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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경기" ACL 우승★ 도전하는 김도훈 감독을 위한 변명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0-12-14 10:48



"결승전은 우리 선수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경기다. 반드시 이기고 돌아가고 싶다."

김도훈 울산 현대 감독은 13일 빗셀 고베전에서 승리한 후 '마지막'을 이야기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2012년 이후 8년만의 결승행 쾌거를 쓴 직후 그는 '마지막'을 노래했다.

빗셀 고베와의 4강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과 할 수 있는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고, 한 경기를 더 할 수도 있는 시점에서 한 경기 한 경기가 정말 소중하다"고 했었다. 13일 빗셀 고베와 연장 대혈투 끝에 2대1로 역전승한 후 김 감독은 "이제 결승전은 우리 선수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경기"라고 공표했다. 19일 오후 9시 페르세폴리스(이란)와의 ACL 결승전은 김도훈 감독의 지난 4년을 마무리할, 울산 고별전이다.


김 감독은 지난 16일 리그, FA컵 준우승 후 '백의종군'의 각오로 카타르행 비행기에 올랐다. 4년간 FA컵 우승 1회, 준우승 2회, 2년 연속 리그 준우승의 혁혁한 성과를 거뒀지만 '리그 우승'을 목표 삼은 구단에서 준우승은 '실패'로 간주됐다. 우승에 목마른 팬들에게 줄곧 비난의 대상이 됐다. 올해 울산과 4년 계약이 만료되는 김 감독은 책임을 지겠다는 마음을 일찌감치 굳혔다.

가까이서 지켜본 김 감독은 '상남자'다. 달변이나 다변은 아니지만 진솔한 화법으로 할 말은 한다. 구구절절 변명하거나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다. 리그 전북과의 맞대결에서 패한 직후 그는 이미 마지막을 떠올렸다. 구단에 사의를 표명했다. 2시즌 연속 리그 준우승의 책임을 피하지 않았다.

마지막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앞두고 김 감독은 어떤 선택이 구단에 도움이 될지 깊이 고민했다. 감독직을 던지는 극약 처방이 선수단의 투지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고심끝에 '완주'를 결심했다. 패전한 선수들은 전의를 상실했고, 팬들도 준우승을 비난하며 차갑게 돌아선 분위기, 현직감독이 있는 상황에서 후임 감독설이 나도는 최악의 분위기 속에 참으로 어려운 선택이었다. 또다시 비난이 쏟아질지 모를 불확실한 승부의 세계, 내려놓는 편이 차라리 쉬웠다. 그러나 김 감독은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 또다시 욕 먹더라도 프로답게 끝까지 완주하는 길을 택했다. 그의 도전은 용기였다. 지난 4년간 김 감독을 믿고 지지했던 김광국 대표와 구단도 끝까지 김 감독을 믿었다.

2년 연속 준우승, 코로나19가 창궐하는 가운데 카타르행 비행기에 오르는 선수들의 얼굴은 어두웠다. 분위기는 바닥이었다. 출국길 김 감독은 희미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끝까지 해야죠. 마무리 잘하고 와야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즐겁게 나선 도전, 김도훈 감독의 울산은 승승장구했다. 카타르 도하에서 날아드는 훈련장 사진속 김 감독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 울산 선수들 역시 ACL이 김 감독의 마지막 무대가 될 것임을 예감했다. 누구도 우승이나 결승행 목표를 미리 말하지 않았다. "한경기 한경기" "재미있게" "가볍게" "다같이" "즐기며" 달렸다. 지난 2년간 억눌렸던 우승 중압감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매경기 터널로 향하기전 김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은 선수들과 뜨거운 하이파이브로 필승의 의지를 다졌다. 운명의 빗셀 고베전을 앞두고 전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둥글게 모여 "우리는 하나!"를 외쳤다.

카타르 입성 후 울산은 조별리그 이후 결승행까지 파죽의 8연승을 달렸다. 20골 5실점, 극강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광저우 헝다가 2013년 우승 당시 기록한 '6경기 연속 2골 이상' 기록을 '8경기 연속 2골 이상'으로 경신했다. 코로나 양성반응으로 인해 카타르에 오지 못한 '국대 골키퍼 조현우의 빈자리를 조수혁이 완벽히 메우는 가운데, 이근호, 박주호, 이청용, 고명진 등 여유만만 베테랑 선수들이 중심을 잡았고, 설영우, 이상헌, 박정인, 서주환 등 어린 선수들도 제몫을 해냈다. 김태환, 정승현, 원두재 등 코로나 악재를 뚫고 카타르에 입성한 국대 선수들도 힘든 마음을 애써 누르고 원팀을 위해 헌신했다. 5명의 교체선수를 쓰면서 김 감독의 용병술도 빛을 발했다. '슈퍼서브' 비욘 존슨이 5골을 터뜨렸다. '골무원' 주니오도 위기 때마다 역할을 하며 5골을 기록했다. '축구천재' 윤빛가람은 최고의 폼으로 ACL 무대를 휘저었다.













김도훈 감독은 결승 확정 후 최악의 분위기를 최고의 결과로 이끌어낸 지난 한달의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국내에서의 결과가 아쉬웠기 때문에 카타르에 처음 왔을 땐 분위기가 올라와 있진 않았고 격리생활까지 하면서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 선수들이 웃음을 잃지 않고 즐겁게 생활하자는 마음으로 임해서 한 달 가까운 시간 동안 잘해내고 있는 것 같다. 사흘에 한번씩 경기하면서도 즐겁게 경기했고, 누가 나가더라도 역할을 충실하게 해준 덕에 결승까지 올 수 있었다. 지금 즐겁고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결승까지 계속 이어가서 좋은 결과로 한국에 돌아갈 수 있게 하겠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 울산에게 ACL 결승행이라는 선물이 찾아왔다. K리그 우승은 놓쳤지만 K리그의 자존심을 지켰다. 만약 또다시 준우승한다 하더라도 '여기까지 잘왔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 지난 4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온 김도훈 감독의 용기와 울산의 끝없는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월트 디즈니의 말처럼 '이기고 지는 것의 차이는 아주 많은 경우 포기하지 않는 데 있다(The difference in winning and losing is most often not quitting).'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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