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제22회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 카타르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다. 최초로 '중동에서 열리는 겨울 월드컵'에는 각 대륙을 대표하는 최고의 32개팀이 참가해 11월 20일부터 12월 18일까지, 한 달간 열전을 펼친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와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화려한 경력에 월드컵 트로피를 새길까? 돌풍의 주인공, 이변의 희생양은 누가 될까? 볼거리, 즐길거리 풍부한 월드컵을 앞두고 A조부터 H조까지 월드컵 전력분석 시리즈를 연재한다.<편집자 주>
◇카타르 축구대표팀. EPA연합뉴스
A조 판세=네덜란드 1강, 세네갈-에콰도르 2위싸움 '유력'
개최국 카타르가 포함된 A조가 월드컵의 스타트를 끊는다. 공식 개막전이 카타르-에콰도르전(21일 오전 1시·한국시각)이다. 주류권에서 벗어난 팀들의 맞대결이라 김이 빠진 감이 있지만, A조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우선, A조에는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가 있다. 92년 월드컵 역사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전통강호'다. 네덜란드는 1974년, 1978년, 2010년 세 차례나 준우승을 차지했다. 월드컵 우승 없이 가장 많이 '2위'를 한 팀이다. '전설' 요한 크루이프조차 끊지 못한 준우승의 악몽, 그리고 2018년 러시아월드컵 유럽예선 탈락의 수모를 씻기엔 카타르는 최적의 장소다.
네덜란드 출신의 백전노장 사령탑 루이스 판할은 조별리그 대진 추첨 결과가 나오자마자 콧노래부터 불렀을 것이다. 이번 대회 최약체로 꼽히는 카타르를 비롯해 에콰도르, 세네갈과 같은 조에 속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10월 FIFA랭킹은 8위로 세네갈(18위)-에콰도르(44위)-카타르(50위) 보다 높다. A조 FIFA랭킹 1위와 3위는 36계단 차이다. 8개조를 통틀어 간극이 가장 심하다. 네덜란드 입장에선 가장 '무난한' 조에 속했다고 볼 근거다.
팀 전력도 물론 탄탄하다. 2000년~2001년, 2012년~2014년에 이어 지난해 8월 세 번째로 네덜란드 지휘봉을 잡은 판할 감독은 지금까지 15경기 연속 무패(11승4무)를 이끌었다. 공수 에이스 멤피스 데파이(바르셀로나)와 버질 반 다이크(리버풀)의 존재도 든든하다.
◇세네갈 에이스 사디오 마네. AP연합뉴스
◇에콰도르 대표팀. EPA연합뉴스
조 2위 자리를 두고는 아프리카의 세네갈과 남미의 에콰도르가 각축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양팀간 3차전 맞대결에 따라 토너먼트 진출 여부가 가려질 공산이 크다. 2022년 발롱도르 2위에 빛나는 사디오 마네(뮌헨)를 앞세운 세네갈은 8강에 올랐던 2002년 한-일월드컵을 떠올리며 '어게인 2002'를 외치고 있다. 알리우 시세 세네갈 감독은 2002년 월드컵 때 세네갈 주장으로 참가했었다. 에콰도르는 월드컵 예선에서 브라질 다음으로 많은 득점을 올리며 콜롬비아, 칠레를 탈락시키고 월드컵 본선에 올랐다. 최근엔 득점보단 2002년생 초신성 센터백 피에로 인카피에(레버쿠젠)를 중심으로 한 수비진이 A매치 5경기 연속 무실점을 하며 단단함을 뽐내고 있다. 지난 9월, 일본 원정 평가전에서 0대0으로 비겼다.
개최국 카타르로선 쉽지 않은 도전에 나선다. 이번 대회 최약체 중 하나다. 카타르가 기댈 구석은 기후, 홈팬 응원 등 개최국 어드밴티지다. 개최국 징크스에도 관심을 둔다. 월드컵에서 16강 토너먼트 제도가 안착한 1986년 멕시코월드컵부터 지난 러시아월드컵까지 개최국 자격으로 참가한 팀 중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건 2010년 남아공월드컵의 개최국 남아공 뿐이다.
◇네덜란드 축구대표팀. EPA연합뉴스
◇네덜란드 공격수 멤피스 데파이. AFP연합뉴스
A조 스타=국대 유니폼만 입으면 확 달라지는 데파이
데파이는 월드컵 유럽예선에서 12골을 터뜨린 최다 득점자였다. 지난해 A매치 16경기 17골, '국대' 경기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A매치 81경기에서 42골을 넣은 데파이는 네덜란드 통산 득점 1위 로빈 판 페르시(은퇴, 50골)를 8골차로 추격했다. 그는 월드컵 데뷔 무대였던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선 약관의 나이로 2골을 터뜨린 기억이 있다. 도니얼 말런(도르트문트), 코디 각포(PSV에인트호번), 퇸 코프메이너르스(아탈란타), 덴젤 덤프리스(인터밀란) 등 젊은 자원들이 데파이를 지원 사격할 예정이다.
세네갈에선 '월클' 마네와 함께 '세네갈의 벽' 칼리두 쿨리발리(첼시)를 지켜볼 필요가 있고, 에콰도르에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브라이턴의 돌풍 주역인 미드필더 모이세스 카이세도와 수비수 페르비스 에스투피냔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카타르는 센터 포워드 알모에즈 알리(알두하일)의 발끝을 주목하자. 2020년 11월 한국과의 친선경기서 골을 터트린 알리는 A매치에서 41골(86경기)을 기록 중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