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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은 우리 선수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경기다. 반드시 이기고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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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지켜본 김 감독은 '상남자'다. 달변이나 다변은 아니지만 진솔한 화법으로 할 말은 한다. 구구절절 변명하거나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다. 리그 전북과의 맞대결에서 패한 직후 그는 이미 마지막을 떠올렸다. 구단에 사의를 표명했다. 2시즌 연속 리그 준우승의 책임을 피하지 않았다.
2년 연속 준우승, 코로나19가 창궐하는 가운데 카타르행 비행기에 오르는 선수들의 얼굴은 어두웠다. 분위기는 바닥이었다. 출국길 김 감독은 희미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끝까지 해야죠. 마무리 잘하고 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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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기 터널로 향하기전 김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은 선수들과 뜨거운 하이파이브로 필승의 의지를 다졌다. 운명의 빗셀 고베전을 앞두고 전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둥글게 모여 "우리는 하나!"를 외쳤다.
카타르 입성 후 울산은 조별리그 이후 결승행까지 파죽의 8연승을 달렸다. 20골 5실점, 극강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광저우 헝다가 2013년 우승 당시 기록한 '6경기 연속 2골 이상' 기록을 '8경기 연속 2골 이상'으로 경신했다. 코로나 양성반응으로 인해 카타르에 오지 못한 '국대 골키퍼 조현우의 빈자리를 조수혁이 완벽히 메우는 가운데, 이근호, 박주호, 이청용, 고명진 등 여유만만 베테랑 선수들이 중심을 잡았고, 설영우, 이상헌, 박정인, 서주환 등 어린 선수들도 제몫을 해냈다. 김태환, 정승현, 원두재 등 코로나 악재를 뚫고 카타르에 입성한 국대 선수들도 힘든 마음을 애써 누르고 원팀을 위해 헌신했다. 5명의 교체선수를 쓰면서 김 감독의 용병술도 빛을 발했다. '슈퍼서브' 비욘 존슨이 5골을 터뜨렸다. '골무원' 주니오도 위기 때마다 역할을 하며 5골을 기록했다. '축구천재' 윤빛가람은 최고의 폼으로 ACL 무대를 휘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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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 울산에게 ACL 결승행이라는 선물이 찾아왔다. K리그 우승은 놓쳤지만 K리그의 자존심을 지켰다. 만약 또다시 준우승한다 하더라도 '여기까지 잘왔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 지난 4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온 김도훈 감독의 용기와 울산의 끝없는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월트 디즈니의 말처럼 '이기고 지는 것의 차이는 아주 많은 경우 포기하지 않는 데 있다(The difference in winning and losing is most often not quitting).'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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