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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강등권이 요동치고 있다.
그런 성남이 확 달라졌다. 탄탄한 조직력과 놀라운 응집력을 앞세워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중심에는 단연 '정경호 매직'이 있다. 김남일 감독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은 정경호 감독대행은 '마법'처럼 팀을 바꿨다. 프로 지도자만 7년, 그간 탄탄하게 쌓아온 내공을 폭발시켰다. 상주 상무(현 김천 상무) 시절부터 인정받은 전술, 전략 능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경기 별 명확한 콘셉트로 승부수를 띄웠고 멋지게 맞아떨어지고 있다.
수원FC전 필승 카드는 '제로톱'이었다. 수원FC의 약한 수비 조직을 흔들기 위한 포인트였다. 울산전 포인트는 '압박'이었다. 기술과 빌드업이 좋은 상대의 강점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승부수였다. 정해진 콘셉트 속 세부 디테일이 빛났다.
작은 것 하나 놓치는 것이 없었다. 과감하고도, 빠른 변화 타이밍으로 상대에게 혼선을 주는 동시에 변수를 최소화했다. 수원FC전에서는 '에이스' 밀로스를 일찍 빼며 미드필드 기동력을 높였고, 후반 막판 집중력이 자주 떨어지는 '베테랑 수비수' 곽광선을 교체해 혹시 모를 실수를 대비했다. 울산전에서는 계속된 교체카드로 압박을 강도를 유지했고, 2-0 리드를 잡던 후반 중반에는 높이가 좋은 뮬리치를 투입해 상대의 롱볼 전략에 대비했다.
아무리 준비를 잘해도 선수들이 따라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정 감독은 코치 시절부터 강단 있는 리더십으로 유명했다. 부임 후 패배주의에 빠져있던 선수단을 깨웠다. "포기하지 말고, 신바람 나게 뛰자"고 분위기 전환에 나선 정 감독은 동시에 "준비는 내가 완벽히 하겠다. 여러분은 나를 믿고 따라와주면 된다. 열심히 뛰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메시지로 흔들리던 선수단을 확 잡았다. 경험 많은 베테랑을 중용하며 안정성을 높이고, 동시에 그동안 경기에 나서지 않은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주며 팀내 긴장감도 높였다. 콘셉트 대로 경기가 펼쳐지고, 결과까지 잡으며 정 감독에 대한 선수들의 신뢰는 더욱 커지고 있다.
성남의 다음 상대는 대구다. 7일 오후 7시30분 DGB대구은행파크에서 '단두대매치'를 펼친다. 이 경기까지 잡으면 승점차는 단 1이다. 잔류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고 있는 '정경호 매직', '우연한 마법'이 아닌 '준비의 힘'이라 더욱 무섭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