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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재 시프트', 벤투호의 이번 스페셜매치 '핵심 키워드'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0-10-08 05:59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벤투호의 이번 스페셜매치 포인트는 '새얼굴 점검'이다.

파울로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9일과 1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김학범 감독의 U-23(올림픽대표)팀과 스페셜매치를 치른다. 지난해 12월 동아시안컵 이후 약 10개월만의 소집이다. 벤투 감독은 코로나19 여파로 해외파를 모두 제외하고 K리거로만 명단을 꾸렸다. 김영빈 이현식 김지현(이상 강원) 이창근(상주) 등 새얼굴이 대거 뽑혔다. 이번 소집은 그간 해외파로 인해 점검할 수 없었던 K리거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만큼, 대표팀 풀을 넓힐 수 있는 기회다.

많은 새얼굴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이 있다. '대세MF' 원두재(울산)다. 원두재는 벤투 감독이 이번 명단에서 가장 공을 들인 선수 중 하나다. 최고의 선수를 뽑고 싶은 벤투 감독은 올림픽대표 선수 중 일부를 선발하고 싶어했고, 지난 1월 U-23 챔피언십 이후 단 한번도 선수를 소집하지 못한 김학범 감독도 팀내 핵심을 뺏기고 싶지 않았다. 결국 대한축구협회(KFA)가 중재에 나섰고, A대표팀은 3명의 올림픽대표 선수를 선발했다. 그 대상이 이동준(부산) 이동경(울산), 그리고 원두재다.

벤투 감독이 원두재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건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U-23 챔피언십 우승을 이끌며 MVP를 수상했던 원두재는 올 시즌 울산으로 이적했다. '스타군단' 울산에서도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매김하며 경쟁력을 과시했다. 벤투 감독은 예정대로 카타르월드컵 예선전이 펼쳐졌다고 해도 원두재를 선발할 가능성이 높았다. 알려진대로 벤투 감독의 고민 중 하나는 기성용(서울)이 은퇴한 3선 자리였다. 황인범(루빈 카잔) 백승호(다름슈타트) 등이 '포스트 기성용' 테스트를 받았지만,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나마 가장 신뢰를 받았던 황인범은 최근 팀에서 '10번'으로 활약 중이다.

원두재는 여러모로 기성용을 연상케 하는 선수다. 일단 1m87의 장신이라는 하드웨어가 그렇고, 넓은 시야와 중장거리 킥력도 갖췄다. 물론 기성용 수준의 키핑력과 탈압박 능력을 갖지는 못했지만, 기술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더 나은 점도 있다. 수비다. 기성용은 수비력 자체가 좋은 편이 아니라, '보디가드' 유형의 파트너가 필요했다. 하지만 원두재는 수비수로 뛸 수 있을 정도로 수비력이 좋다. 강한 압박과 맨마킹 능력도 뛰어나다. 원볼란치(한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도 가능하다. 원두재는 실제 4-1-4-1를 주로 쓰는 울산의 '1' 자리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때에 따라서는 스리백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원두재가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할 경우, 벤투호 전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삼각형 형태의 미드필드 운용으로 제한이 있었던 과거와 달리, 역삼각형 형태도 가능해진다. 스리백도 쓸 수 있다. 실제 벤투 감독은 "원두재는 센터백과 수비형MF 두 포지션에서 활용가치가 있다.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고 선발 이유를 설명했다. 눈여겨 볼 것은 원두재의 선발 당시 포지션이다. 미드필더가 아닌 수비수로 이름을 올렸다. 벤투 감독이 원두재를 빌드업을 맡길 공격형 수비수로, 혹은 스리백 카드로 기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어떤 위치가 됐든, 원두재는 이번 스페셜매치에서 가장 눈여겨 볼 선수다. 원두재가 좋은 모습을 보일 경우, A대표팀 중원은 새로운 형태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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