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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2시, 이민아 말대로 '연차'내고 온 여축 찐팬 441명[현장리포트]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0-10-22 17:14


22일 오후 파주 스타디움에서 '여자축구국가대표팀 스페셜매치' 1차전 여자 축구대표팀과 20세 이하 여자 축구대표팀(U-20 대표팀)의 경기가 열렸다. 선수들 응원하는 축구팬들. 파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0.10.22/

"(이)민아 선수 말대로 연차 내고 왔어요."

22일 오후 2시 파주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신세계 이마트 후원 여자축구국가대표팀 스페셜매치' 여자국가대표팀 vs 여자U-20대표팀 친선경기는 올해 첫 여자축구대표팀의 공식 경기이자 전 대회를 통틀어 첫 유관중 여자축구 경기였다. 여자축구 팬들의 기대가 컸다. '작지만 강한' 여자축구 팬들의 충성도는 상상 이상이다. 휴가를 내고, 자비를 털어 여자월드컵, 키프러스컵 등 여자축구대표팀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대형 태극기를 올리고, 북을 두드리며 어디든 함께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축구가 멈춰선 시기, 비인기종목 여자축구도 직격탄을 맞았다. WK리그가 무관중으로 겨우 명맥을 이어갔다. 신세계 이마트 그룹의 후원속에 여자축구의 숙원인 '1년에 2회' A매치가 올해부터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이마저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불가능해졌다. 내년 2월 19일, 24일 중국과의 플레이오프에서 사상 첫 올림픽 티켓 획득을 목표 삼은 여자축구 A대표팀의 불안감이 커졌다.

대한축구협회는 고육지책으로 '남자축구 A대표팀 VS U-23 대표팀' 스페셜매치에 이어 여자축구 대표팀 스페셜매치를 마련했다. 코로나 위기단계가 1단계로 하향되며 '유관중'이 허용됐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경기 일정이 발표되면서 지난 2월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최종예선 이후 8개월만에 열리는, 시즌 첫 A대표팀의 경기를 고대했던 여자축구 팬들은 망연자실했다. 그나마 목요일 오후 7시로 예정됐던 경기가 오후 2시로 당겨졌다. 운동장 사용, 방송중계사 사정이 이유였다.

1년4개월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단 '여자축구 스타' 이민아는 지난 19일 파주NFC 소집 직후 인터뷰에서 "목요일 경기라 어쩌지"라며 난감해 하더니 "직장인 팬 여러분, 연차라도 내셔서 저희 꼭 응원하러 와주세요. 그러면 큰 힘이 될 거예요"라고 호소했다. 이날 총 티켓수 1000장 중 판매량은 350장에 그쳤다. 입장관중은 441명이었다.


22일 오후 파주 스타디움에서 '여자축구국가대표팀 스페셜매치' 1차전 여자 축구대표팀과 20세 이하 여자 축구대표팀(U-20 대표팀)의 경기가 열렸다. 이민아 응원하는 플레카드. 파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0.10.22/

22일 오후 파주 스타디움에서 '여자축구국가대표팀 스페셜매치' 1차전 여자 축구대표팀과 20세 이하 여자 축구대표팀(U-20 대표팀)의 경기가 열렸다. 이민아를 응원하는 플레카드가 걸려있다. 파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0.10.22/
이민아의 말대로 연차를 내고 경기장을 찾았다는 여자축구 '찐'팬 김미경씨는 "목요일 2시에 누가 올 수 있나. 무관중으로 하지…"라는 직설화법으로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왜 이 시간에 한 건지 의문이다. 그래도 우리에겐 2020년 첫 여자축구 직관 기회다. 놓칠 수 없어 어렵게 회사에 말하고 왔다"고 했다. 응원구호, 응원가도 불가능한 코로나 시대의 응원, 모처럼 마주한 선수들을 위해 유니폼과 격문을 내걸었다. 캡틴 김혜리의 20번, 장슬기의 16번 유니폼 등이 관중석에 힘차게 나부꼈고, 이민아의 복귀를 반기는 'Mina is BACK!(이민아가 돌아왔다)' 플래카드가 반짝였다. 사회적 거리를 유지한 채 여자축구 팬들은 소리없이 강한, 열혈 응원전을 펼쳤다. 경기 후 양팀 선수들은 관중석으로 다가가 손을 흔들며 팬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결승골의 주인공' 장슬기에게 MVP 상패를 수여하며 격려했다. '20세 이하 대표팀 캡틴' 강지우는 영플레이어상을 받았다. 장슬기와 강지우의 모교에 축구용품과 장학금이 전달된다.

여자축구대표팀은 절실하다. 2010년 17세 이하 여자월드컵 우승, 2010년 20세 이하 여자월드컵 3위, 2015년 캐나다여자월드컵 사상 첫 16강, 2019년 프랑스여자월드컵 2회 연속 진출 등 여자축구의 새 길을 열어온 황금세대가 유일하게 밟지 못한 올림픽 무대의 꿈은 간절하다.

앞으로 남은 네 달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경기후 기자회견에서 콜린 벨 감독은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가 일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축구도 영향권을 벗어나지 않는다. A매치를 할 경우 14일 자가격리 규정이 있다. 지금 상황에서 계획을 잡기 어렵다"고 불확실성의 고충을 토로했다. "그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래서 이번 소집이 중요하다. 선수들이 오랜 시간 대표팀에 소집되지 못했고, WK리그 장기 레이스를 하다 대표팀에 들어왔기 때문에 오늘 경기력이 100%가 아니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다음에 다시 돌아올 때는 더 좋은 훈련을 통해, 더 좋은 경기력을 갖추도록 하겠다"고 했다. "선수들에게 WK리그의 경기강도와 A매치 국제대회의 경기강도가 다르다는 것을 각인시키고 있다. 고강도 훈련을 진행중"이라면서 현재에 집중할 뜻을 분명히 했다. "지도자 31년 인생에 이렇게 오래 쉬는 것은 나 역시 처음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매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이번 소집에서 남은 시간도 만족스럽게 잘 보내도록 하겠다."
파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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