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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포항맨들의 복수 잠재운 '골대'와 '돌아온 제자 김승대'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2-07-05 20:48 | 최종수정 2022-07-06 07:00



[성남=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옛 제자들이 김기동 포항 감독을 향해 쏜 비수를 막은 건 골대와 현 제자들이었다.

5일 오후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과 포항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20라운드를 앞두고 눈길을 끄는 건 성남의 라인업이었다. 지난 19라운드 강원전과 비교할 때 8명을 바꾼 이날 명단에는 과거 포항에 몸담았던 선수가 3명이나 포함됐다. 2015년부터 2017년,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두 차례 포항에서 활약한 측면 공격수 심동운은 이번여름 안양에서 이적한 뒤 이날 처음으로 선발 출전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포항에 몸담은 콜롬비아 공격수 팔라시오스는 2m 장신 공격수 뮬리치와 투톱을 이뤘고, 2018년 포항 유니폼을 입은 미드필더 김민혁도 모처럼 선발 기회를 잡았다. 김남일 성남 감독은 내심 이들 트리오의 활약을 바라는 눈치였다.

김기동 포항 감독은 세 명의 존재를 단번에 알아챘다. 사전 인터뷰에서 "(심)동운이는 안양으로 보냈더니 왜 성남으로 와서…"라고 조크한 뒤, "동운이, (김)민혁이 모두 특징이 있는 선수들이다. 팔라시오스는 위협적인 선수지만, 약점을 알고 있다. 그런 부분을 이용할 생각"이라며 '김기동 축구'를 잘 아는 선수들에 대한 경계심과 이들을 꽁꽁 묶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동시에 피력했다.

처음엔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포항은 경기 초반부터 팔라시오스에게 좌측 공간을 수시로 내주며 끌려다녔다. 그 과정에서 선제골까지 내줬다. 22분 팔라시오스가 심상민을 완벽하게 뚫어낸 뒤 문전으로 올린 크로스를 심동운이 논스톱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 골망을 갈랐다. 심동운은 포항 원정팬 앞에서 상의 유니폼을 반쯤 벗고는 광란의 세리머니를 펼쳤다. 2020시즌 충분한 기회를 잡지 못한 채 2부 안양으로 이적했던 심동운은 김기동 감독 그리고 포항에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았던 것 같았다. 팔라시오스도 빠른 속도의 드리블로 시종일관 포항 수비진을 괴롭혔다.

0-1로 끝마친 전반. 김기동 감독은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다. 이승모 완델손, 정재희 이호재를 빼고 신진호 김승대 임상협 허용준을 투입하며 추격의 고삐를 쥐었다. 후반 1분 성남 이종호의 슛이 골대에 맞고 나오는 행운이 따랐다. 기세를 몰아간 포항은 12분 박승욱의 크로스를 허용준이 헤더로 연결하며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14분 이번엔 구본철의 슛이 골대에 맞았다. 2번의 행운을 등에 업은 포항은 20분 허용준의 우측 크로스를 김승대가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득점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지난 라운드 울산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린 김승대는 32분 추가골을 넣었다. 추가시간 임상협의 쐐기골이 터졌다. 적지에서 4대1 스코어로 승리하며 2연승을 질주한 포항은 9승6무5패 승점 33점을 기록, 3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2위 전북(35점)과의 승점차도 2점으로 좁혔다. 반면 최하위 성남(12점)은 2연패 및 6경기 연속 무승에 그쳤다.
성남=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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