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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선 女축구감독,'겁없는 청춘' 이끄는 진심X열정 사령탑[코카콜라 매직지도자상]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2-12-28 07:42 | 최종수정 2022-12-29 05:37







"스물! 우리는 겁없는 청춘!" 지난 8월, 코스타리카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여자월드컵, 태극소녀들은 패기가 넘쳤다. 첫 경기 '강호' 캐나다를 2대0으로 꺾었다. 이후 나이지리아, 프랑스에 우세한 경기를 하고도, 잇달아 0대1로 석패하며 8강행 목표는 꺾였지만, 마음만은 꺾이지 않았다. "잘 싸웠다" "멋지다!" 이례적 찬사가 쏟아졌다. '용장 밑에 약졸 없다'는 말처럼 이들의 스승은 바로 '여자축구 1세대 레전드' 황인선 감독(46)이었다. 1994~2004년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2003년 사상 첫 국제축구연맹(FIFA) 미국여자월드컵 결선행을 이끈 레전드다. 2009년 지도자가 된 이후 그녀는 13년째 오직 '여자축구 발전' 꿈 하나로 앞만 보고 달려왔다. 2010년 20세 이하 월드컵 3위 당시 코치로 지소연 등을 지도했고, 이후 전임지도자로 13, 14, 15세 여자 연령별 대표팀을 이끌었으며, 최초의 국가대표 여성 사령탑으로 코스타리카 U-20 월드컵에 나섰다. 8강행 좌절 직후 카메라가 있는 줄 모르고 제자들에게 눈물로 건넨 진심 메시지는 잔잔한 화제가 됐다. "내가 많이 부족해서 너무 미안하고, 너희 너무너무 좋아, 잘했어 진짜!(중략) '우물안 개구리'처럼 있지 말고 우리 이렇게 국제무대에서 자꾸 해보려고 같이 노력하자. 너무 열심히 해줘서 고마워."

월드컵 후 대한체육회 전임지도자 본업으로 복귀, 13, 14세 어린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그녀는 코카-콜라 매직지도자상 수상 소식에 "생각지도 못한 상을 받았다"고 했다. "짧지 않은 세월, 여자축구 선수들과 함께 나이를 먹어왔다. 중학교 때 만난 애들이 다 대학생, 성인이 돼 이제 맞먹고 있다"며 웃었다. "8강 불발 후 두 달간 잠을 못잤다"는 그녀는 세상 당당했던 그날의 경기력에 대해 "'스물, 우리는 겁없는 청춘'을 슬로건을 정한 후 경기장, 훈련장에서 매번 이 구호를 외쳤다. 원하면 말로 외쳐야 한다"면서 "겁먹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나 역시 겁먹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여자축구가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내년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을 앞두고 어린 후배들을 이끄는 '1세대' 지도자로서 걱정도 많다. "축구예능 '골때리는 그녀'들을 통해 여자축구, 풋살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지만 현장의 여자축구 팀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남자 클럽팀에서 뛰는 실력 있는 여자아이들도 많다. 대한축구협회와 여자축구연맹이 저변 확대와 선수 발굴을 위해 남녀 초등학생들이 함께 어울리는 지역별 대를 많이 만들어주시면 좋겠다. 더 많은 '클리닉' 프로그램과 함께, 학교 방과후 프로그램도 많으니, 지역별 학교대항전들도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자축구 1세대 지도자로서의 철학 또한 확고하다. "선수들과 같이 성장하고 발전하고 성공하고 소통하는 지도자"를 꿈꾼다. "지도자와 선수는 위아래, 갑과 을 없이, 같은 목표를 향해 같이 달리는 동반자다. 나이와 상관없이 소통하고, 선수가 더 잘되게 이끄는 것이 선생님의 책무"라고 했다. 여자축구의 새 길을 여는 그녀의 도전 역시 계속된다. "세상 모든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은퇴 전에 국가대표팀 감독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꿈도 또렷히 새겼다. 11월 코카콜라드림스포츠대상 매직지도자상을 수상한 황인선 감독에게는 상금 100만원과 트로피가 주어진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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