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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인터뷰]코로나 속 고등대회 마친 KFA 홍명보 전무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고 있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20-09-22 06:01


대통령금배 전국고등축구대회서 시상하고 있는 홍명보 전무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홍명보 전무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수험생들의 안전을 첫번째로 고려했다. 욕먹을 각오로 학부모들을 설득해서 연기하자고 했다."

올해로 축구 행정가 변신 3년째를 맞은 대한축구협회(KFA) 홍명보 전무(51)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지난 5개월 동안 노심초사한 얘기를 최근 털어놓았다. 9월 중순, 전국 단위 고등대회를 모두 마치고서야 긴장이 조금 풀렸다고 했다. 그는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에 대한 경험이 없어 무척 조심했다. 현장에서 학부모, 선수 그리고 감독들이 '언제 대회를 할 수 있느냐'고 아우성이었다. 축구협회는 고3 선수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가능한 대회를 최대한 연기하면서 단계별 상황별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했다. 밖에선 우리가 축구회관에서 손놓고 가만 있는 줄 아는데 절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축구협회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A매치도 열지 못했다. 그렇지만 고3 수험생들의 대학 진학을 위한 전국 단위 대회를 총 13번 개최해 큰 탈 없이 마쳤다. 코로나19가 없었던 2019년엔 14개 대회가 열렸지만 올해는 백운기 한 개 대회가 줄었다. 선수와 학부모들의 애간장을 태웠던 전국 대회가 총 3차례 연기 끝에 지난 8월~9월 모두 열렸고, 대학 진학을 위한 성적 지표도 나왔다. 모든 팀들이 2회씩 대회에 출전할 수 있도록 보장했다. 선수들의 실적증명서는 최초로 온라인 발급된다. 전국 대회가 지금까지 제대로 열리지 못한 일부 타 종목들에 비해 축구는 축구협회의 기민한 대처로 불상사를 막았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원성이 높았던 현장의 분위기는 평온을 되찾았다.

2017년 11월, 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의 부름을 받은 홍 전무는 "욕먹을 각오로 대회를 연기했고, 철저한 방역 준비 후 2개월 동안 13개 대회를 마쳤다. 전부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현장에선 만족도가 높았다고 한다. 목표 대로 축구협회는 안전하게 대회를 치렀고, 선수들은 성적표를 받았다"면서 "협회 실무부서와 시도협회에서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생을 했다"고 말했다.

홍 전무는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교육부, 문체부, 대교협(대학교육협회의), 대학스포츠협의회, 대학 교수, 고교 지도자 등을 두루 만났다. 코로나19는 올해 전국 단위 고교축구대회의 모든 틀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놓았다. 보통의 시대였다면 매년 2월, 5월, 8월에 전국 고교대회가 열린다. 올해는 상반기에 대회가 열리지 못했고, 현장에서 우려와 원성이 들불처럼 올라왔다. 그렇다고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상황에서 축구협회라고 해서 뾰족한 수가 없었다. 축구협회는 정부 방역 방침을 따르면서 학부모들을 안심시키는 동시에 정부 관계 부서들과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코로나19로 최악의 경우, 전국 대회를 하지 못했을 때까지 대비했다. 홍 전무는 "이 경우는 성적 지표가 주말리그 뿐이다. 대학에서 변별력에 제한이 있다면 협회 전문가 그룹의 평가까지 제시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때 교육부, 문체부를 찾아갔고, 대교협, 대학 교수 등 참 많은 관계자들과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때 주말리그를 위한 운동장 개방에도 제동이 걸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을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서울 주요대학 교수들을 초청해 대학입시 개선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홍 전무는 "축구협회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미래를 위한 새로운 준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입시제도와 고교대회를 현행처럼 계속 이어가기는 어렵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재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축구협회만의 노력으로 되는 건 아니다. 정부 및 대학이 함께 만들어가야 할 일이다.

요즘 일선 대학에선 체육과 교수들까지 선발 방식을 불신할 정도라고 한다. 비체육 전공 교수들이 입시 면접을 하는 것이 대학의 현실이다. 팀 성적을 바탕으로 한 기계적으로 산출된 점수만으로 평가를 하다보니 대학별 팀 전술에 적합한 선수들이 뽑히지 못하거나, 또 잠재력 있는 선수들이 진학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고 현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단 축구협회는 할 수 있는 일들을 진행하고 있다. 고등 주말리그의 경쟁력을 갖추고, 선수들의 변별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강팀과 강팀의 대결이 가능하도록 검토에 들어갔다. 또 '고등 경기 분석 시스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전국 모든 고교 3학년 선수들의 데이터와 영상을 한 곳에서 볼 수 있게 하는 작업이다. 이 정보와 축구전문가들의 정성 평가 지표가 결합될 경우 현재의 기형적인 대학입시 제도가 조금은 발전적으로 방향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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