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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우승→12월 우승" '울산 영건'원두재의 판타스틱 2020년[송년 진심인터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0-12-31 18:13


사진제공=울산 현대 구단


'울산 현대 영건' 원두재의 2020년은 우승으로 시작해 우승으로 끝났다.

축구의 꿈 하나로 달려온 스물셋, 축구청춘의 한 해는 시종일관 찬란했다. 지난 시즌 J리그2 아비스파 후쿠오카를 떠나 울산 유니폼을 입고 첫 K리그1 도전에 나섰다. 1월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대표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김학범호의 중원사령관으로서 조별리그 이란전 이후 5경기 풀타임을 소화하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고, 사상 첫 우승과 함께 대회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았다. 넓은 시야, 날선 패스, 과감한 커팅, 성실함을 두루 갖춘 원두재를 향해 '기성용 후계자'라는 기대에 찬 찬사가 쏟아졌다.

5월 개막한 K리그1 대세구단 울산에서도 원두재는 내로라하는 국대 에이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았다. 김도훈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속에 붙박이 주전으로 경기를 뛰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강력한 영플레이어상 후보로 팬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파울루 벤투 A대표팀 감독 역시 멀티플레이 능력을 갖춘 영리한 수비자원 원두재를 흘려보지 않았다. 지난 10월 난생 처음으로 꿈의 태극마크를 달았고, 11월 오스트리아 A매치 2연전에선 2경기 연속 선발 센터백으로 뛰었다. 12월 생애 첫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감격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코로나를 뚫고 카타르에 입성해 벼랑끝 토너먼트 승부마다 든든한 활약으로 울산의 아시아 챔피언 등극을 이끌었다. 2020년 대한축구협회 영플레이어상의 주인공 역시 원두재였다. 자신이 속한 모든 팀에서 제몫을 당차게 해내며 반짝반짝 빛났다.

1월 4일 지루했던 2주 자가격리에서 해제되는 원두재는 찬란했던 1년을 찬찬히 돌아봤다. "K리그에 첫 도전했는데 이렇게 큰 관심을 받을 줄 몰랐다. 내가 한 것에 비해 과분한 관심이다. 그저 뜻깊고 감사한 한해"라며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2020년 가장 고마운 사람, 이동경

올 한해 가장 고마운 사람으로 원두재는 망설임 없이 올림픽대표팀과 울산에서 동고동락한 '절친' '두재아빠' 이동경을 꼽았다. "동경이에게 가장 고맙다. 처음 울산에 왔을 때부터 빨리 적응할 수 있게 많이 도와줬다. 형들과도 금방 친해질 수 있도록 많이 도와준 덕분에 금방 가까워졌다"고 했다. 늘 한마음으로 지켜주는 스승, 가족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한양대 시절 은사님인 정재권 감독님께도 감사드린다. 경기가 끝나면 연락을 주시고, 일주일에 두세 번씩 피드백을 주셨다. 많이 도와주셨다. 그리고 항상 뒤에서 응원해주시는 우리 가족이 생각난다."

원두재에게 한해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뜻밖에 '올해 첫 출전'이다. "올해 초 U-23 챔피언십 이란전 첫 출전했을 때다. 그때 경기가 잘 풀리고 승리를 거둬 이 흐름을 살려 대회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 좋은 흐름이 올 한해 내내 잘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A매치 데뷔전보다 더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주전으로 뛴 올림픽대표팀, 막내로 뛴 A대표팀, 막내주전으로 뛴 소속팀 울산에서 포지션도 역할도 다르지만 그의 마음은 늘 한결같다. "역할 차이를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경기에서 스스로 해야할 일만 생각한다"고 똑 부러지게 답했다. "김학범 감독님은 가운데 지켜주면서 볼 잡았을 때 앞으로 빨리 뿌리는 것을 원하신다. 벤투 감독님은 볼 잡았을 때 사이드 전환이나 빌드업 부분을 많이 요구하신다. 김도훈 감독님은 가운데에서 중심을 잡아주길 원하셨다"고 돌아봤다. 자신이 속한 모든 팀 감독들이 주문하는 모든 것들을 100% 수행하고자 묵묵히 노력하다보니 폭풍성장이 이어졌다.


초호화군단 울산에서 첫 시즌부터 베테랑 선배들과 스스럼없이 손발을 맞췄다. 기성용(서울), 한국영(강원) 등 같은 포지션 대선배들과는 당당히 경쟁했다. 이에 대해 원두재는 "두 선배들뿐만 아니라 K리그에 처음 왔을 때 TV로만 보던 분들과 경기장에서 붙었던 것이 신기했다. 매순간이 신기하고 기대됐다"고 떠올렸다. "특히 우리 팀에 경험 많은 형들이 많아 일상생활이나 경기를 준비하는 자세 등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축구를 잘하는 선수들과 함께 뛰면서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ACL 멜버른과의 16강전, 윤빛가람의 크로스에 이은 원두재의 환상 헤더골. 이것이 그의 울산 데뷔골이다. 사진제공=울산 현대 구단

윤빛가람이 ACL MVP로 결정된 순간, 원두재, 주니오 등이 몰려들어 축하하고 있다.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2021년 홍명보 감독님과의 첫 시즌 설레고 기대된다

좋은 선수는 기복이 없는 선수다. 원두재는 코로나 확산세 속 A대표팀에서 카타르 도하 ACL 대회에 합류한 후 자가격리로 몸이 무거운 상황에서도 ACL 16강 멜버른전(3대0승)에서 프로 데뷔골을 터뜨리는 등 맹활약했다. 원두재는 "스스로는 만족하기 힘든 경기력이었다. 혼자 했으면 힘들었을 텐데 대표팀에서 같이 온 (김)태환이형, (정)승현이형과 서로 의지해서 힘을 낼 수 있었다"며 선배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특히 환상적인 헤더 데뷔골을 도와준 '축구천재' 선배 윤빛가람과의 같한 인연도 빼놓지 않고 언급했다. "(윤빛)가람이형과 방도 같이 쓰고 있다. 경기 중에도 말도 많이 하고 경기장 밖에서 장난도 많이 치고 친하다. 내 K리그 첫 도움 포인트도 가람이형의 골(최종 27라운드 광주전)을 어시스트한 것이다. 프로 데뷔골도 가람이형이 도와주셨으니 인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윤빛가람, 신진호, 이청용, 고명진 등 걸출한 베테랑 선배들에게 뺏고 싶은 장점을 묻자 원두재는 "볼을 잘 다루고 경험도 많고 정말 좋은 형들이다. 뺏을 수 있다면 형들의 모든 장점들을 다 흡수하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선배들에게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묻는 질문엔 "수비력은 제가 조금 더 낫지 않나 싶다"며 조심스럽게 답했다.

K리그 최고의 영건, AFC U-23 챔피언십 MVP, 2020년 KFA영플레이어상에 빛나는 원두재를 향해 ACL 현장에서도 외국 취재진의 질문과 관심이 쏟아졌었다. 원두재는 해외 진출 목표에 대해 "크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J리그2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한 원두재는 서두르지 않는다. 미래를 단단히 다져갈 생각이다. "미리 멀리 바라보며 대비하는 편은 아니고 앞에 있는 걸 하나하나 해나가는 성격이다. 지금 할 일을 잘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담담하게 정답을 말했다.

우승으로 시작해 우승으로 마무리한 K리그 첫 시즌, 그는 "너무나도 큰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영광스럽고 뿌듯하다"는 벅찬 소감을 전했다. "ACL 우승은 앞으로 축구인생에 도움이 될 큰 경험이었다. 올 한해 아쉬운 경기들이 많았는데 마지막에 이렇게 큰 대회에서 우승을 할 수 있어서 뿌듯하고 또 다음을 향해서 열심히 준비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2021년 도쿄올림픽의 해, 원두재는 이제 다시 시작이다. "내년엔 올림픽도 그렇고 중요한 경기들이 많은데, 일단은 늘 그래왔듯 가까운 것부터 시작하려 한다. 훈련, 몸 관리 등 하나하나 착실히 준비하면 원하고자 하는 것을 다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홍명보 신임 감독과의 첫 시즌에도 기대를 표했다. "새로운 감독님이 오셨다. 저 또한 설레고 기대되는 부분도 많다. 올 한해 부족했던 것을 많이 보완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해서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신축년 새해를 앞두고 1997년생 소띠 에이스 원두재는 가장 고마운 팬들을 향한 새해 인사도 잊지 않았다. "팬들께서 올 한해 코로나 때문에 많이 힘드셨을 텐데, 함께 잘 이겨내셨으면 좋겠다. 내년엔 꼭 경기장에서 같이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팬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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