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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등권 뒤흔든 '정경호 매직', '우연한 마법' 아닌 '준비의 힘'[SC이슈]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2-09-05 11:52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강등권이 요동치고 있다.

돌풍의 진원지는 성남FC다. 성남은 지난달 28일 수원FC를 2대1로 꺾은데 이어, 4일 '선두' 울산 현대까지 2대0으로 잡았다. 2연승 바람을 탄 성남(승점 24)은 11위 대구FC(승점 28)와의 승점차를 4로 줄였다. 꼴찌 탈출을 가시권에 뒀다.

예상치 못한 기류다. 성남은 올 시즌 최하위를 사실상 예약한 분위기였다. 공수가 흔들리며 좀처럼 승점을 쌓지 못했다. 성남은 올 시즌 최소 득점(29골), 최다실점(54골) 중이다. 마지막 승부수였던 여름이적시장에서도 원했던 보강에 실패했다. 설상가상으로 구단 해체설, 연고이전설, 매각설 등 경기 외적인 문제까지 겹쳤다. 결국 김남일 감독까지 팀을 떠났다. 경기 안팎에서 흔들리는 압도적인 꼴찌, 성남의 현실이었다.

그런 성남이 확 달라졌다. 탄탄한 조직력과 놀라운 응집력을 앞세워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중심에는 단연 '정경호 매직'이 있다. 김남일 감독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은 정경호 감독대행은 '마법'처럼 팀을 바꿨다. 프로 지도자만 7년, 그간 탄탄하게 쌓아온 내공을 폭발시켰다. 상주 상무(현 김천 상무) 시절부터 인정받은 전술, 전략 능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경기 별 명확한 콘셉트로 승부수를 띄웠고 멋지게 맞아떨어지고 있다.

수원FC전 필승 카드는 '제로톱'이었다. 수원FC의 약한 수비 조직을 흔들기 위한 포인트였다. 울산전 포인트는 '압박'이었다. 기술과 빌드업이 좋은 상대의 강점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승부수였다. 정해진 콘셉트 속 세부 디테일이 빛났다.

수원FC전에서는 후반 '윙어' 팔라시오스를 '장신 공격수' 뮬리치 대신 전방에 기용했고, 팔라시오스는 역습 상황에서 결승골을 터뜨렸다. 울산전에서는 지난 수원FC전과 비교해 무려 9명의 선발라인업을 바꿨다. 로테이션이 아닌, 맞춤 전술을 위한 필승카드였다. 무작정 많이 뛴 것이 아니었다. 개인과 팀, 모두 정해진 움직임에 맞춰 조직적인 압박을 실시했다. 전방에서는 빌드업이 좋은 울산 센터백 라인을 압박해, 발밑이 좋지 않은 조현우 골키퍼가 킥을 하게 만들었다. 공격진영까지 올라오면 대각선 움직임이 능한 바코, 아마노, 엄원상의 돌파를 막기 위해 측면과 하프스페이스 쪽 수비 숫자를 늘렸다. 울산이 노릴 틈을 최소화했다.

작은 것 하나 놓치는 것이 없었다. 과감하고도, 빠른 변화 타이밍으로 상대에게 혼선을 주는 동시에 변수를 최소화했다. 수원FC전에서는 '에이스' 밀로스를 일찍 빼며 미드필드 기동력을 높였고, 후반 막판 집중력이 자주 떨어지는 '베테랑 수비수' 곽광선을 교체해 혹시 모를 실수를 대비했다. 울산전에서는 계속된 교체카드로 압박을 강도를 유지했고, 2-0 리드를 잡던 후반 중반에는 높이가 좋은 뮬리치를 투입해 상대의 롱볼 전략에 대비했다.

아무리 준비를 잘해도 선수들이 따라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정 감독은 코치 시절부터 강단 있는 리더십으로 유명했다. 부임 후 패배주의에 빠져있던 선수단을 깨웠다. "포기하지 말고, 신바람 나게 뛰자"고 분위기 전환에 나선 정 감독은 동시에 "준비는 내가 완벽히 하겠다. 여러분은 나를 믿고 따라와주면 된다. 열심히 뛰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메시지로 흔들리던 선수단을 확 잡았다. 경험 많은 베테랑을 중용하며 안정성을 높이고, 동시에 그동안 경기에 나서지 않은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주며 팀내 긴장감도 높였다. 콘셉트 대로 경기가 펼쳐지고, 결과까지 잡으며 정 감독에 대한 선수들의 신뢰는 더욱 커지고 있다.


성남의 다음 상대는 대구다. 7일 오후 7시30분 DGB대구은행파크에서 '단두대매치'를 펼친다. 이 경기까지 잡으면 승점차는 단 1이다. 잔류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고 있는 '정경호 매직', '우연한 마법'이 아닌 '준비의 힘'이라 더욱 무섭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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