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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K리그 1부 승격에 고픈 서울 이랜드가 그토록 원했던 카드를 품었다. 수원FC의 승격과 잔류를 이끈 김도균 감독(46)이다.
이랜드는 승격의 한을 풀어줄 적임자로 김 감독을 점찍었다. 김 감독은 2020년 부임 첫 해 수원FC를 아무도 예상 못한 깜짝 승격으로 이끈 바 있다. 이후 K리그1에서도 강력한 공격축구를 바탕으로 팀을 세 시즌간 잔류시키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2021년에는 수원FC 역사상 최고 성적인 5위까지 올렸다. 이랜드는 지난 해 겨울 김 감독과 접촉했다. 꽤 적극적이었지만, 김 감독은 정중히 제안을 거절했다. 이랜드는 박충균 감독을 선임했고, 결과는 최악이었다. 이랜드는 2023시즌 11위에 머물렀다.
박 감독과 같이 가지 않기로 결심한 이랜드는 다시 김 감독에게 접근했다. 진정성 있는 제안을 건넸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랜드의 관심을 뒤로 했다. 수원FC는 당시 강등의 기로에 서 있었다. 김 감독과 수원FC의 계약이 남아 있는지 몰랐던 이랜드도 한발 물러섰다. 김 감독은 수원FC에만 집중했다. 오로지 잔류만을 생각했다. 소문이 이어지며 난감한 상황이 됐지만, 김 감독은 선수단 장악 능력을 발휘했다. 선수들을 하나로 묶으며 분위기를 만들었고, 결국 부산 아이파크와의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연장 혈투 끝 5대2 대역전승을 이끌며 극적 잔류에 성공했다.
일화가 있다. 김 감독은 시즌 막바지 최 단장을 찾아가 자신의 거취에 대해 일임했다. 잔류시키겠다는 책임감과 자신감이 있었지만, 경질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성적에, 김 감독은 먼저 거취 이야기를 꺼냈다. 최 단장은 김 감독에게 신뢰를 보냈고, 결과적으로 김 감독은 1부 잔류로 보답했다.
잔류 후 내내 고민을 이어가던 김 감독은 수원FC와 자신 모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 감독은 "지난 2019년 프로팀 감독을 제의해 주며 4년간 구단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하고, 올 시즌 힘든 상황을 맞았던 구단에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며 "이에 K리그1에서 4년째를 맞이하는 구단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생각해 감독직을 물러나려 한다"고 전했다. 김 감독 스스로도 더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초심으로 돌아가 이랜드에서 더 큰 도약을 꿈꾸기로 했다.
이랜드는 김 감독을 품는데 성공했다. 특별한 색깔이 없었던 이랜드는 수원FC에서 보여준 김 감독의 공격축구가 뿌리내리길 원하고 있다. 역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승격이다. 이랜드가 승격 경험이 있는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김 감독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김 감독도 부임 초기에 승격하지 못할 경우, 쉽지 않다며 계약기간을 직접 줄일 정도로 승격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