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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K리그 변해야 산다, 2023년부터 비율형 샐러리캡 도입, 승리수당 제한-베팅 금지한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20-12-15 16:12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2023년부터 K리그에 경영 효율 차원에서 '비율형 샐러리캡'이 도입된다. 또 선수 로스터 제도가 함께 시행된다. 그리고 내년부터 승리 수당을 제한하고 또 베팅 금지 조치가 내려진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5일 이사회에서 K리그 회원사의 경영 합리화와 안정적인 장기 발전 차원에서 새로운 제도 도입을 의결, 처리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구단 손실이 눈덩이 처럼 불어났고, 미래 상황도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구단 예산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선수단 인건비를 그대로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비율형 샐러리캡'은 스페인 라리가에서 시행중인 제도다. 구단의 총수입 중 선수단 인건비 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일정 비율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이다. 모든 구단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연봉 총액 상한선인 '금액형 샐러리캡'과는 다르다. '비율형 샐러리캡'은 각 구단의 총수입 규모에 따라 구단별 연봉 상한액이 달라지게 된다. 한마디로 적정 예산 규모를 넘어서는 선수단 인건비의 과도한 지출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제도의 도입 배경은 K리그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있다. 경기력 강화를 위해 선수단에 투입되는 비용과 구단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토대인 인프라 마케팅 유소년 등의 분야에 투입되는 비용이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는데 있다. 구단 살림살이를 고려해 합리적인 예산 배분과 장기 발전 분야에 대한 투자를 병행할 경우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혹시 선수단 인건비 비중이 일정 수준을 넘어선 구단에 대해서는 초과비율에 따른 '사치세'가 부과된다. 징수된 '사치세'는 각 구단에 재분배한다. 연맹은 앞으로 2년간 '비율형 샐러리캡' 모델에 대한 연구 및 실무 논의를 통해 적정 인건비 비율과 사치세 비율 등을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번 이사회에서는 수당 제도에 제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K리그 1부는 경기당 100만원, K리그 2부는 경기당 50만원을 승리수당의 상한선으로 정했다.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베팅은 전면 금지된다. 이를 위반하는 구단에 대해서는 K리그1 최대 10억원, K리그2 최대 5억원의 제재금 부과 및 적발된 날로부터 가장 가까운 1회의 등록기간에 신규 선수 등록 금지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또 엄격한 감시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상한선을 초과하는 승리수당 지급 또는 베팅 사실을 제보하는 자에게는 구단에 부과된 제재금액의 한도 내에서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단 이번 이사회 결정은 기존에 다년계약이 체결되어 계약서에 개별 승리수당이 명시된 경우에 대해서는 소급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 K리그 대다수의 구단이 소속 선수들에게 기본급과 출전수당 이외에 경기 승리를 조건으로 한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구단별로 차이는 있지만 많은 경우 500만원에 달한다. 또 경기 중요도에 따라 '베팅'이라고 하는 당근책을 쓰기도 한다. 한마디로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승리 조건부 보너스를 지급해온 게 업계 관행이었다. 그로인해 승리수당과 베팅 관행은 구단 간 출혈경쟁을 야기했다. 구단의 장기적 발전 분야에 쓸 돈이 승리지상주의로 흘렀다. 한국 프로야구의 경우 2016년 승리수당 금지와 함께 위반시 제재금 10억원 및 선수지명권 박탈 등 중징계를 규정화했다. K리그 과거 2009년 당시 15개 구단의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승리수당 금지를 의결했지만 이후 실효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구단들은 코로나19로 큰 재정 타격을 입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선수단 인건비의 과도한 지출로 인한 재정 불균형이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2023년부터 단계별로 실시할 '로스터 제도'는 구단의 등록선수를 일정 수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다. 32명→30명→28명을 순차적으로 등록인원을 줄여간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의 운영 결과를 평가하여 2026년에는 등록인원을 재조정한다. 이 제도는 선수단 인원의 적정 수준 유지를 통한 비용 감소 효과와 더불어 자구단 유스 선수 및 U-22세 출전기회 확대 등 젊은 선수들의 육성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선진 리그에선 이미 시행하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이탈리아 세리에A는 25명, 미국 MLS는 30명, 호주 A리그는 23명으로 로스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우리 K리그의 경우 최근 3시즌(2017~2019) 구단당 평균 등록인원이 41.7명에 달한다. 한 시즌 6경기 이상 출전을 기준으로 한 실제 운용 인원은 약 26명에 불과하다. 즉 전체 선수단 중 15.7명이 유휴자원에 해당한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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