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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ON]312조 '오일달러' 쏟아부었지만 '소프트웨어'는 엉망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2-11-15 05:19 | 최종수정 2022-11-16 07:23


카타르 도하 시내 2022카타르월드컵 미디어센터에 전 세계 매체에서 몰린 취재진들이 AD 취재카드 발급을 위해 줄을 서있다. 도하(카타르)=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11.14/

[도하(카타르)=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2022년 카타르월드컵은 여러모로 최초로 기억될 대회다. '열사의 땅' 중동에서 열리는 첫 월드컵이다. 2002년 한-일 대회를 통해 아시아의 문을 열었지만, 사막으로 둘러쌓인 중동은 처음이다.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단독 개최하는 대회다. 여기에 겨울에 열리는 최초의 월드컵. 보통 월드컵은 5~7월 사이에 열렸지만, 카타르 대회는 무더위를 감안해 겨울에 진행한다. 또 코로나19 시대에 열리는 첫번째 월드컵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촉발된 '뉴노멀'의 시대, 모든 게 처음인 카타르월드컵을 향해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이 모든 불확실성을 잠재우기 위한 카타르의 카드, '돈'이었다. 말그대로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다. 카타르가 이번 월드컵 준비를 위해 쓴 돈은 2000억파운드, 우리 돈으로 무려 312조원에 달한다. 월드컵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투자했다는 2014년 브라질 대회(150억파운드·약 23조4000억원)의 13배에 달한다. 참고로 70억 파운드(약 10조9000억원)를 들인 2002년 한-일월드컵과 비교하면 30배에 가까운 돈을 썼다.

카타르는 이번 월드컵 개최를 위해 7개의 현대식 구장을 건설했다. 경기장에는 '실외 에어컨'을 설치, 약점인 무더위를 원천 봉쇄했다. 도로나 공항, 지하철 같은 기반시설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공항은 거대한 월드컵 홍보장으로 변했고, 지하철은 대중교통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잠재우기 위한 카타르의 야심작이다. 한국식 시스템을 가미한, 최신식 스타일로 꾸려졌다. 심지어 바다를 매립해 루사일이라는 신도시까지 만들었다. 루사일에 있는 루사일 스타디움에선 월드컵 결승전이 열린다.


카타르 도하 아라얀에 위치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은 한국 축구대표팀이 조별 예선 3경기를 모두 치르는 경기장이다. 철통보안 경비 속에 대회 준비에 한창인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도하(카타르)=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2.11.14/
이처럼 휘황찬란한 '하드웨어'와 달리, 실제 대회 운영을 위한 '소프트웨어'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경기장과 훈련장 등 대회 공식 장소 출입을 위해 필요한 AD 카드 발급이 대표적이었다. 각국 취재진이 몰리며, 사실상 시스템이 마비됐다. 번호표 순서 대로 발급이 돼야 하는데, 뒤죽박죽 섞였다. 누구는 5분만에 AD 카드를 발급받았지만, 누구는 수시간이 걸렸다. 항의해봤자 돌아오는 답은 "미안하다.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 뿐이었다. 문제는 아직 참가국의 절반도 들어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기팀' 브라질, 독일, 스페인, 포르투갈 등은 17~19일에 입성한다. 더 많은 취재진이 몰릴 경우, 상황은 불보듯 뻔하다.

트레이닝 센터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기준이 없었다. 먼저 들어온 사람의 경우 반입된 물품이, 뒤이어 들어온 사람은 허락되지 않는 게 부지기수였다. 당연히 실랑이가 이어졌다. 제대로 교육이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문제였다. 어디가 들어가는 문인지, 설명도 못하는 자원봉사자들이 태반이었다. 겉모습에 치중하느라, 가장 중요한 '내실'은 제대로 신경쓰지 못한 모습이다. 대회의 성패는 결국 작은 '디테일'에서 갈린다.


도하(카타르)=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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