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3·바르셀로나)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자신의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를 추모하는 의미의 세리머니를 펼쳤다. 메시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헌사였다.
메시는 29일 밤(한국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노우에서 열린 2020~2021시즌 프리메라리가 11라운드 오사수나전에서 강력한 중거리 슛으로 골을 터트렸다. 팀이 3-0으로 크게 앞서던 후반 23분에 페널티 박스 바깥 정면에서 왼쪽으로 빠르게 방향을 전환한 메시는 이동하는 수비수 사이에 난 작은 틈을 놓치지 않고, 강한 왼발 슛을 날렸다. 공은 자로 잰 듯 반대편 골문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메시만이 보여줄 수 있는 환상적인 슛이었다.
그런데 이 골을 넣은 뒤 메시의 세리머니가 축구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동료들의 축하를 뒤로 한 채 달린 메시는 돌연 유니폼 상의를 벗었다. 그러자 미리 입고 있던 또 다른 유니폼이 나왔다. 메시는 그 유니폼을 입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 키스를 하고 두 손을 위로 뻗었다. 지난 26일 아르헨티나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한 '축구의 신' 마라도나를 추모하는 세리머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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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메시는 이날 세리머니를 미리부터 기획하고 나왔다. 메시가 바르셀로나 유니폼 아래에 받쳐 입었던 또 다른 유니폼은 바로 마라도나가 현역 마지막 시절 입었던 바로 뉴웰스 올드 보이스의 등번호 10번 유니폼이었기 때문이다. 뉴웰스 올드보이스는 공교롭게도 마라도나의 마지막 팀이자, 메시의 첫 팀이기도 하다.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던 마라도나는 1993년 아르헨티나로 돌아와 뉴웰스에서 한 시즌을 보냈다. 그런데 메시는 1994년 뉴웰스 유소년 팀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이런 사연을 담은 유니폼을 입은 메시는 세상을 떠난 자신의 영웅에게 최고의 세리머니를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