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쓰고 싶어도 못쓰는 외국인선수, 감독 발언에 드러난 강원의 '태생적 한계'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20-07-16 05:59


선수들과 주먹을 마주치는 강원FC 김병수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올 시즌 강원FC는 다른 구단과 달리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치르는 중이다. 엄밀히 따지면 한 명 있다. 등록 선수 중에 지난해 시즌 중 데려온 일본 출신의 나카자토 다카히로라는 선수가 있긴 하다. 하지만 현재는 전력 외로 분류돼 있다.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강원FC 김병수 감독은 한 동안 오해를 받았다. '외국인 선수를 원하지 않는다'는 오해. 시즌을 준비하며 국내 선수들만 영입하고, 외국인 공격수를 전혀 데려오지 않는 모습에서 비롯된 것이다. 남해 캠프 때 "어설픈 외국선수보다 잘하는 국내 선수가 낫다"고 한 말이 다소 와전된 면도 있다.

사실은 이렇다. 김 감독 역시 다른 감독들과 마찬가지다. 신체조건이 뛰어나고, 득점력이 좋은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고 싶어한다. 다만, '환경'이 받쳐주지 않기 때문에 '자력갱생'을 추구했을 뿐이다. 그는 지난 12일 광주FC와의 경기에서 4대1로 승리하며 4연패를 끊은 뒤 이례적으로 속내를 드러냈다. "나도 외국인 선수를 절실히 원한다"는 말을 했다. 그 역시 자신에 대한 오해를 알고 있고, 뜻대로 풀리지 않는 환경이 답답했던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김 감독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답답함을 호소해도 상황이 금세 달라지거나 외국인 선수가 덜컥 나타날 것 같지는 않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강원FC라는 구단의 근본적인 특성에 기인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명색이 '프로구단'이지만, 구단의 재정 확보나 지출, 마케팅, 행정, 운영 등 여러 면에서 '도민구단'의 한계라는 게 엄연히 존재한다. 하루 아침에 바뀔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고, 무엇보다 구단 내부적으로도 이런 한계에 대해 그다지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

더군다나 올해는 시도민 구단이 팀을 꾸리기가 전에 없이 힘든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시도 재정의 상당 부분이 이를 복구하거나 시도민 건강 및 복지를 증진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됐거나 사용될 예정이다.

형편이 좋을 때라면, 프로축구단이 필요로 하는 지원을 해줄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당장의 건강과 생계 문제 앞에서 축구단은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다. 그래도 당장 급격히 재정지원을 줄이지는 않는다. 일단은 이미 짜여진 예산은 집행하되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큰 지출항목은 쉽게 집행할 수 없다. 이런 기준에 걸리는 게 대표적으로 외국인 선수 영입 항목이다. 결국 김 감독이 이렇게 목소리를 내도, 강원이 올 시즌 내에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

한 축구인은 "강원이 어렵다는 얘기가 있지만, 그게 당장 직원들의 급여를 주지 못하거나 하는 그런 차원의 어려움은 아니다. 다른 기업구단에 비해 넉넉치 못한 것으로 안다. 문제는 올해보다 내년이다. 코로나19가 계속 이어지면, 내년 쯤에는 직접적으로 구단 운영 자체에 제한이 걸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강원은 현 상태로 계속 고군분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냉정히 말해 '우승'같은 거창한 목표를 내세울 입장이 아니다. 지난해에 이어 '파이널A 진입'이 강원이 바라는 가장 현실적이고 실천가능한 최상의 목표치다. 이게 프로무대에서 경쟁하는 도민구단 강원의 현실이자 한계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무료로 보는 오늘의 운세

보크 논란 "임기영이 상대를 속이려했나요?"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