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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기다려주신 정정용 감독님 감사합니다."
서울 이랜드의 부주장 김진환(31)이다. 과거 인천 시절 '골넣는 수비수'로 이름을 알린 주인공이다.
그가 뒤늦게 시즌을 시작하며 '한풀이' 다짐을 한 사연이 있다. 작년 말 광주에서 서울 이랜드로 이적한 김진환은 프로생활 처음으로 '부주장'이란 중책을 맡았다.
광주에서보다 출전 기회가 많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팀 내 '형님'으로서 어깨도 무거워진 그는 어느 때보다 신나게 동계훈련을 준비했다. 성공적으로 '겨울나기'를 하면서 자신감도 충만했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새출발'의 시작은 부상과 함께 묻혔다. 지난해 광주에서도 같은 시기에 무릎 부상을 해 전력에서 제외된 악몽이 있던 터라 '트라우마'에 빠질 법했다.
하지만 김진환은 낙담하지 않았다. "긍정적인 성격이다. 감독님께, 팀에 죄송한 마음을 빨리 털어내기 위해서라도 회복에 집중하자는 생각만 했다."
같은 부상을 겪어봤던 '절친' 여 름(광주)의 조언을 받으며 묵묵히 다시 준비하며 '때'를 기다렸다. 지난 1일 FA컵 3라운드 제주와의 경기에서 마침내 '때'를 만났다.
그런데 또 '불운'이다. 제주전에서 수비수로 올해 첫 출전한 그는 선제골을 터뜨렸다. '골넣는 수비수' 특유의 세트피스 상황 공격 가담에서 만든 골이었다. 추가골을 더한 서울 이랜드는 2-0으로 앞서며 승리를 거두는가 했지만 판정 불운이 겹친 가운데 후반 추가시간 동점을 허용한 뒤 연장 접전 끝에 2대3으로 역전패하고 말았다. '골넣는 수비수'는 또 묻혔다.
이쯤되면 이른바 '멘붕'이 될 만하지만 속으로 다시 '좌절금지'를 외쳤단다. 스승 정정용 감독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다. 정 감독은 김진환이 부상 중일 때 가장 큰 힘이 되어 준 정신적 지주였다. "조급해 하지도, 부담도 갖지 말고 성공적으로 회복하는 데에만 몰두하라"며 다독여 준 이가 정 감독이었다.
김진환은 "감독님이 왜 U-20 월드컵 신화의 명장인지 겪어보니 알겠더라. 우리 선수 모두에게 공정하게 마음을 주시는 지도자의 자세에서 많은 점을 배우게 된다"면서 "그 덕분에 팀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보니 낙담할 겨를도 없어진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김진환은 지난 11일 리그 데뷔전인 경남과의 10라운드(2대1 승)에서 비로소 활짝 웃었다. 자신이 골을 넣은 건 아니지만 첫 선발 출전에서 팀 승리에 보탬이 됐기 때문이다.
"어? 임대선수 왔나." 김진환이 하필 여름 이적시장 기간에 부상 복귀했을 때, 정 감독이 경상도 특유의 스타일로 툭 던진 '환영사'였다. 무심한 듯 정깊은 이 한 마디를 잊을 수 없다는 김진환은 "신입선수라는 마음가짐으로 나에겐 이제 시즌 시작이다"면서 "기다려주신 감독님께 감사한 만큼 그동안 부주장으로서 못다한 역할을 만회해 보답하는 일만 남았다"고 다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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