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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나 '신의손' 판정했던 주심의 추모 "그때 사실은…"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20-11-28 15:08




아르헨티나의 축구의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가 25일(현지시간) 심장마비로 향년 60세로 별세했다. 아르헨티나 언론들은 마라도나가 이날 오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 티그레의 자택에서 숨졌다고 전했다.
사진은 2010년 6월 7일 남아공 프리토리아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공식 훈련에서 아르헨티나 감독인 마라도나가 리오넬 메시의 드리블을 바라보는 모습. 2020.11.26 [연합뉴스 자료사진]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고(故) 디에고 마라도나의 장례식은 끝났지만 여운은 끝날 기미가 없다.

마라도나에 대한 추모 열기가 세계 축구계에 끊이지 않는 가운데 '신의 손' 사건의 심판도 추모 대열에 합류했다.

영국 언론 BBC는 28일(한국시각) '전설의 신의 손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이를 놓친 튀니지 출신 주심 알리 빈 나세르씨가 그 경기를 회상하며 역사적 경기에서 주심을 맡은 것을 영광스럽게 회고했다'고 보도했다.

세계 축구사에 영원히 남을 '신의 손' 사건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 아르헨티나-잉글랜드 8강전에서 마라도나가 만들어 낸 신기의 골을 말한다. 당시 경기에서 0-0이던 후반 4분 마라도나는 머리로 헤더하는 것처럼 동작을 하면서 손으로 쳐 골을 기록했다.

요즘 세상이면 VAR이 있기 때문에 '골 취소'가 확실하지만 당시는 심판의 육안 판정에 의존했기 때문에 주심이던 빈 나세르 심판은 이를 보지 못했다. TV중계 리플레이 장면을 돌려보기 전에는 세계 축구팬들도 정상적인 헤더골인 줄 알았을 정도로 순식간에 일어난 장면이었다. 그래서 '신의 손'이란 대명사가 붙었다.

마라도나는 당시 8강전에서 '신의 손'뿐 아니라 또다른 전설, '폭풍 드리블 골'도 남겼다. '신의 손' 골을 넣은 뒤 불과 4분 뒤 마라도나는 하프라인에서 폭풍같은 드리블과 개인기를 앞세워 골키퍼까지 모두 5명을 제친 뒤 골을 만들었다.

마라도나를 상징하는 2개의 전설 스토리가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그것도 같은 경기에서 모두 탄생한 것이다. 그 역사의 현장에 빈 나세르 심판이 휘슬을 잡고 있었다.

빈 나세르 심판은 신의 손 골에 대해 "마라도나는 피터 시루톤과 동시에 공중으로 뛰어 올랐다. 그들 2 명 모두 나와 반대쪽을 향하고 있었다"며 마라도나의 '손기술'을 볼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이후의 상황도 설명했다. 마라도나가 골망을 흔들었을 때 처음에는 골을 선언해야 할지 주저했다고 한다. 그래서 센터서클 쪽으로 돌아가 골 여부를 최종 확인하기 위해 부심의 신호를 살폈지만 부심이 핸드볼 신호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 결국 주심의 판단을 존중하면서 '신의 손'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빈 나세르 심판은 "경기 전에 국제축구연맹(FIFA)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내리고 있었다. '만약 동료 심판이 나보다 좋은 위치에 있었다면 그의 견해를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며 당시 판정 상황의 정당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더불어 빈 나세르 심판은 '폭풍 드리블'에 대한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마라도나는 중앙에서부터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고. 나는 바로 근처에서 그를 쫓아갔다. 마라도나 같은 선수가 쇄도할 때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잉글랜드 선수들이 마라도나를 3번에 걸쳐 넘어뜨리려고 했지만, 마라도나의 질주를 막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는 나는 마라도나가 페널티 박스에 도달할 때까지 '어드밴티지'를 여러차례 외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나는 마라도나가 50m를 질주할 때 잉글랜드 수비수 중 누군가는 막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는 빈 나세르 심판은 "만약 '어드밴티지'가 아닌 파울 휘슬을 불었다면 그렇게 역사적인 장면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마라도나의 경기를 판정했다는 게 자랑스럽다. 그의 드리블은 상상을 훨씬 뛰어 넘는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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