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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를 상대로 한국 여자축구의 힘을 보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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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4-3-3): 김경희(GK)/빈현진-이수인-문하연-한다인/이세란-김은주-배예빈/전유경-고다영-천가람
전반: 천가람의 왼쪽이 빛났다
레전드 황인선 감독의 사령탑 공식 데뷔전, 선수들의 눈빛은 결연했다. 6년만의 본선 무대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의연하고 침착했다. 초반부터 강한 전방압박으로 강호 캐나다를 몰아세웠다. 전반 2분 캐나다의 첫 코너킥, 날선 크로스를 골키퍼 김경희가 안전하게 잡아냈다.
전반 내내 왼쪽 측면 천가람이 번뜩였다. 전반 7분 천가람이 빛의 속도로 측면을 허물며 캐나다 수비와 강하게 충돌했다. 피지컬이 우월한 캐나다를 상대로 다부지게 맞섰다. 전반 8분 천가람의 크로스에 이은 전유경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의 가슴에 안겼다. 전반 11분 노박의 왼발 슈팅을 김경희가 잡아냈다. 전반 14분 코터넬의 쇄도에서도 골키퍼 김경희의 판단이 빛났다. 몸을 던져 막아냈다. 전반 18분 빈현진이 예선 7골을 터뜨린 '캐나다 에이스' 올리비아 스미스를 몸 던진 태클로 막아섰다. 전반 20분까지 팽팽한 흐름이 이어졌다. 전반 27분 천가람의 강력한 오른발 슈팅이 상대 골키퍼에게 잡혔다. 강한 투지과 밀리지 않는 기세가 빛났다. 체력과 체격이 앞서는 캐나다를 상대로 협업수비, 단단한 팀워크가 인상적이었다.
전반 30분 캡틴 김은주의 중거리슈팅이 크로스바를 넘겼다. 패기만만했다. 전반 38분 상대 수비를 벗겨낸 천가람의 왼발 슈팅이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전반 42분 캐나다의 찬스, 아우조의 문전 헤더를 김경희가 손끝으로 쳐냈다. 고다영의 왼발슈팅이 크로스바를 넘기며 전반을 0-0으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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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선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많이 뛴 전유경 대신 높이를 갖춘 고유나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초반부터 강공으로 밀어붙였다. 8분만에 4번째 코너킥, 그리고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전반 8분 배예빈의 날선 코너킥에 이어 상대 수비수 코트널의 자책골을 유도하며 1-0으로 앞서나갔다. 당황한 캐나다는 실점 직후인 후반 9분 '에이스' 스미스를 빼고 워드를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으나 흐름을 바꿔놓지 못했다.
후반 17분 또다시 세트피스 찬스, 한국의 쐐기골이 터졌다. 후반에만 5번째 코너킥, 센터백 문하연이 배예빈의 크로스에 맞춰 날아올랐다. 짜릿한 고공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2-0으로 앞서나갔다. 황인선호는 세트피스에서 완벽하게 준비된 위협적인 모습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점유율, 슈팅수, 체력과 투지, 기술과 정신력, 축구의 모든 면에서 강호 캐나다에 앞섰다. 후반 추가시간 아우조의 슈팅이 골대를 넘기며 결국 캐나다는 영패를 면치 못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짜릿한 역습을 선보이며 최선을 다하는 한국 여자축구의 투혼은 눈부셨다. 기분 좋은 첫승을 신고했다.
중고교 여자축구팀이 속절없이 사라지는 한국 여자축구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이 팀을 통해 희망을 보여주겠다던 황 감독이 약속을 지켰다. 용장밑에 약졸 없다. 레전드 사령탑 아래 지지 않는 정신으로 똘똘 뭉친 축구소녀들이 첫 국제 무대에서, 첫 단추를 잘 끼웠다. 한국은 15일 오전 11시, 18일 오전 11시 나이지리아와 잇달아 격돌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