루의 분노 중 일부는 분명히 팬들을 향한 것이었다'고 짚었다. 토트넘 공식 서포터스 THST 또한 "그가 말한 '외부'란 서포터 뿐이다. 많은 팬들이 불쾌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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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테코글루는 토트넘이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토트넘은 모든 것을 변화시켜야 한다. 선수든 스태프든 우리가 정말로 변화를 원한다면 그렇다.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테코글루는 단지 선수단 전력 강화가 아닌 토트넘을 바라보는 팬들과 클럽 내부의 패배 의식까지 모조리 개혁이 필요하다고 봤다. 디애슬레틱은 '포스테코글루는 선수는 물론 클럽 전체의 문화를 완전히 바꾸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토트넘의 마지막 1부리그 우승이 1961년이다. 2008년 리그컵(EFL) 우승 이후 16년째 무관이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조제 무리뉴, 안토니오 콘테 등 여러 명장들이 토트넘의 지휘봉을 거쳐갔지만 비슷했다. 포스테코글루도 취임 1년이 되지 않아 거대한 벽을 마주쳤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