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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대식 기자]김민재한테 참으로 어려운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수비진에 변화를 줄 필요가 없다"고 발언했던 감독이 도르트문트전 패배 후에는 생각이 바뀐 모양이었다. 투헬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데 리흐트와 다이어가 함께 매우 잘 해냈다. 김민재와 다요 우파메카노도 아주 좋은 경기를 펼쳤다. 내일 누가 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누가 뛸 것이며,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 결정하지 않았다. 우리는 좋은 센터백 4명을 데리고 있고, 경기마다 제일 적합한 선수를 선발할 것이다"며 수비진 변화를 조심스럽게 예고했다.
김민재가 오랜만에 선발로 나올 수 있는 기회였다. 김민재는 3월 들어서 다이어와 데 리흐트한테 밀려서 벤치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김민재의 선수 커리어에서 벤치에서 보내는 시간이 이렇게나 길었던 적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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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후반 들어서 김민재의 수비력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후반 5분 김민재는 롱킥에 대응하기 위해 전진해서 공중볼 경합을 시도했다. 김민재가 높이 경쟁에서 밀렸다. 김민재가 공중볼 경합을 위해서 전진했기에 공간이 노출됐고, 이때 선수들끼리의 호흡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바이에른은 순식간에 공간을 노출했다. 우파메카노는 전진해야 할 것인지, 수비할 것인지를 빠르게 판단하지 못했다. 케빈 세사한테 완벽하게 찾아온 기회는 실점으로 연결됐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하이덴하임은 다시 경기를 시작하자마자 공격 일변도 자세를 취했다. 하이덴하임이 측면에서 공격을 전개하자 팀 클라인디엔스트가 김민재 뒤로 침투했다. 김민재가 클라인디엔스트의 침투를 확인하고 따라갔지만 크로스가 정확하게 연결됐다. 김민재는 클라인디엔스트의 득점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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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바이에른은 역전을 허용했다. 후반 34분 하이덴하임의 역습이 시작됐다. 알폰소 데이비스가 전진한 공간을 커버해주기 위해서 김민재가 좌측으로 이동했다. 김민재는 좌측도 막아야 하고, 동시에 중앙으로 질주하는 마빈 피링거도 견제해야 했다. 경기력이 100%인 김민재라면 두 가지를 다 해냈겠지만 이번 경기에서의 김민재는 100%가 아니었다.
김민재가 좌측으로 빠지는 사이, 피링거는 김민재가 이동한 공간을 제대로 공략했다. 김민재를 지나쳐 피링거가 패스를 받았고, 피링거는 클라인디엔스트의 득점을 도왔다. 바이에른이 실점한 모든 골 장면에 김민재가 관여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분위기를 완전히 넘겨줘버린 바이에른은 동점골을 만들지 못한 채 경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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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헬 감독은 "후반전 시작 5분 만에 실점은 당연했다. 너무 부주의하고, 개개인의 경합에서 너무 약한 모습을 보여준 탓이다"고 덧붙였다. 김민재도 투헬 감독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 됐다.
크리스토퍼 프로인트 바이에른 단장 역시 분노한 모습이었다. "모든 선수는 중에 자신을 거울로 보고 최선을 다했는지 생각해야 봐야한다. 2대0으로 앞선 하이덴하임과의 전반전에 3골을 내주는 것은 우리의 기준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이미 모든 사람이 선수들의 성능을 면밀히 파악하는 중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일주일 동안 2경기를 패배했다"며 선수들에게 쓴소리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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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하이덴하임전 붕괴의 심각한 이유는 수비에 있다. 우파메카노와 김민재는 오랫동안 투헬 감독이 선호하는 센터백 듀오였는데 이제는 두 선수가 더 이상 하나가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보여줬다. 김민재는 완전히 잘못 판단해 득점원 클라인디엔스트를 놓쳤다. 2대3으로 실점할 때도 그랬다'며 비난을 이어갔다.
더불어 '새로 영입된 김민재는 아직 기대되는 바이에른 수비의 안정제가 아니다.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최고의 수비수로 선정된 김민재의 커리어를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그곳은 수비를 예술로 만든 리그이다. 김민재의 그런 활약은 바이에른에서는 아주 드물게 보인다.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본능이 부족해보인다. 견고한 전반전을 치른 김민재는 매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며 김민재의 이번 시즌 전체를 저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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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헬 감독이 곧 떠날 사람이라고 해도, 다음 시즌을 위해선 김민재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놓고 시즌을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에른은 이번 시즌이 마무리되면 대대적인 선수단 개혁을 준비 중이다. 김민재의 입지가 위협받는 상황은 아니라고 하지만 현재의 분위기라면 새로운 감독이 왔을 때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
분명 기회는 다시 올 것이다. 투헬 감독은 다이어와 데 리흐트도 100%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두 선수가 아스널전에서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 것인지에 따라서 김민재한테 다시 기회가 올 수도 있다. 그 기회는 이번 하이덴하임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위기 속에서 강했던 김민재다. 세계 최고의 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스스로 증명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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