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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2002년은 대한민국 축구가 가장 빛났던 시간이다. 20년이 흐른 지금도 당시의 추억은 계속해서 반짝이고 있다. 당시 한국을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76·네덜란드)은 한-일월드컵 4강을 넘어서기 위해선 유소년 육성이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대한축구협회(KFA) 지도자 콘퍼런스' 대담으로 국내 지도자들과 만났다. 히딩크 감독은 "유소년 육성을 고민하지 않으면 2002년을 넘어서기가 어렵다. 어린 선수들을 발전시키고자 고민하고 실행해야 가능해진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히딩크 감독은 유소년 정책은 '실수를 허용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너무 어릴 때부터 '5년 후 어느 리그에 간다'는 식의 특정한 목표를 갖고 유소년 선수 생활을 하는 경우가 있다. 부모가 그런 부담을 주는 경우도 있다. 지도자는 어린 선수가 축구를 많이 하게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경기를 풀어가는 경험으로 선수가 성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부임해 유소년 지도 현장을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선수들을 한 줄로 세워놓고 학대하듯 말했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고 강하게 다그치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어린 선수들은 실수하고 해결책을 찾으면서 발전한다. 실수해도 괜찮은,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도 "선수들이 창의적인 패스를 시도한다. 기술이 부족해서 실수가 난다. 그러면 벤치에서 안 되는 것 하지 말라고 한다. 이런 말을 듣는 순간 선수들은 모험적인 패스 대신 안정적인 패스만 하게 된다. 창의력이 사라진다. 자신감을 주는 지도법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유소년 정책은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 시간이 쌓이고 쌓여 한국 축구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히딩크 감독은 "어린 선수의 성장을 진지하게 실행한다면 한국 축구를 많이 발전시킬 수 있다. 그 과정을 거쳐 월드컵 16강, 8강, 4강, 심지어 결승까지 가는 상황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어드바이저도 "유럽 유스팀에 가서 그들이 지도하는 방식을 지켜봤다. 큰 틀 안에서 지도자 철학은 가지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주입시키고 표현하는 데 직접적으로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큰 틀 안에서 허용한다.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게 하는 게 중요하다. 대부분은 질문이다. 생각을 끄집어내고 시간을 들인다"고 말했다.
이 대표이사 역시 "좋은 지도자가 좋은 환경에서 좋은 프로그램으로 좋은 선수를 가르치면 좋은 축구를 하게 된다. 이것을 카테고리별로 보면 엄청나게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카테고리별로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재정, 시스템, 행정도 필요하다. 선수의 경우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저변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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