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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OFF]카타르월드컵서 꽃핀 풀백 전성시대, 한국축구에 준 과제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2-12-05 06:03 | 최종수정 2022-12-08 10:14


축구대표팀이 28일 오후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가나와 경기를 펼쳤다. 플레이하고 있는 김진수. 알라이얀(카타르)=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11.28/

[도하(카타르)=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2022년 카타르월드컵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측면 활용'이다.

물론 이전부터 밀집돼 있는 중앙을 뚫기 위해 측면을 적극 활용해왔지만, 이번 대회는 측면을 이용하기 위한 세부 전술이 더욱 극대화된 모습이다. 오버랩, 언더랩, 컷백 등이 수시로 펼쳐진다. 이전까지 측면은 하프스페이스 공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카타르월드컵은 박스 밖에서 빠른 땅볼 크로스로 득점을 만드는 장면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네덜란드가 대표적이다. 네덜란드는 호주와의 16강전서 측면 공격을 적극 활용해, 3골을 만들어냈다. 이 전략의 핵심이었던 오른쪽 풀백 덴젤 둠프리스는 1골-2도움을 기록했다.

이같은 흐름의 중심에는 역시 풀백이 있다. 현대축구에서 풀백의 중요성은 설명이 필요없지만, 카타르월드컵에서는 그 역할이 더 커졌다. 공격시 '풀백 시프트'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비중이 높아졌다. 하프스페이스 공략을 위한 미끼 역할에서, 직접 기회를 만들고, 마무리까지 영역을 넓혔다. 본연의 임무인 수비시에도 마찬가지다. 측면 공격이 더 날카로워진만큼, 이에 대응하려면 전보다 더 집중력있는 수비를 해야 한다. 한마디로 '슈퍼맨'이 돼야 한다. 때문에 유럽에서 수준급 풀백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이제 풀백은 웬만한 공격수보다 몸값이 높다.

세계 수준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결국 풀백의 역량이 중요하다. 차이는 이제 여기서 나온다. 아쉽게도 한국의 가장 큰 고민은 풀백이다. 대회 전부터 그랬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지옥의 스케줄로 지친 김진수(전북)를 마지막까지 기다렸고, 주전이 정해지지 않은 오른쪽 풀백은 아예 세명이나 뽑아야 했다. 결국 측면은 한국의 약한 고리가 됐다. 김진수는 부상의 여파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김문환(전북)은 기대 이상의 수비력과 왕성한 활동량을 보였지만, 공격에서의 움직임은 다소 아쉬웠다.

벤투호는 이번 대회에서 중앙쪽에 확실한 경쟁력을 보였다. 이강인(마요르카) 이재성(마인츠) 황인범(올림피아코스) 등이 중심이 된 한국의 중앙 플레이는 세계적인 팀들과 견주어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압도하며, 경기를 주도하기도 했다. 풀백 자리에서도 세계 수준과 경쟁할 선수가 등장할 경우, 한국축구는 한단계 도약할 수 있다.

연령별 대표팀 감독들은 입을 모아 "풀백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K리그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 박경훈 최강희 김판근 신홍기 하석주 이기형 최성용 이영표 송종국 차두리 등으로 이어진 풀백 계보가 끊겼다. 과거와 비교해, 환경이나 요구하는 것들이 달라진만큼, 새로운 육성법이 절실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확인한 확실한 과제, 풀백을 키워야 한다.


도하(카타르)=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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